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카타르시스를 감동적으로 풀어가는 사람이 진정한 시인"
이어산 "카타르시스를 감동적으로 풀어가는 사람이 진정한 시인"
  • 뉴스N제주
  • 승인 2019.04.27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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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34)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34)

□시적 감동과 카타르시스

이어산 시인. 평론가
이어산 시인. 평론가

모든 예술은 결국 그것을 대하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그러므로 감동 없다면 예술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니다.

특히 시는 더욱 감동을 목표로 하는 장르라고도 할 수 있으므로 우리가 일상 용어처럼 쓰고있는 '감동' 자체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시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과도 같다.
 
감동을 말할때 흔히 영어의 카타르시스(catharsis)와 같은 의미로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은 '순화' 또는 '깨끗케하다'라는 일반적 뜻과 함께 의학적 의미로는 '배설'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음식이 위에 너무 가득차서 불편함을 느낄 때, 이를 적절히 소화시켜 배설케 함으로써 신체의 균형을 되찾아 건강을 유지시킨다"는 뜻의 의학용어다. "불쾌감을 쾌적한 안도감으로 느낄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도 있다.

시에서의 감동이란 "일상적인 언어로 가득찬 세상에서 쾌적한 안도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느낌"이다. 일상적 용어란 보편적이거나 객관적인 것이다. 결국 시를 쓴다는 것은 일상적인 용어나 내용을 배설하고 얻은 시원하고 새로운 언어나 내용에서 얻는 쾌감이다.

이것은 보통 사물을 역설적으로 해석할 때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서 "이완용(李完用) 은 애국자다. 썩어빠진 조선을 망하게 했으므로" 또는 "매춘부는 성스런 박애주의자다"라는 표현을 소설가라고 불려졌던 마광수 시인이 했을 때 일반인들이 욕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역설로 세상을 바라보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시인이었다.

그래서 그가 타계하고 나서야 많은 평론가와 시인들이 "시대의 보편과 싸웠던 진정한 시인 한 사람을 잃었다"고 뒤늦은 탄식을 하기도 했다.

   낭만적으로
   술을 마시려고 하니
   배가 아프다

   낭만적으로
   담배를 피우려고 하니
   그 황홀한 연기 속에 묻혀
   근사한 고독을 즐겨 보려 하니
   목이 아프다

   낭만적으로
   사색에 잠겨 보려 하니
   그래서 은은한 관조를 배워 보려  하니
   근 3년째 계속되는
   치신경통(齒神經痛) 으로
   머리가 신경질 나게 쑤시다

   낭만적으로
   사랑을 해보려 하니
   정력에 자신이 없다

   그럼 섹스는 못 하더라도
   낭만적으로
   키스라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숭덩숭덩 빠진 이빨이 창피해서
   못 하겠다

      - 마광수, <낭만적> 전문

그는 시를 쓰면서 문학을 시작한 시인이다. 위 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신경질적인 울화를 배설'한 시다. 우리는 그의 시를 읽으면서 관념의 사치나 정신우월자적인 시를 배격하고 생에 대한 욕구의 역설적 글들을 써온 이력과 맞아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정서에는 여러 가지 정서적인 것으로 꽉차 있을 때가 많은데 슬픔이나 노여움, 성적 욕구나 답답함 같은 것들이다. 이것을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이것을 확 풀어버리는 것을  카타르시스라고 말할 수 있다.

진정한 시인은 이런 카타르시스를 감동적으로 풀어가는 사람이다. 이런류의 시를 써온 문우 지봉수 시인을 그래서 필자가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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