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6- 최광임의 디카시 '푸른 경전'
[이상옥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6- 최광임의 디카시 '푸른 경전'
  • 뉴스N제주
  • 승인 2020.04.2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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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푸른 경전

백로들이 빈 논을 읽는 중이다
다 읽으려면 한 계절이 걸리겠다.

   - 최광임

[해설]디카시와 포토포엠을 많이들 혼돈해 한다. 포토포엠은 기존의 시에 감상의 효과를 위해서 사진을 엮은 것이다. 포토포엠은 사진과 시가 각각 독립성을 지니면서 일시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시가 잘 읽혀지지 않기 때문에 시를 온라인 상에서 잘 읽혀지도록 하기 위해서 완성된 시에 사진을 곁들인 것이 바로 포토포엠이라고 한다.

포토포엠은 시사진으로 번역된다. 사진을 활용한 사진시는 사진을 소재로 한 시를 지칭할 수도 있지만 사진시로서 장르적 정체성을 지닌 것은 현재는 디카시가 유일하다 하겠다. 사진시라는 말은 포괄적 개념으로 장르적 명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디카시는 SNS 미디어에서 영상과 문자의 멀티 언어가 일상어가 된 디지털 환경에서 최적화된 새로운 시의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아이티 강국 한국에서 발원한 디카시가 문학한류로써 세계적인 장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극순간 멀티 언어 예술로서의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이라는 디카시의 정체성에 대한 비전을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최광임 시인의 디카시 <푸른 경전>은 사진 영상 없이 짧은 언술만으로는 시적 완결성을 구축하지 못하고 역시 언술 없이 사진 영상만으로도 미완이기는 마찬가지다. 영상과 언술이 각각 독립성을 지닌 포토포엠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들판과 산이 푸른 기운으로 가득한 가운데 백로들이 먹이 활동으로 분주하다. 시인은 백로들이 먹이 활동하는 것을 빈 논을 읽는 중이라고 엉뚱하게 진술한다. 바로 시적 진술이다. 자연 현상에서 과학적 진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시인은 시적 진실을 읽는다.

시인은 백로에 자신을 투사하여 자연이라는 푸른 경전을 읽는다. 책만이 경전이 아니라 자연도 경전이다. 자연이라는 신비한 경전을 어찌 하루만에 읽을 수 있겠는가. 다 읽으려면 족히 한 계절, 아니 한 평생이 걸릴 것이다.

이 디카시는 자연과 백로, 시인과 백로가 구분이 안 된다. 자연이 백로이고 백로가 시인이고 자연이 책이고 책이 자연이다. 세계의 자아화라는 서정시의 비전을 잘 실현한 것이다. 디카시가 극순간 예술로서 더욱 비정화되어 가는 디지털 시대 서정시의 비전을 실현해 낼 수 있다는 것도, 디카시의 또 하나의 매혹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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