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34)
□시적 감동과 카타르시스
모든 예술은 결국 그것을 대하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그러므로 감동 없다면 예술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니다.
특히 시는 더욱 감동을 목표로 하는 장르라고도 할 수 있으므로 우리가 일상 용어처럼 쓰고있는 '감동' 자체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시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과도 같다.
감동을 말할때 흔히 영어의 카타르시스(catharsis)와 같은 의미로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은 '순화' 또는 '깨끗케하다'라는 일반적 뜻과 함께 의학적 의미로는 '배설'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음식이 위에 너무 가득차서 불편함을 느낄 때, 이를 적절히 소화시켜 배설케 함으로써 신체의 균형을 되찾아 건강을 유지시킨다"는 뜻의 의학용어다. "불쾌감을 쾌적한 안도감으로 느낄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도 있다.
시에서의 감동이란 "일상적인 언어로 가득찬 세상에서 쾌적한 안도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느낌"이다. 일상적 용어란 보편적이거나 객관적인 것이다. 결국 시를 쓴다는 것은 일상적인 용어나 내용을 배설하고 얻은 시원하고 새로운 언어나 내용에서 얻는 쾌감이다.
이것은 보통 사물을 역설적으로 해석할 때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서 "이완용(李完用) 은 애국자다. 썩어빠진 조선을 망하게 했으므로" 또는 "매춘부는 성스런 박애주의자다"라는 표현을 소설가라고 불려졌던 마광수 시인이 했을 때 일반인들이 욕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역설로 세상을 바라보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시인이었다.
그래서 그가 타계하고 나서야 많은 평론가와 시인들이 "시대의 보편과 싸웠던 진정한 시인 한 사람을 잃었다"고 뒤늦은 탄식을 하기도 했다.
낭만적으로
술을 마시려고 하니
배가 아프다
낭만적으로
담배를 피우려고 하니
그 황홀한 연기 속에 묻혀
근사한 고독을 즐겨 보려 하니
목이 아프다
낭만적으로
사색에 잠겨 보려 하니
그래서 은은한 관조를 배워 보려 하니
근 3년째 계속되는
치신경통(齒神經痛) 으로
머리가 신경질 나게 쑤시다
낭만적으로
사랑을 해보려 하니
정력에 자신이 없다
그럼 섹스는 못 하더라도
낭만적으로
키스라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숭덩숭덩 빠진 이빨이 창피해서
못 하겠다
- 마광수, <낭만적> 전문
그는 시를 쓰면서 문학을 시작한 시인이다. 위 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신경질적인 울화를 배설'한 시다. 우리는 그의 시를 읽으면서 관념의 사치나 정신우월자적인 시를 배격하고 생에 대한 욕구의 역설적 글들을 써온 이력과 맞아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정서에는 여러 가지 정서적인 것으로 꽉차 있을 때가 많은데 슬픔이나 노여움, 성적 욕구나 답답함 같은 것들이다. 이것을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이것을 확 풀어버리는 것을 카타르시스라고 말할 수 있다.
진정한 시인은 이런 카타르시스를 감동적으로 풀어가는 사람이다. 이런류의 시를 써온 문우 지봉수 시인을 그래서 필자가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