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2_ 이상옥의 '연화산 진달래꽃-소월에게'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2_ 이상옥의 '연화산 진달래꽃-소월에게'
  • 뉴스N제주
  • 승인 2020.03.3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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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연화산 진달래꽃- 소월에게

가는 걸음마다
한 아름 흩뿌려 놓은 마음,
즈려 밟고 간다


[해설]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근자의 SNS 미디어는 사람들간에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는 초연결 사회의 현주소다.

디카시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디지털 매체의 산물이다. 디카시는 디지털 환경 자체를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자시와 달리 디지털 속성을 지니는 것이다. 한마디로 디카시는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을 비전으로 삼는다

디카시는 스마트폰 디카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을 찍고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곧바로 짧게 언술하여 영상과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SNS를 활용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것이다.

디카시는 착상, 성장, 초고 같은 일련의 창작 과정이 구분되기보다 하나의 프레임으로 압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자시는 착상, 성장, 초고의 창작 과정이 뚜렷이 구분되며 착상에서 초고 작성에 이르기까지 수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이에 비해 디카시는 극순간 예술로 시적 감흥인 착상이 문자시에서 말하는 시의 종자라기보다는 성장과 초고가 함께 배태된 시의 온 몸이라고 봐도 좋다.

인용한 자작 디카시 <연화산 진달래꽃-소월에게>는 디카시의 창작 과정의 전형성을 보여준다.

고향집 인근 연화산길을 오르다 진달래꽃이 떨어져 누운 것을 보고 갑자기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그 꽃이라고 생각되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서 가는 이에게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가는 길에 뿌리겠다는 <진달래꽃>의 애절한 언술은 바로 나를 겨냥한 것이라는 묘한 동일성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소월 시의 서정적 주인공인 여성이 뿌려 놓은 진달래꽃을 밟고 가는 잔인한 사람이었다.

연화산 산길 현장에서 곧바로 스마트폰 디카로 찍고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바로 언술하여 카페 ‘디카시 마나아’ 창작 디카시방에 올렸는데 잠시 후 조영래 시인이 “아… 그 길에 진달래 꽃이 피었나 봅니다.”라는 꼬리말을 달았다.

내가 체험했던 연화산길에서의 그 순간의 감흥을 조영래 시인과 거의 실시간 함께 공유한 것이다. 모든 디카시가 이와 같은 창작과 소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디카시가 지향해야 할 가장 빛나는 미덕이라 할 것이다.

-필자 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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