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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N아침시](30)가을에
[뉴스N아침시](30)가을에
  • 뉴스N제주
  • 승인 2018.11.0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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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율리 시인, 시평/현달환 시인
이율리 시인
이율리 시인

잠자던 모든 것들이
귀를 세우는 시간
소리 없이
자분자분 걸어 들어와
외로운 발걸음 불러 세워

혼자여도
둘이어도
쓸쓸한 계절
낙엽 지는 소리에
낮달처럼 밤을 새우고
닫아둔 창문 열고
들국화 꽃길로 걸어간다

가을은
가을은
꽃이 피어도
외롭다

가을은
가을은
단풍이 고와도
허허롭다

그래서
가을,이다

-이율리의 '가을은'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한다. 그 가을이 누구나 외롭다면 사람들은 가을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 아니다. 맑고 깨끗한 청춘의 계절이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가을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급격해서 저녁이면 낙엽이 지고 괜히 쓸쓸해지는 게다.

남자는 그래서 그런 쓸쓸한 가을을 좋아한다. 소주 한잔 하기 좋고 커피 한잔 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런 계절을 우리는 늘 쓸쓸함의 대명사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그런 당당한 계절에 우리는 낙엽 하나에 눈물흘리며 센티해지는 게다. 형형색색의 단풍이 고와도 시인은 허허롭다고 고백한다. 그러한 고백이 지금 이 시기에 좋게 들리는 이유는 아마도 지금 분위기가 좋은 모양이다.

그래도 이 가을이 가기전에 한번 더 휘날리는 낙엽을 보면서 이야기해보자. "낙엽아, 너는 어디서 왔니?"

가을을 이겨내는 방법은 하늘을 사랑해야 한다. 태양을 바라봐야 한다. 바다를 바라봐야 한다. 모두다 싱싱하다. 이 좋은 계절, 가을이 지나간다. 그게 가을이다.

□이율리 시인

-동남아 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최우수 수상
-월간 문예사조 수필부문 신인작품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공저 한국대표 서정시전, 서정의 뜰, 문학과 사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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