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인 "5행의 묘미, 디카시란 무엇인가?"
이어산 시인 "5행의 묘미, 디카시란 무엇인가?"
  • 뉴스N제주
  • 승인 2019.06.1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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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41)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41)

□디카시란 무엇인가?

이어산 시인. 평론가
이어산 시인. 평론가

아래 글은 필자가 시평을 썼던 장한라 시인의 디카시집에서 일부 발췌하여 게재합니다.

그동안 필자는 많은 시론을 소개했고 현대의 문자시는 자신의 숨겨둔 내밀한 비밀이나 일기장 속에 암호로 남긴 연인의 이름 같은 존재, 그것이 현대시가 추구하는 시 작법임을 강조해 왔다.

이런 시에 대한 오랜 인식에 일격을 가한 사건이 있었으니 ‘디카시’의 등장이 그것이다. 디카시가 등장하기 전에도 문자시(文字詩)에 사진을 덧붙이거나 사진작품과 문자시를 결합한 사진시(寫眞詩/photo poem), 또는 시사진시(詩寫眞詩/poetry photo)는 있었다.

이것은 사진이나 시의 작품성에 방점을 두고 그것을 보조하는 개념으로 사진이나 시가 쓰였다면 디카시는 이와는 다른 개념인 순간 포착된 장면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시상(詩象/Image)을 영상과 함께 1:1로 결합하여 SNS등으로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현장성과 즉물성이 강조되는 시의 새로운 장르다.

이제 디카시는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에도 당당히 그 개념이 등재되었는데 그대로 옮겨본다.

디카-시(←digital camera詩)
디카-시 「명사」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언어의 개념을 확장하여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멀티언어 예술’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글쓰기(멀티언어 글쓰기)가 일상화 된 현실에서 스마트폰 디카로 찍고 써서 SNS로 소통할 수 있는 디카시는 이제 시대의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기존의 문자시를 약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보완, 강화함은 물론, 세계적 예술의 한 장르로 당당히 자리할 것이고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중,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수록되어 명실상부한 문학의 한 장르가 된 것이다.

특히 지난 6월4일 고등학교 2학년 전국단위 모의고사 국어영역에 공광규 시인의 디카시 <수련잎 초등학생>이 출제되어 디카시 창작과정이 상세하게 소개되기도 했다.

디카시 두 편을 소개한다.  

꿈꾸는 흰나비

   장한라


   위로받지 못한 고통과 상처
   맺힌 한이 주먹 속에서 울고 있다

   맨발로 발 편히 딛지 못한 세월
   날개를 편다 남과 같은 세상으로

   잃어버린 소녀의 꿈, 날아오른다  

첫사랑이었다

   남 호


   잊으려 돌렸던 
   발걸음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열병(熱病)


순간 포착된 대상에서 떠오른 시상과 영상이 1:1로 결합된 날시(生詩)다. 많은 사람이 왜 굳이 디카시는 다섯 행 내에서 써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것은 사람의 평균적인 기억력에 근거한다. 즉, 떠오른 시상을 스마트폰 등에 옮겨 쓸 때 다섯 행 이상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디카시는 다섯 행 내의 짧은 시를 쓰는 것으로 정한 것이다.

디카시’의 들불이 붙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들불이 되어서 문학한류의 또 다른 현상이 돼가고 있음에 자긍심을 느낀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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