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에서 상상력을 이루는 3대 요소=통찰+직관+감수성"
이어산 "시에서 상상력을 이루는 3대 요소=통찰+직관+감수성"
  • 뉴스N제주
  • 승인 2019.10.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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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55) 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55)

   □ 시에서 상상력을 이루는 3대 요소 

저하늘에 태양이 (폰카사진=이어산)
저하늘에 태양이 (폰카사진=이어산)

철학은 이성에 호소하지만 문학은 상상력에 호소한다. 상상력이 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는 통찰과 직관, 감수성이라는 세 가지다.

통찰(洞察/insight)이란 사물을 제대로 꿰뚫어 보는 능력을 말한다. 사물의 이름, 속성, 기원, 맛이나 색깔, 그 냄새까지도 알고 사물과 연관된 새로운 의미를 들춰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를 쓸 때 대상을 통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시가 살아있는 힘을 가진다.

통찰이 전체적인 개념이라면 직관(直觀/intuition)은 순간적인 개념이다. 대상에서 취득되는 순간의 상상력, 또는 영감이다. 직관의 능력을 기르는 방법은 일상생활 가운데서 시적 대상에 몰입하여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면 즉시 내 것으로 만들어야 그것을 살릴 수 있다.

머릿속에 두면 곧 그 이미지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직관을 살리는 최고의 방법으로 즉시 메모를 하는 습관이 권장 된다.

다음으로 감수성(感受性sensitivity) 이다. 어떠한 감동이나 인상적인 느낌, 또는 자극을 받아들이는 성향을 말한다. 감수성은 천성적이기도 하지만 연습으로 길러지기도 한다.

감수성을 기르는 방법으로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느낌이 올 때 그것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않고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아는 것, 음악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 감흥할 줄 아는 생활이 감수성을 키우는 방법이다. 감수성을 키워야 시가 부드러워지고 리듬이 살게 된다.


   내가 미친놈처럼 헤메는
   원성 들판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세상에 나온지
   한 달밖에 안 된!
 
   너 때문에
   이 세상도
   생긴지 한 달밖에 안 된다!

      -정현종, <송아지> 전문


위의 짧은 시 속에는 통찰과 직관, 감수성이라는 상상력의 세 가지 요소가 들어 있다. 시인은 송아지의 생태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미친놈처럼 허메는/원성 들판에서/이리 뛰고/저리 뛰고/세상에 나온지/한 달밖에 되지 안 된!'이라고 함으로써 통찰과 직관을 통한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시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적 감수성은 '너 때문에/이 세상도-생긴지 한 달'이라는 절창을 낳았다.

그동안 필자는 시의 제목이나 내용에서 시인의 의도가 너무 드러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것을 잘못 이해해서 난해한 시와 다의적인 시를 혼동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시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어렵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암시성을 갖도록 하라는 말이다. 좋은 시는 구체적인 형상(이미지)을 세우되 그 안에 시적인 암시가 서려있어야 한다.

또한 리얼리티(reality/실제성)가 부족하면 긴장감도 떨어진다.

시의 대상이 비록 허구의 이야기로 꾸민 구조라 할지라도 시적 정황이나 펼쳐지는 장면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하고 긴장감이 있도록 이미지와 연결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될 때 좋은 시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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