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8_ 한하나의 디카시 '이어달리기'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8_ 한하나의 디카시 '이어달리기'
  • 뉴스N제주
  • 승인 2020.07.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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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이어달리기

노오란 옷 입고
바통 들고 뛰는 너
끝자락의 다음
주자는 누구일까?

       -한하나

[해설]앞의 연재에서도 소개한 바대로 중국 위쳇계정 ‘우리민족 문학사랑방’에서 디카시기획집 『보찍스』를 지난 6월 30일 펴냈는데, 이 책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민족문학사랑방에는 지난 1년간 1,800여 편의 디카시가 발표되었다. 디카시사화집 『보찍스』는 그 중에서 57편을 선정하여 펴낸 것이다. 

우리민족문학사랑방은 한국인들도 속해 있지만 조선족 디아스포라의 모임이다. 중국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등 전세계로 흩여져 있는 조선족들의 커뮤니티인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디아스포라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한 것이었지만 근자에는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로 일컬어지는 재외동포가 750만이라고 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사회는 현재 현지인과의 결혼 비율이 60%가 넘는 등 정체성 유지를 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전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조선족 디아스포라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잘 지키고 있다.

필자가 지난해 조선족 자치주인 연길을 다녀왔는데, 연길은 어떤 측면에서는 지금의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많았다. 음식 등이 고유의 한국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속의 조선이라고 해도 좋았다. 중국 대륙문화에 흡수되지 않고 조선족 고유의 생활 풍습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한하나의 디카시는 우리민족문학사랑방이 펴낸 디카시사화집 『보찍스』에 수록된 작품이다. 한하나 씨는 중국 길림성 화룡에서 출생해서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8년째 거주 중인 조선족 디아스포라이다.

한하나 씨의 선대는 한반도에서 새로운 살 길을 찾아 중국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중국 길림성 화룡에 정착하여 한하나 씨가 태어나고 한하나 씨는 또 다른 삶의 길을 찾아 미국 캘리포니아로 갔다.

디카시 <이어달리기>는 조선족 디카시포라가 이국인 미국에서 쓴 디아스포라 디카시이다. 아름다운 노란 단풍이 든 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가운데 바통을 들고 달리는 너는 누구일까?

계절을 의인화하여 너라고 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가을에서 겨울로 또 봄으로 이어달리기를 하듯, 디아스포라인 한하나 씨 역시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또 미국으로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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