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4_ 정생화의 디카시 '폭포'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4_ 정생화의 디카시 '폭포'
  • 뉴스N제주
  • 승인 2020.04.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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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폭포

 

쏟아진다
봄이

-.정생화

[해설]디카시는 현재 한국을 넘어 미국, 중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도 확산되고 있다. 그것은 디카시가 세계적 보편성을 지닌 디지털 시대의 최적화된 새로운 시 양식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디카시 <폭포>는 중국 조선족 동포인 연변과기대 정생화 교수의 작품이다. 정교수가 영국 체스터대 방문교수로 있을 때 영국 현지 ‘Naigara halls’의 수양버들을 보고 쓴 것이다.
단 두 개의 언표로만 언술한 디카시 <폭포>가 환기하는 ‘봄’은 폐부를 찌르는 듯 강렬하다. 영상과 짧은 언술로 결합된 디카시의 매혹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정생화 교수는 디아스포라다. 부모세대가 살길을 찾아 한반도를 떠나 중국으로 이주했고 정교수는 연길에서 다아스포라 2세로 태어나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연변대서 교수로 있으면서 방문교수로 영국으로 갔다. 디아스포라로서 느끼는 봄의 감격이기에 더욱 특별했을 법하다.

봄과 폭포와 수양버들은 이중의 메타포로 빚어지면서 매우 강렬한 울림을 준다. 푸른 잎들로 돋아나는 수양버들은 봄을 환기하고 그 모습은 또한 폭포를 환기한다. 폭포는 시인이 맞이하는 이국에서의 봄의 감격을 드러낸다..

‘쏟아진다 봄이’라는 짧은 언술이지만 수양버들이라는 매우 강렬한 영상 이미지와 하나의 텍스트로 버물어져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뿜어내는 압축성과 정서적 강렬성이 돋보이는 디카시다.

최근 디카시가 SNS 환경을 타고 널리 확산되면서 우후죽순격으로 여기저기서 디카시라는 이름으로 작품이 발표되고 또한 공모전도 열리고 있으나 디카시가 일본의 하이쿠처럼 세계적인 장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디카시의 정체성에 대한 보다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

디카시는 사진에 짧은 문자시를 붙이는 것이 아니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인이 포착한 강렬한 시적 감흥을 직접 스마트폰 디카로 찍고 짧게 언술하여 SNS로 쌍방향 소통하는 것이다.

여기서 영상과 문자가 하나의 덩어리로 시가 되는 것인바, 영상과 문자가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 때 진정한 디카시로 탄생한다. 이런 점에서 오늘 소개하는 디카시 <폭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필자 이상옥(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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