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39)아,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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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N제주
  • 승인 2019.03.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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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현철 시인, 시평/ 현달환 시인
김현철 시인
김현철 시인

아, 여수

하늘과 맞닿은
남해의 숨구멍
수평선 끝까지
눈부신 햇살 퍼져 나가는
내 고향
여수

싱그럽던
어릴 적 기억이 무궁화 열차처럼
다가와 찰랑찰랑
속삭이는
그리움이 숨어있는 곳

남쪽으로 손 내밀면
기다렸다는 듯
반겨주는 날들
어제들

이미 
이토록 멀리 와버렸으니
어제처럼
도시의 거리에서 갯내음 싣고
고향 바람과
장난질한다

바람결에 비단폭 가득
어린 날의 기억 그려 날린다

끝내 고향내음 이기지
못해
추억의 비단폭에
올라 타고야 만다
        -김현철의 '아, 여수'

3월이 되니 겨우내 얼었던 꽃눈이 트기 시작했다. 이번 겨울은 지난 겨울처럼 눈도 많이 내리지 못해 어쩌면 강인한 겨울을 견디는 나무, 식물, 동물, 사람들이 내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는 못했으리라.
한편으론 다행스럽고, 다른 한편으론 연약한 내성을 갖고 올 한해를 지내야 된다고 생각하니 내심 불안하기도 하다.
혹독한 겨울을 지내야만 단단한 봄과, 여름을 지낼 수 있는 데 비실비실한 날들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도 우리에겐 환경의 변화에 익숙하다. 그 환경에 빨리 동화돼 살아가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와도 그 새로움에 익숙함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눈물과 용기와 시간을 할애했던가.

일이 안풀리면 모든걸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기억이 얼마나 많았는가. 사는 게, 살아가는 게 녹록치않음을 알고 다시 한 번 주먹을 불끈 쥐고 얼마나 많은 다짐을 했던가. 바람결에 비단폭 가득/
어린 날의 기억 그려 날린다/
매일 그려보는 맹세와 열정이 이만큼 성장을 했다.

고향은 어머니이다. 하나 뿐인 어머니이기에 소중하다.

늘 품어주는 고향은 늘 그리운 것, 고향을 떠나오면서 고향을 뒤돌아보는 이유는 그런 각오와 안녕을 기원하는 뜻에서이다. 고향을 버린 자, 바로 서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눈물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고향의 바람을 맡기를 원한다면 바빠도 고향길을 밟아보는 것도 좋으리라.  

여수 밤바다의 고운 불빛아래서 소주 한 잔 하고픈 봄날이 왔다.[시평 현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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