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시란 '비유+운율+관물론+상상+환상' 제대로 적용해야"
"훌륭한 시란 '비유+운율+관물론+상상+환상' 제대로 적용해야"
  • 뉴스N제주
  • 승인 2019.08.3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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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50) 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50)

□시인의 관물론(觀物論), 상상과 환상

바람과 바다(사진=이어산)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구절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을 바꿔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뜻이고 그것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상이 바로 동양의 시학(詩學)이다. “껍질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어 보라”는 것인데 이것을 관물론(觀物論)이라 한다. 말하자면 세상의 사물을 나타난 모양대로 읽지 않고 의미로 읽고, 감춰진 것을 읽는다는 뜻이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져야할 자세다.  

이렇게 사물을 보기 시작하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에서도 보물 같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이라면 ‘관물론’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면 안 된다.

좋은 그림은 사실적 묘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화가의 정신이 담겨야 하는 것처럼 시도 묘사보다는 시의 정신, 즉 시의 화자(話者)를 통한 진술이 있도록 하는 시작법을 중요하게 연마해야 한다. “잣나무를 그리려면 잣나무의 형상에 얽매이지 말라”는 말을 연암 박지원 선생이 이미 설파한 적이 있다.

시인은 세상을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를 이루는 두 개의 기둥인 비유와 운율을 무시하면 시의 본령(本領)에 다다르기 쉽지 않다. '운율'을 시를 잡는 틀(형상)이라 한다면 '비유'는 존재를 담는 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쓰는 자유시에는 시조와 같은 내재율(율격)이 무시 되지만 자유로운 외재율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의 호흡과 같아서 현대시라고 해도 낭송을 할 수 없는 시는 외재울도 없는 것이어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호흡을 못하는 사람과 같다.

   오늘 아침 나는
   배추벌레 한 마리가
   달리는 백마를 타고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걸 보았다
   실로 눈 깜짝할 새였다

   새의 부리가
   정신없이 배추 잎을 갉던 한 생을
   거뜬히 낚아채었다.

   - 최금녀, <부고> 전문

위 시는 ‘배추벌레’라는 시적 소재를 동원하여 “정신없이 배추 잎을 갉던 한 생”을 낚아챈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인생을 축약해 놓았다. 외재율이 있어서 낭송하기도 좋다.
위 시의 장면은 현실의 이야기를 연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가공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시는 현실에서 직접 경험한 것만 쓰지는 않는다.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현실과 개연성을 동원하여 상상적인 시를 쓸 수도 있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미지로 시를 쓰기도 한다.

위의 최금녀 시인의 시는 개연성이 있는 상상을 가공한 시로서 무릎을 치게 할 만큼 잘된 시다. 그러나 상상을 뛰어넘어 환상을 동원하면 더 좋은 시가 탄생하기도 한다. 즉 “그림 속의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렸다”와 같은 표현은 환상적 시다.

현대시에서 비유와 운율, 관물론과 상상, 환상을 제대로 이해하여 시에 적용할 수 있다면 시 작법의 90% 이상을 아는 것이고 훌륭한 시를 쓰는 사람이다.

-이어산, <생명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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