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를 미치도록 좋아한다면 당신은 이미 시인"
이어산 "시를 미치도록 좋아한다면 당신은 이미 시인"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9.04.06 00:41
  •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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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31)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이어산 시인
이어산 시인.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

□시가 안 될 때의 해결 법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책상에 앉아서 몇 줄 쓰다가 어느 지점에서 막히게 되면 도무지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거나 마무리가 되지 않아서 애를 먹을 때가 있을 것이다.

멋 모르고 시를 썼을 때는 오히려 잘 썼었는데 시에 대해서 조금 알고 나니까 오히려 시가 잘 안 되고, 시의 깊이를 알아 갈수록 쓰기가 겁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왜 이런 고통이 따를까?
여러 사람의 경험담과 필자가 겪어본 바를 종합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시를 잘 쓰려고 하면 시가 안된다.

대응책 : '잘 써야지'라는 마음이 강할 수록 시가 잘 안된다. 강박 관념을 버려라. 시는 잘 써야 좋은 시가 아니라 진솔하고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있는 것이 좋은 시다.

둘째, 머리로 쓰려고 하면 머리가 아프게 된다.

대응책 : 재미 있었던 일부터 써라. 이야기를 가슴에 그림처럼 그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필을 쓰듯 줄글로 라. 그렇게 써놓고 함축적으로 다듬어 가면 된다.

셋째, 시적으로 시를 쓰려고 하니 시가 안 된다.

대응책 : 시를 쓴다라는 생각을 버려라. 쓰고자 하는 대상과 대화를 하라. 사건의 주인공도 되어 보고 범인도 되어 보고 나무, 꽃, 길가의 돌 등을 의인화하여 대화가 될 때까지 말을 걸어라.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세밀하게 듣고 대답하는 마음으로 써라.
 
넷째, 빨리 시를 완성하려고 하니 시가 안 된다.

대응책 : 천천히 생각이 정리되면 써라. 유명 시인들도 몇 날, 몇 달에 걸쳐서 쓴 시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한다. 당신의 시를 못 봐서 숨 넘어가는 사람은 없다. 빨리 쓴 시 백 편 보다 제대로 된 시 한 편이 낫다.

다섯째, 제목에 맞게 시를 설명하듯 쓰려니 내용이 드러난 맹물 시가 된다.

대응책 : 제목에 함몰 되지 말라. 될 수 있으면 제목은 글을 다 써놓고 직설적인 연결이 아닌 이미지로 연결 되도록 붙여 보라. 이것은 계획없이 쓰라는 말이 아니다. 줄거리가 있게 쓰되 제목은 그 내용에서 직접 언급된 것 보다는 그 내용의 이미지에 맞게 붙이면 시가 훨씬 깊고 사유의 공간이 생기게 된다.

대략 위의 것들을 생각나는대로 정리해 봤는데 시는, 시 쓰기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부담없이 편지 쓰듯 자연스럽게 써라는 것이다. 결국 생명력 있는 시는 대상과 대화하듯, 세밀하게 관찰하여, 주변의 상황을 함께 느끼면서, 같이 숨쉬듯, 미사여구 없이 담담하게, 우리의 사람살이에 좋은 기운이 스며들듯 써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아무리 강조해도 시를 쓰는 본인에게 체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를 쓰는 능력이 처음부터 뛰어난 사람은 없다. 처음부터 시적 재능이 있다라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없듯 시적 감수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시로 옹알이 하는 단계와 혼자 몸을 뒤집을 수 있는 때가 있고, 혼자 앉거나 걷고 마음껏 뛰어 다닐 수 있는 과정이라는 것이 반드시 있다.

시가 자랄 수 있는 자양분도 흡수하지 못한 사람이 쓴 시는 혹 눈에 띄지 않을지는 몰라도 영양부족으로 인한 여러 가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과 같다. 물론 그런 시도 좋은 시로 기억 되는 시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상화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 불과하다.
   
"시를 미치도록 좋아하지 않고 시를 쓰려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버릇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독자를 넘어선 시인이 된 것이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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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권 2019-04-11 11:10:35
교수님의 말씀을 몸으로 읽으려 노력합니다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교수님의 거듭된 말씀 제목을 먼저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은 조금 몸으로 읽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생각이 떠올라 쓰다가 제목이 떠오르다 나중에 다시 바뀌게되고 어느정도 마무리 하고나서도 내용을 여러번 읽고 따지다보면 달라지면서 나중에는 내용도 조금 수정이 되곤합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열심히 써 보면서 깨지고 피나면 닦고 울며 또 쓰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류현정 2019-04-11 11:06:21
떡갈나무 숲속에 감춰진 옹달샘처럼 깊은 산속을 헤메는 목마른 나그네가 찾은 시원한 생명수 같습니다. 어쩜 이렇게도 저의 고민을 해결해 주시는지요. 시론은 평론가마다 다르다지만 제가 만난 이 시론이야말로 저에겐 맞춤입니다. 이어산 선생님을 잘 모르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이익준 2019-04-10 22:54:10
저를 들여다 보고 계신것 같습니다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김경화 2019-04-10 15:25:28
오늘도 귀한 강의를 접하고 행복한 포만감을 만끽하고 갑니다. 고맙고 감사해요.

주서진 2019-04-10 11:56:29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