[뉴스N아침시](25)남생이 못
[뉴스N아침시](25)남생이 못
  • 뉴스N제주
  • 승인 2018.09.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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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라수, 시평 현달환 시인

신촌 들목 작은 못에는
대낮에도 별이 뜬다
별이 그리운 거북사촌 남생이가 둥지를
틀었다하여 남생이못이라 이름붙은
습지에는 오월에서 시월 상달까지
대낮을 밝히는 노란별이 뜬다.

저마다 사연을 품고 별이 뜬다.
지나던 왜가리도 날개를 접고 쉬어가고
날개를 갖지 못한 비늘옷을 입은 수생이
별밑을 흐르며 유유히 시간을 진흙아래로
끌어 내린다.

너 한곳에 머물러 박힌 심정
외롭다 하지마라라
살아서 빛을 머금으면 빛 그리운 이가
찾아오리라

오늘도 노란 별이 뜨는 남생이 못에
홀로와서 별이되는 너
어리연 어리연 돌아보면
붉게 핀 수련이 낮을 밝힌다

그리움은 두고 떠나라
남생이 못에 오면 서글픈 맘도 두고 떠나라
꽃은 다시 피어 하늘보다 푸른
네 가슴에 빛이 되려니

        - 오라수의 '남생이 못'

명절 연휴기간 내내 쉼없는 나날이 계속 이어졌다.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인지 담백한 커피 한 잔을 부르게 했다. 다행스럽게 바람의 날씨로 산들거리는 기후라서 커피 마시기에는 좋은 시간이다. 낮 오후에 신촌 남생이 못으로 향했다. 사실 과거엔 방치하 듯 내버렸던 곳이 이제는 자연생태공원처럼 가꾸어져 지나가는 이들에겐 어느새 명소가 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얼마나 우리는 좋은 환경에서 자랐는가.
그런 좋은 환경을 좋은 곳인지 인식도 못하고 살다가 어느 누군가의 손길로 변신하고 가꾼 장소에서 "아, 좋다"라는 감탄사를 남발하는 무지함.

그렇다, 그런 무지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도 더 살다가 길가의 돌멩이, 담벼락 앞에서 감탄사를 하면서 지난 과거를 돌아보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말자. 지금 주어진 환경을 잘 가꾸며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놓는다면 사는 게 아름답지 않겠는가.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어리연꽃은 하늘거린다. 흔적은 남기고 그리움은 두고 떠나는 오후, 먼훗날을 기약하며 걸어 나간다.[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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