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6_ 유홍석의 디카시 '묵언'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6_ 유홍석의 디카시 '묵언'
  • 뉴스N제주
  • 승인 2020.07.0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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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묵언

울긋불긋 허공 흔들던 연등
절마당에 내려 앉으면
머리 깎은 스님의 화두 같이
세속 인연 훨훨 벗고
선정에 든 무채색
-유홍석

[해설]디카시 작품의 우열은 사진영상과 문자의 텍스트성에 의해 좌우된다. 디카시의 텍스트성에 대해서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문덕수 선생이 디카시를 기호시로 보면서 영상과 언어의 관계를 접근, 영향, 융합의 상생(相生) 공발(共發)의 관계로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전히 정복하거나 먹어버리는 그런 관계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상생공존의 발전 관계로 맺고 더 높은 통합세계를 이루는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 형이하학적 관계와 형이상학적 관계가 엄존하고 있으며 1차 기호체계인 물질세계의 의미를 초월하여 2차 기호체계인 형이상의 의의 단계에 도달함으로써 영상과 문자의 텍스트성이 미학적 뜻으로 통합, 형성 완료된다는 것이다.

디카시에서 사진영상도 기호이다. 디카시의 영상은 자체적으로 사진예술로서의 완결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다. 문자 기호와 영상 기호가 둘이 한 몸의 텍스트성을 구축한다.

디카시에서 영상과 문자의 비중은 반반일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이지만, 영상과 문자의 비중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둘은 상생의 관계다. 어떤 디카시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따라 영상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반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텍스트성이 꼭 약화된다고는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유홍석 씨는 제주 분으로 2020 제3회 경남 고성국제한글디카시공모전에서 <묵언>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1,100여 편이 넘는 가운데 한 편으로 뽑힌 대상작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대상작은 겉으로 보기로는 그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게 보인다. 특히 사진예술적 관점에서 볼 때 미흡하게 보인다. 사진영상이 특별한 임펙트를 주지 못한다. 울긋불긋 허공 흔들던 연등이 절마당에 내려 앉은 모습을 포착한 것인데, 너무나 화려한 연등과는 대조적으로 초라하게 절마당에 그림자로만 찍혀 있다.

이 사진영상 기호는 머리 깎은 스님의 화두 같이 세속 인연 훨훨 벗고 선정에 든 무채색이라는 언술로 인해 기호의 상징성의 강화로 나타난다. 즉 언술의 힘으로 빛나는 기호로 살아났다. 사진예술로는 미흡하더라도 영상기호로써 언술과 상생 공발의 텍스트성을 구축하여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환기하는 형이상학적 의의를 획득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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