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기초 익힌 시짓기, 시적구성요소 흔들리지 않아"
이어산, "기초 익힌 시짓기, 시적구성요소 흔들리지 않아"
  • 뉴스N제주
  • 승인 2020.03.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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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토요 시 창작 강좌(78)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78)

□ 어제의 글쓰기와 오늘의 글쓰기

시인은 어제 쓴 시와 오늘 쓴 시가 달라야 한다.
시의 개념도 시간에 따라 변해야 한다.

"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같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 짓기의 답이다"라고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은 가짜다.

자기 인생의 경험이 정답과 같은 것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물론 인생에 있어서 사람의 기본은 갖추어야 하듯 시의 기본은 있다.

그 기본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람도 시도 제대로 되지는 않는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적 대상을 보는 눈을 크게 뜨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제의 사고에 머물러 있으면 시가 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술에서 기초 데생공부를 할 때 비례를 중요시 하고 사실적으로 옮기기부터 하지만 이 단계를 지나면 작가의 마음에서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 어떤 순간의 인상이나 특징을 재빨리 옮겨 그리는 크로키나, 대상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방법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시 짓기에서도 기초를 익혀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시적 구성 요소가 흔들리지 않는다.

이 단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 쓴 시들은 수준이 고르지 못하고 들쑥날쑥하게 된다.

어제 쓴 시보다 오늘 쓴 시는 무엇인가 새롭게 해석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소크라테스는 공시적(共時的/함께하는 시간이란 뜻)이거나 통시적(通時的/시간의 흐름에 따라란 뜻) 보편성을 주창했지만, 칸트는 선험적(先驗的/경험이전의 것) 감성(感性/받아들이는 능력)+지성(知性/받아들인 감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판정하는 오성적 능력 또는 정신)을 통합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것은 시 짓기의 기초인 다자를 일자로 만드는 능력이다.

유명한 사상가의 철학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데 하물며 우리의 시랴.
다음의 시를 한 편 보자.

식후 삼십 분에 하루 두 편씩의 시를
충분한 상념과 더해 삼키세요

삶은 하루에 삼십 분씩 짧아져
종내는 시간이 아닌 세상을 살게 될 것입니다

가슴에 시가 고이면
가방에 숨긴 말들과 서랍에 밀쳐둔 그대로

움싹이 웃자라 의지를 넘칠지 모르니
부디 복용법을 위배 하세요

혹여 북을 치듯 둥둥 글소리 울리면
그 소리 십자성에 이르러 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

부디 처방전을 버려
할 말들 머리에서 흘러내릴 가슴만 열어두세요.

- 김승 시인,<처방전> 전문

오늘 강의 주제와 맞는 내용이다.
시의 진중성과 상념을 통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다.

"이것이 진짜다"라는 처방전을 버리라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하루 두 편씩의 시를/충분한 상념과 더해 삼키세요"라고 하고 있다.
어제의 글쓰기와 오늘의 글쓰기를 달리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봄날의 귀가(디카시=이인철 시인)

주구장창 꽃을 가꾸느라
허리 한 번 펴지 못한 노곤한 일과
대포라도 한 잔 걸쳤는지
불콰해진 얼굴로 귀가길에 오른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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