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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살아있는 시가 되게하는 법...詩 쓸 때 개인적 상징으로 쓰는 것"
이어산 "살아있는 시가 되게하는 법...詩 쓸 때 개인적 상징으로 쓰는 것"
  • 뉴스N제주
  • 승인 2020.01.18 0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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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칼럼(69)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교실(69)

□시의 두 기둥, 상징과 알레고리

시에는 상징이라는 기둥이 있다.  개인적 상징은 독창적이고 기발한 것일수록 그 작품성을 인정 받는다.

돈이나 훈장, 졸업장, 도로의 표지판이나 중앙선 등 ‘기호화된 상징’까지 합하면 인간의 삶이라는 게 상징의 숲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같은 존재다.

독일의 철학자 카시러(Ernst Cassirer)는 인간을 ‘상징적 동물’이라고 규정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말도 상징이다. 시란 그 언어의 상징성을 이용하여 새롭고도 독창적인 상징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상징은 그것과 연결되는 추리적 속성이 있어야 한다.

디카시=이수진'날아라 오징어'에서
디카시=이수진 '날아라 오징어'에서

예를 들면 ‘대나무’는 곧으면서도 사철 푸른 속성 때문에 ‘선비의 절개’ 라는 상징을 거느리고 있다.

‘대나무’를 원관념(Tenor)의 T라 했을 때 ‘선비의 절개’라는 해석은 보조관념(Vehicle)의 V에 해당한다.

‘아기는 천사다’라는 표현도 ‘아기’라는 T가 ‘천사’라는 V와 결합된 은유이다. 그러나 시에서의 상징은 1:1이 아니라 1:다(多)다.

인간사가 그렇듯 복잡 미묘한 것이 사람의 감정인데 한 가지로만 해석되지는 않는다.

시는 T를 보여주고 V의 가장 독특한 면을 발견하거나 T와V를 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독자에게 보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우선 상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개인적 상징(private symbol)과 대중적 상징(public symbol)이다.

개인적 상징은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독창성이 있는 것인데 반해 대중적 상징은 그 의미가 사회적으로 공인되거나 습관적으로 생각 되어지는 것을 말한다.

 은유가 단어나 문장에 사용되는 개념...
알레고리는 우화처럼 이야기 전체 등으로 훨씬 큰 범위를 지닌 개념

즉, 소나무ㅡ절개, 비둘기ㅡ평화, 십자가ㅡ기독교, 연꽃ㅡ불교, 아침 해ㅡ희망 같은 것이다.

그러나 대중적 상징은 이미 많이 알려져서 독창성이 없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시를 쓸 때에는 할 수만 있다면 개인적 상징으로 쓰는 것이 살아있는 시가 되게하는 방법이다.

이제 알레고리를 살펴보자.

알레고리(allegorein)라는 개념은 상징과 함께 쓰이는 표현장치다.

어떤 생각이나 사실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다른 대상에 빗대어 풍자적,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알레고리'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우의(寓意) 또는 풍유(諷諭)라고 한다.

알레고리란 단어의 어원은 일반적인 용례보다 더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록 다른 수사학적인 개념들과 유사하지만, 알레고리는 그 상세함에서 은유보다 길게 지속되고 더 충만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유추가 이성이나 논리에 호소하는 데 반해 알레고리는 상상에 호소한다. 

우화는 하나의 명확한 교훈을 가진 짧은 알레고리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유가 단어나 문장에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한다면 알레고리는 우화처럼 이야기 전체 등으로 훨씬 큰 범위를 지닌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의 시를 보자

   이 바람의 냄새를 맡아보라
   어느 聖所를 지나오며 품었던 곰팡내와
   오랜 세월 거듭 부활하며 얻은 무덤 냄새를
   달콤한 장미향에서 누군가 마지막 숨에 머금었던 아직 따뜻한 미련까지
   바람에게선 사라져간 냄새도 있다
   막다른 골목을 돌아서다 미처 챙기지 못한 그녀의 머리 내음
   숲을 빠져나오다 문득 햇살에 잘려나간 벤치의 추억
   연붉은 노을 휩싸인 저녁
   내 옆에 앉아 함께 먼 산을 바라보며 말없이 어깨를 안아주던 바람이
   망각의 강에 침몰해 있던 깨진 한 조각을 끄집어낸다
   이게 무언지 알겠냐는 듯이
   바람이 안고 다니던 멸망한 도시의 축축한 정원과
   꽃잎처럼 수없이 박혀 있는, 이제는 다른 세상에 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전혀 가 본적 없는 마을에서 피어나는 밥 짓는 냄새가
   그런 알지도 못하는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에도
   도무지 이 바람이 전해 준 한 조각 내음의 발원지를 알 수 없다
   먼 혹성에 천 년 전 피었던 풀꽃 향이거나
   다 잊은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살내거나
   길을 나서는 바람의 뒷자락에선 말라붙은 낙엽 냄새가 흩날렸고
   겨울이 시작되었다 이제 봄이 오기 전까지
   저 바람은 빙벽 속에 자신만의 제국을 묻은 채 다시 죽을 것이다
     - 윤의섭,<바람의 냄새>전문

위 시는 계간<시와편견> 공동주간인 윤의섭 시인(대전대학교 교수)의 시인데 상징과 알레고리의 전형(全形)을 보여주고 있다.

‘바람의 냄새’에 나오는 시어들은 일상적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독창성이 베여있는 개인적 상징이다.

'바람의 냄새'는 '바람'이라는 원관념을 '냄새'라는 보조관념으로 쓴 시인데 알레고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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