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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3_ 송찬호의 디카시 '맨드라미'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3_ 송찬호의 디카시 '맨드라미'
  • 뉴스N제주
  • 승인 2020.04.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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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맨드라미

혀를 잘못 씹어 말을 뱉어 놓았다
아니다, 말을 잘못 씹어
몇 덩어리 붉은 혀를 뱉어 놓았다.

-.송찬호

디카시는 두 가지 속성을 지닌다. 하나는 생활예술로서 대중적 성격이고 또 하나는 고급예술 혹은 본격예술로서의 전위성이다.

누구나 디카시를 창작할 수 있지만 모두 다 본격예술로서의 위의를 지니는 디카시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문자시는 한 편을 완성하는데도 오랜 창작자의 땀과 피가 요구되며 또한 오랜 기간 시적 수련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문자시 한 편 쓰기가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디카시는 극순간 예술로 순간의 집중성과 영감에 의존하여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문자시보다는 더 수련 기간이 길지 않아도 의외로 좋은 디카시를 창작할 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디카시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역시 좋은 시인이 먼저 되어야 한다. 좋은 시인이 좋은 디카시를 쓴다는 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의 한 분인 송찬호 시인의 디카시 <맨드라미>는 본격예술로서의 디카시의 위의를 잘 보여준다. 송찬호는 디카시집 『겨울 나그네』를 출간할 만큼 디카시 창작에도 열의를 지닌다.

송찬호는 디카시집 후기에서 “디카시 시집을 출간하는 기분이 새롭다. 디카시는 영상과 문자의 결합이다.

활자매체를 밀어내고 영상매체가 주된 소통의 방식으로 자리잡은 SNS시대에 디카시는 내게도 즐거운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내가 디카시를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문자언어에만 갇혀 있다가 영상언어를 만나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그리고 “디카시가 도래하는 문학의 새로운 양식임을 직감하고 이를 즐겁게 받아들여 쓰는데 힘을 쏟을 뿐이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송찬호 시인은 디카시의 미학에 정통하며 디카시의 본질에게 가장 충실한 본격예술서의 디카시를 쓰고 있다. 디카시 <맨드라미>는 ‘무의미의 의미’, ‘의미의 무의미’를 혀와 말의 관계성을 표상하는 맨드라미 꽃의 눈부신 환유로 드러내며 언어유희의 역설 또한 돋보이는 수작이다.

-필자 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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