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칼럼](20)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어른과 꼰대
[김택남 칼럼](20)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어른과 꼰대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3.09.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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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김택남 자서전]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김택남 회장, 한가위 맞아 인사

어른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린이와 어른은 같은 '어'로 시작되지만 성장의 차이로 구분될 수 있겠다.

대부분 다 자란 성인을 어른으로 여기지만 지위나 나이, 항렬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을 일컬을 때도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다.

그 중에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을 꼰대스럽다고 하는데 꼰대는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은어로 '노인, 늙은이'를 지칭한다.

나이가 들어도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에 적응하며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 한마디로 멋쟁이가 되는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나만 변하지 않고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을 고집스럽게 외치며 가르치려 한다는 것은 요즘 이치에 조금은 뒤떨어진 느낌이다.

뉴스N제주가 창간 5주년을 맞아 마련한 '김택남 칼럼' 제20탄의 주제는 바로 '어른의 의미'다. 

지금 제주에는 어른들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어른들을 위하는 풍토가 되어 있지않고 이기주의로 인해 자기제일주의 시대로 온 느낌이다.

과거에는 어려운 일이 있으면 경험 많은 어른이나 종교인들을 모셔서 의논하고 경청하며 미래를 설계하며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지만 오히려 내 편이 아니면 모든 사람은 적으로 매도하는 경향도 보인다.

이런 상태로 가정이나 사회, 기업, 제주 혹은 국가가 하나로 나가기는 어렵다.  어른들이 나서야 되는데 어른들이 없는 것이 아니고 나서질 않는다고 본다. 결국 지금 힘이 있는 사람들이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리를 깔아 놓아야 어른들이 움직인다. 사회가 그렇게 됐다. 어른들이 나서면 꼰대로 낙인 찍으려고 미리 준비하는 형태로 우스운 형국이 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어른들이 한마디가 통용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가 경직됐다는 반증이다. 그것은 결국, 집안싸움이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고 어느 경제인은 말했지만 지금은 집안에서 싸울 때가 아니고 밖으로 눈을 돌려 하나로 뭉쳐야할 때라고 생각된다.

지금 아시안게임이 펼쳐지며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하나로 뭉쳐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데 그냥 집안에서 서로 전쟁을 치르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김택남 회장은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세상의 크기가 내 꿈의 크기를 결정한다.
경험 많은 어른들의 조언이 스승이다.
당신은 어떤 비전을 가졌는가!
꿈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어떤 생각과 미래를 꿈꾸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 김택남

너무나 빨리 달려 왔다.
자전거로 달리던 시대에서 자동차로 달리는 시대로 와서 속도가 몇 배나 빠르게 달려온 것이다. 다시 자전거의 시대처럼 생각이나 마음은 여유를 갖고 화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업무 추진이나 과정, 결정은 자동차 속도처럼 빠르게 해도 상관없지만 자전거 뒷좌석에 사랑하는 사람이 탄 것처럼 천천히 둘이서 바퀴를 굴리는 동행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분위기, 여건, 환경을 만드는 것이 힘을 가진 자,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추석 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고는 일만 치르고 다들 주위에 카페나 나들이 가기에 여념이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제각각 만남을 통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른들도 함께 어울리며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제주는 예로부터 이웃집에 떡 하나 나눠주는 아름다운 풍속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눠줘도 대문도 높고 줄려고도 하지 않는다. 시대 변화지만 제주의 미덕은 바로 대문이다. 대문이 언제부터 높게 만들고 있는지 이걸 부수는 일부터 하면 마음이 여유로와 진다. 

생각의 차이다. 

김택남 회장이 과거 서로 경쟁자였던 김태환, 우근민 지사를 화해시킨 일화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과거 정치할 때 앙숙이면서 경쟁자였던 두 분을 화해로 만들면서 어른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헝클어진 사회, 과거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추석으로 인해 말 못할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제 각각 위치에서 좋은 일들을 하고 있는 것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분들이 더 많이 세포분열처럼 퍼져 아름다운 제주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넉넉한 보름달이 있는 추석 명절을 기점으로 우리 마음도 모난 직선보다 둥근 마음으로 늘 풍만했으면 좋겠다.

