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쓰기, 나를 믿고 무조건 내편 되어줄 사람 만드는 과정"
이어산 "시쓰기, 나를 믿고 무조건 내편 되어줄 사람 만드는 과정"
  • 뉴스N제주
  • 승인 2019.07.06 03:31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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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44)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 강좌(44)

□내편이 되어줄 사람을 만드는 詩

가문동 해질녁(폰카사진 이어산)
가문동 해질녁(폰카사진 이어산)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사람을 만나기란 정말 어렵다. 왜냐하면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단 말인가? 아니다. 있다.

좋은 사람이란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내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들었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

내가 싫어서 차버린 사람도 누군가는 얼른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있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사람도 어떤 이에게는 아주 싫어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사람 관계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내가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관계나 나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을 해도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내 기대치에 못 미치거나 욕심 때문에 그럴 수가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 50%의 법칙"을 적용하면 웬만한 일은 다 이해되고 관계가 좋아진다. 내가 바라는 것의 반 만 좋아도 100%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도 밝아지고 내 삶도 즐거워진다.

시를 쓰는 사람은 감성적이고 예민할 수 있다. 감성적이라는 것을 잘 활용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상처를 입거나 스스로 상처를 만드는 경우들을 본다.

그러지 말자. 그런 사람은 스스로 소멸한다. 필자의 <생명시 운동> 본질은 시를 통하여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고 상대를 존중할 줄 알며 더불어 살아가는데 이바지 하는 시인이 되자는 운동이다.

좋은 시는 쓰는데 인간성 문제로 손가락질을 받는 시인이 있다면 그가 쓴 시는 가짜다. 시인은 인간관계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말글과 다투어서 말글이 이기도록 해야 한다. 물론 불의에 타협하거나 시류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라는 말이 아니다. 줄여 써서 진중하게, 새롭게, 겸손히 말하는 것이 시 쓰기이기 때문이다.

사람살이를 들여다보면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잘났거나 못났거나 모두 옹이를 안고 살아간다. 옹이가 많으면 나무가 뒤틀린다. 옹이 없이 올곧게만 걸어온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진짜 시인은 그 옹이를 남을 증오하거나 상처를 내는데 사용하여 같이 상처를 입고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진취적으로 되돌아보고 축약된 치유의 말글로 풀어놓는다. 그런 시는 사람을 위로하거나 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시의 산에는 곧은 나무보다는 뒤틀리고 굽고 처음 보는 모양의 나무가 많다. 살아가면서 맺힌 관계를 시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필자가 존경하는 함석헌 선생님의 시를 소개한다.
나를 진정 사랑하며 정말 나를 믿고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는가? 아내나 남편이나 자식, 부모 형제, 친구 중에서.....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너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뿐이야’ 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가라앉을 때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제 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전문


시 쓰기는 나를 믿고 무조건 내편이 되어줄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다. 나의 시는, 나의 삶은 그렇게. 

- 이어산, <생명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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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모갤러리 손계정 2019-07-11 22:17:29
어쩌면
우리 살아가는 일이
그 결결마다
제대로 된
옹이 하나 븥들고
아파하고
깊어지고
겸손해지면서
스스로를 완성시켜 가는 길이 이닐까
시란 그렇게 옹이 속에서
건져올리는
옹이꽃이 이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방촌신사 오흥국 2019-07-07 13:01:05
멋진 강의 감사합니다^^
시를 통한 사귐은 가슴이 열린 사귐입니다
시인의 마음이 늘 빈털터리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 사람' 하나 쯤 맘에 담고 살고싶습니다^^

항상 강건하소서!

이수 박시연 2019-07-07 10:14:39
옹이가 있어
소중함, 감사함을 깨닫는
과정들이라 여겨집니다.

상처가
아름다운 여밈을
이끄는 수레가 될 수 있을지도...!

고맙습니다.

녹음이 우거져가는
7월에 옹이의 깊은 향내를 배독하였습니다.

김혜주 2019-07-07 00:08:28
뒤돌아보았을때
빙긋이 웃어줄사람 있었던가
이유없이 외로운 날
서성이는 마음 알아줄사람 있었던가
우리는
이래서 글을쓰고
글로 위로 받는것 같습니다

제주의5등동 2019-07-06 22:05:56
시쓰기가 내편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말씀에 잔잔한 감동이 밀립니다.
일기를 쓴다는 일처럼 나의 심정으로 들어와 눕는
그 표현에 지난 시간이 일몰의 시간으로 다가섭니다.
앞으로의 모든 말이 내가 그 진실한 내편이 되는 글쓰기가 되었으면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