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3_ 이기영의 '환장할 봄'
[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3_ 이기영의 '환장할 봄'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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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환장할 봄

쪼글쪼글 말라 비틀어진 본처 뒤에서
첩살이는 이제 막 핀 한 떨기 꽃이네
-. 이기영

[해설] 디카시는 극순간 멀티 언어 예술로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을 지향하는 디지털 시대의 최적화된 세계적 보편성을 지닌 새로운 양식으로 언어 예술로서의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본래 서정시는 사물의 순간적 파악과 더불어 순간적 사상, 순간적 감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연속적이고 역사적인 시간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영원한 현재를 지향한다. 순간의 현재 속에 생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압축성과 암시성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시적 언술 역시 짧을 수밖에 없다.

오늘의 시는 서정시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정시가 발생할 당시의 토양과는 너무나 달라진 복잡다단한 오늘의 시점에서 서정시 또한 진화해야 하고 또 진화해 왔다.

이에 대해 논자들도 전통의 서정과 오늘의 서정 사에는 차이가 존재함을 다양하게 풀이한 바 있다. 대체적로는 전통 서정시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지향하면서 자아와 세계를 동화시킴으로써 둘의 거리를 무화시켜 갈등과 모순을 없애는데 초점을 둔 것으로 본다.

오늘의 탈중심,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일원론적 세계관으로 시대를 다 읽어낼 수가 없다. 오늘의 시는 자아와 세계의 합일이나 동화보다는 마찰과 균열을 반영하는 신서정, 반서정, 탈서정 양식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디카시 역시 마찬가지다. 디카시는 극순간의 양식으로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을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디카시가 이 범주에 묶일 수는 없다. 디카시의 양식적 특징은 지키면서도 다양한 모색 또한 이뤄져야 하고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디카시는 역시 사물과 시인의 대면에서 극순간의 영감으로 촌철살인의 언술과 영상이 하나의 텍스트로 드러날 때이다.

최근 도서출판 디카시에서 디카시선 5번으로 출간한 이기영 디카시집 『인생』은 이런 디카시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중 한 편의 디카시 <환장할 봄>은 더 설명이 필요없는 촌철살인의 극치를 보여준다. 제목 ‘환장할 봄’이 환기하는 주체는 첩인가, 본처인가, 아니면 둘을 거느린 남편인가, 그것도 아니면 시인 자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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