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9_ 이정록의 디카시 '당신이 오신다기에'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9_ 이정록의 디카시 '당신이 오신다기에'
  • 뉴스N제주
  • 승인 2020.07.2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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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당신이 오신다기에

저는 둥근 방을 좋아하지만
아이들까지 온다기에 꾸며봤어요.
우리 사랑, 더 샾.
- 이정록

[해설]디카시는 남녀노소 누구나 향수하며 창작할 수 있는 생활문학으로서도 기능하지만, 일반 문자시와 마찬가지로 본격문학으로서 고도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고급 예술이다.

고급 예술로서의 디카시 역시 문자시와 마찬가지로 고도의 시적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는 힘든 난해성도 동반할 수가 있다. 

무릇 시는 고도의 고급 예술로서 대중들이 유행가 가사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는 베스트 셀러 류의 대중시와는 달리, 본격시의 경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작품의 품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시론적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 쉽게 소통되면서도 좋은 시가 있는가 하면 불통하는 좋은 시도 있는 것이다.

쉽게 소통되는 좋은 시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일반 대중과 불통하지만 좋은 시인 경우에는 그걸 향수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통찰력과 시론적 기반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백락이 중국 태항산 근처의 어느 작은 마을을 지나칠 때 어디선가 말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명마의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천리마의 재능을 지닌 명마기 비쩍 마른 몰골로 소금 수레를 끌고 있었다. 소금장수는 명마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백락은 "천리마가 이곳에서 소금 수레나 끌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 말을 내게 팔게나." 소금장수는 백락을 보는 눈이 없는 멍청이라고 비웃으며 헐값에 팔아버렸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백락상마’ 고사이다. 때로 시를 볼 때도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 같은 눈을 지녀야 한다. 소금장수는 자기가 소유한 말이 천리마인 줄도 모르고 헐값에 팔아버리는 우를 범했다. 복을 걷어차버린 꼴이다.

오늘 소개하는 이정록의 디카시 <당신이 오신다기에>는 2020 제13회 경남 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수여한 제6회 디카시 작품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이 발표된 계간 《디카시》에서 나는 먼저 보았다. 그런데 실상 이 작품을 그 당시에는 예사로 보아 넘겼는데,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나서야 그 진가를 알게 됐다. 당시 소금장수의 눈으로 이 작품을 본 것이 틀림없었다.

심사를 맡은 송찬호 김왕노 시인은 "제6회 디카시작품상으로 선정된 이정록 시인의 디카시 '당신이 오신다기에'는 디카시의 본질에 맞고 요즘 보기 드문 디카시의 수작이었다.

가족을 어우르는 따뜻한 마음이 시 한편에 가득 넘쳐났다. 보도블록을 보고 '더 샾(#)' 외치며 사랑을 한 차원 더 높여가는 디카시였다. '당신이 오신다기에' 작품은 디카시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라고 심사평에서 밝혔다. 두 심사위원은 과연 백락의 눈을 지녔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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