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공감없는 시란 독자에게 읽히지 않는 시"
이어산 "공감없는 시란 독자에게 읽히지 않는 시"
  • 뉴스N제주
  • 승인 2019.12.28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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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시 창작 강좌(66)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66)

□디카시와 시의 대중화 운동

하늘 뚜껑을 열고싶은 욕망
하늘 뚜껑을 열고싶은 욕망

사람은 삶에서 재미를 느끼거나 즐거울 때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의 다른 말이 재미라고도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시를 읽으면 독자는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독자에게 읽히지 않는 시는 재미없는 시다.

시 쓰기의 답은 뻔하다. 시는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발표하는 것이고 결국 읽히는 시는 재미있는 시다. 재미란 또한 공감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슬픈 시라도 공감이 되면 재미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언어는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시의 목적도 '의도의 전달'이다. 독자를 의식하지 않는 시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일방적으로 내지르는 막말이나 감정의 배설은 시를 망치는 일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언어를 다양하게 표현하여 마음속에 있는 것을 감동적으로 전달해야 시인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물론 시인의 서정적 충동을 글로써 명확히 전달하기는 어렵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이 언어의 불충분성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통되지 않는 시는 시로서의 생명이 곧 소멸된다.

소통되는 시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내용이 훤히 드러나게 되면 시적 감흥이 없어진다. 소통이란 시적 감흥, 재미, 공감을 전제한다. 말은 쉽지만 그렇게 쓰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문자 시는 시 공부에 얼마간의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는 제대로 쓸 수 없다. 이런 벽을 허물어 버린 문학의 새로운 장르가 바로 '디카시'다.

사물을 보고 순간적으로 어떤 서정적 감성이 떠오르면 현대인의 필수품이자 멀티문자 생활의 필기구와도 같은 폰카로 쓰고 찍어서 저장하거나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르다. 바쁜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문학 양식이다.

영상과 문자가 순간적으로 결합하는 형태이므로 사진이나 시의 작품성보다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시상이 날아가기 전에 잡아두는 현장성이 중요하다.

샌디고의 미향
샌디에이고의 미항

            샌디에이고 미항


     검푸른 바다 가로질러 
     낚싯대 하나 느낌표처럼 서 있다 
     입이 없이도 참 많이 말한다  
         - 김종회

한국디카시인협회장 김종회 시인(경희대 교수)의 디카시다. 디카시를 다른 말로 하자면 생활문학운동이자 시의 대중화 운동이고 누구나 시를  쓰고 영상과 결합할 수 있는 장르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트, 인스타그램 등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일반인들도 즐겨 창작할 수 있는 생활문학이라는 데서 기성 시인들의 전유물인 문자 시와는 다르게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매력과 확장성이 매우 큰 문학의 새 물결이다.

이제 디카시의 개념은 국어사전에 등재되었다. 중,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소개됨은 물론 지난 6월에 실시된 전국단위 고등학교 모의고사에도 공광규 시인의 디카시가 지문으로 제시되었고 3문항이나 출제되어 이제 학생들도 디카시를 배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문학한류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의 장르로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잘 알려진 시인들이 앞다투어 디카시집을 내고 있음도 눈여겨 볼만하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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