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디카시, 문학의 한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
이어산 "디카시, 문학의 한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
  • 뉴스N제주
  • 승인 2019.08.1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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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48) 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제주사랑문화포럼 단장

■ 토요 시 창작 교실(48)

□디카시와 문학 한류

'모슬포 바닷가의 춤추는 나무'(사진=이어산)
'모슬포 바닷가의 춤추는 나무'(사진=이어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류로 K팝을 꼽는다. 뿌듯한 자긍심을 가져도 될 만큼 세계적인 문화다.
문학에서의 한류는 있는가?

문학에서 몇몇 소설가와 시인이 국제적인 상을 받기도 했지만 시는 아직 세계 변방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학의 한류는 아직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원하여 세계적인 문학의 한류로 성장할 수 있는 시의 새로운 트렌드가 있으니 디카시(digital camera詩)가 바로 그것이다. OECD회원국 국민의 70%는 손글씨가 아닌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글을 쓰기를 한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바야흐로 '디지털 멀티언어'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멀티언어를 이용한 '디카시'는 2002년부터 시작하여 2004년 한국의 이상옥 교수(한국디카시연구소 이사장)가 그 개념을 정리한 디카시집을 세계 최초로 발표하고 '디카시 창작입문'이라는 책을 내면서 구체화 되었다.

이 디카시는 폭발적인 메니아층을 만들고 있는데 한국에서 발원한 문학의 한 장르로 이젠 중국, 미국, 인도, 독일, 일본 등 국제적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외국의 대학에서도 디카시를 가르치는 곳이 생겨나서 디카시 국제공모전이 열리는 등 그 지평을 세계로 넓혀가고 있다.

현재 '디카시'는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한글사전에 당당하게 그 이름과 개념이 올랐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으며 지난 6월4일 실시된 고등학교 2학년 전국단위 모의고사에 공광규 시인의 디카시 '수련잎 초등학교'가 지문으로 제시되고 3문항의 시험이 출제됨으로써 수능시험에도 출제될 가능성 때문에 고등학생들도 이제 디카시를 공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카시는 어떻게 쓰는 것일까?
한국 디카시 연구소에서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쓸 것을 주문한다. 제목을 먼저 쓰고 현장에서 포착된 사진을 넣고 다섯 행 이내로 시적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쓰라는 것이다.


   대기발령

   일찍 승진한 팀장님도 
   팀장 한 번 못해보고 명퇴한 차장님도 
   결국 같은 길로 갔는데 
   나는 누나닭집이라도 차려야 하나

      - 강 옥

디카시는 수천년을 언어의 감옥에 갇혀있던 문자시를 해방시킨 사건으로의 시다.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시상(詩象/Image)을 영상과 함께 1:1로 결합하여 SNS등으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현장성이 강조되는 새로운 장르다. 그러므로 사진이나 시의 작품성을 보는 것이 아니다.

위 작품에서 보듯 지나가다가 우연히 포착된 장면에 작가의 현재 시심을 결합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시나 일본의 하쿠와는 다르다. 작품성 있는 사진에 시를 덧붙이거나 시의 이미지에 맞는 사진을 붙이는 사진시(photo poem)나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에서 제일 짧은 한 줄 시 '하이쿠'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디카시를 한 편 더 보자.

   인생 / 조용숙

   거미야!
   너만 몰랐구나
 
   네가 밤새워 짠 그물에 걸려
   허부적대는 이가
   바로 너란 걸

      - 조용숙

디카시는 다섯행 이내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시상을 기억하는데 다섯행이 넘어가면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평론가는 다섯 행도 많기 때문에 두세 행으로 써라고 한다.

필자가 디카시에 대해서 강조하는 이유는 문자시로써 문학한류를 만들어 내기에는 우리의 섬세한 감성이 담긴 시를 제대로 번역해 내가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디카시는 현대인에겐 아주 적당한 문학양식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발원한 디카시가 세켸적인 것으로 커 가기가 아주 용이하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하이쿠 시인만 백만 명이 넘는다. 그들은 하이쿠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이 있고 실제 세계적인 문학으로 자리매김 했다. 우리의 '디카시'는 일본의 그것 보다 현대인들에게 더욱 친밀하고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엄청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학 한류의 자리에 디카시가 우뚝 서는 날이 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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