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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8- 최춘희의 '사랑'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8- 최춘희의 '사랑'
  • 뉴스N제주
  • 승인 2020.05.12 23:5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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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사랑 

꽃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수목장 나무 아래
                당신도 봄날 환한 햇살로
웃고 있다.

          -최춘희


[해설]디카시는 문자시의 미학과는 다르다. 디카시가 극순간 예술이라 함은 서정시 본연의 순간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디지털 시대의 최적화된 새로운 시라 함은 디카시는 디지털 환경을 창작의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영상과 문자의 멀티 언어로 표현한다는 말이다.

이런 속성 때문에 같은 시라 할지라도 디카시는 문자시의 미학과는 다르다.

디카시는 현대시가 잃어버린 태초의 서정을 새롭게 복원하는 의의도 지닌다고 말한 바 있다.

원시인들이 사냥감인 짐승을 발견하고 아, 하고 질렀던 순간의 탄성 그것이 태초의 서정이라 해도 크게 틀림은 없다.

태초의 서정은 순간의 정서 표현에 수많은 의미가 염장미역처럼 압축된 것이었다. 

무릇 시의 본질은 압축과 내포에 있다 해도 역시 틀림이 없다.

현대시는 복잡다기한 현대의 정서를 표현하려 하다 보니 태초의 서정만으로는 충분치 못 하다고 여겨져서 오늘의 현대시는 매우 복잡하고 때로 난해하고 산문화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문자시가 수사에 있어서도 매우 복잡한 선택을 요구 받는 것에 비해서 디카시는 하나의 기법을 초점화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최춘희 시인의 디카시 ‘사랑’이 그렇다.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봐서는 화자와 수목장 아래 묻힌 고인이 된 당신과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사랑이라는 것이 꼭 연정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목장한 나무를 감싸고 핀 꽃을 화자는 웃는다고 한다. 꽃이 웃으니 화자도 따라 웃는다.

웃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데, 꽃이 웃으니 웃는 것이다. 꽃이 웃으니 화자가 따라 웃고 수목장 아래 당신도 봄날 환한 햇살로 웃고 있다고 노래하는 것이다.

꽃이 웃으니 화자가 웃고 화자가 웃으니 당신도 웃는다는 시적 논리가 성립이 된다.

그런데 묘하게도 웃음이라는 말은 울음의 아이러니로도 드러난다. 화자는 수목장 나무 아래의 당신에게로 왔다.

화자는 살아 있고 당신은 죽었다. 절대 웃을 상황이 아니다. 여기서 상황적 아이라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슬픔을 꽃을 매개로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웃음으로 바꿔 표현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숨겨진 지독한 사랑의 슬픔은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슬픔을 그 흔적조차 드러내지 않지만 슬픈 아이러니가 지배하는 디카시이다. 아이러니라는 수사 하나에만 초점을 맞춘 디카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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