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2_ 신정순의 '알라스카 서울 가든'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2_ 신정순의 '알라스카 서울 가든'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10 03:4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알라스카 서울 가든

    메킨리 산기슭에 난데없는 서울가든
    칠순 넘은 식당 주인 한국 손님 반갑다며 공짜 술 건네고
    고향도 묻기 전인데 관광버스 시동 건다
    사십 년 버틴 유리창 또 오란 말 대신 눈시울 흐른다

              -신정순 


[해설]디카시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도 새로운 문학용어로 등재되고 교고서에도 수록되고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디카시공모전도 열릴 만큼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따금 “디카시가 시냐”라는 디카시에 대한 안티 입장을 표명하는 분들도 나타난다.

시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문제 제기라 할 것이다.

최근 평론을 넘어 KCI 등재 논문(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판 과학인용 색인 등재)에도 디카시 담론이 다뤄지고 있다.

물론 디카시를 텍스트로 학위논문도 나온다. 이들 담론은 디지털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시가 진화하고 있다고 보면서 문자언어를 넘어 영상, 소리가 결합된 혼종적 텍스트로도 산출되고 있다는 관점이다. 디카시는 문자언어라는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한 멀티 언어로서 혼종적 텍스트가 되는 것이다.

이런 논지는 시도 블로그, SNS, 포털사이트 등 뉴미디어를 매개로 하여 해당 미디어의 특성을 시 쓰기의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향유되고 있고 그러한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여기서 디카시가 혼종 텍스트로 사진으로 대변되는 영상언어와 시로 대변되는 문자언어가 결합한 제3의 텍스트로서, 뉴미디어의 환경에 최적화된 것이고 세계적 보편성을 지닌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시의 자연스러운 시의 진화를 부정하면 “디카시가 시냐”라는 견해가 나올 수 있다.

디카시는 먼저 전통적 시창작 관점에서 시상을 획득하는 것이, 스마트폰 내장 디카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날시(raw poem)’를 포착하는 데 있다.

편의상 이를 디카로 시적 형상을 찍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디카로 찍은 사진과 문자언어가 어떻게 결합하여 제3의 텍스트로 구축되느냐가 디카시의 작품성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오늘 소개하는 디카시에서 화자는 험준한 메킨리 산기슭에 서울 가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서울 가든은 칠순이 넘은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식당 주인은 한국 손님이 반갑다고 공짜 술을 건네준다. 그런데 고향도 묻기 전에 관광버스가 시동을 건다. 아쉬운 작별의 정황에서 40년 세월의 서울 가든 유리창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그 자체를 날시(raw poem)로 포착하고 눈시울 흐른다고 언술하며 한국 주인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로 제시하고 있다.

배경 영상과 서사 언술이 결합해 제3의 텍스트성을 빚어내는 슬픈 수채화 같은 디카시다.

신정순 작가는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 되고, 《미주중앙일보》에 시, 《미주한국일보》에 소설이 각각 당선되었다. 현재 노스이스턴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교수이며 시카코 디카시연구회 공동회장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