김택남 칼럼을 통해 내 마음의 변화를 시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바랍니다.[편집자 주]

한림읍 월령리 전경(김택남 회장의 고향)
한림읍 월령리 전경(김택남 회장의 고향)

공자가 길을 가다가 그물로 참새 잡는 사람을 만났다. 그가 잡은 참새를 보니 전부 부리가 노란 새끼 참새였다.

공자가 물었다. "어째 큰 어른 참새는 한 마리도 없소?" 새 그물을 당기던 사람이 말했다.

"어른 참새는 생각이 많고 의심이 많아 잡기가 힘들어요. 반면 어린 새는 성급하게 눈앞의 먹이에 달려드니 쉽게 잡을 수 있죠.”

'제주에는 어른이 없다'라는 말을 고향에 돌아와 자주 들었다.

어쩌면 어른이 없는 게 아니라 경험과 지식이 있는 어른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이전에는 어떤 일이 생기면 지역의 어른을 모시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경험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런 문화가 무시되고 있다. 일부 지도자와 관리들의 오만과 독선이 어른의 경험과 지혜를 존중하는 문화를 독단과 불통의 문화를 만든 게 지금의 현실이다.

성인이 되는 법적 나이는 만 19세다. 하지만 뇌신경을 연구하는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사물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뇌는 20대에도 계속 자라며 대부분 사람이 30대 이전에는 완전한 어른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른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보통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질 만큼 성숙한 사람을 말한다. 그런 기준이라면 30대는 고사하고, 40·50·60대도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이 정말 많다.

오랫동안 중국을 지배한 주나라의 기운이 쇠하자 지방 제후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었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할 때까지의 춘추전국시대다. 다섯 명의 제후가 막강했다.

춘추오패 즉 제, 진, 초, 오, 월이다. 제의 제후 환공에게는 관중이라는 명재상이 있었다. 병이 든 관중이 자신의 후임으로 추천한 사람이 습붕이다. 환공이 관중과 습붕을 모두 데리고 소국 고죽을 토벌하러 갔을 때 이야기다.

봄에 시작된 전쟁이 겨울에야 끝났다. 귀국길에 지름길을 찾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 혹한에 식량까지 부족하여 병사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했다.

“이런 때는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니 과연 큰길이 나타났다.

다시 제나라로 돌아오던 중 이번에는 물이 떨어져 병사들이 심한 갈증에 시달렸다.

그러자 습붕이 말했다.

"개미는 여름에는 산 북쪽에 집을 짓지만, 겨울에는 산 남쪽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삽니다. 흙이 한 치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속 일곱 자쯤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입니다."

군사들이 산을 뒤져 개미집을 찾고, 그 아래를 파보니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누군 더 먹고, 누군 덜 먹고 하지 않는다. 나이만큼은 모두 공평하게 먹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두 부류의 '어른'으로 갈라진다. 먼저 관중과 습붕 같은 어른이다.

나이만큼 많은 일을 겪으면서 경험과 생각이 쌓인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오히려 섬세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더 배우고 더 익힌다. 지난 경험을 기반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올 변화를 예측하고 전망하기도 한다.

이런 논리다. 과거에는 이랬고, 현재는 이러하니, 아마 미래는 이렇게 전개되지 않을까? 단순히 지식이나 경험이 많다고 이런 사고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식은 머리로 배우고, 지혜는 나이로 체험한다. 관중과 습붕 같은 어른은 많지 않다.

나이만 많다고 무조건 인생 경험과 지식이 더 많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사고방식이 깔때기처럼 좁아진다.

오히려 나이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데 제약이 된다. 변화하기를 거부하고 틀에 갇혀 스스로 고립된다. 그러면서 숫자에 불과한 나이와 이전의 지위를 앞세우는 흔히 말하는 '꼰대' 같은 어른이다.

한 언론사에서 어떤 사람이 '꼰대 같은 사람이냐?'는 설문조사를 했다. 가장 많은 게 이기주의, 우월의식, 아는 척 위해 주는 척, 있는 척,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나이를 강조하며 남의 경험과 의견은 잘 안 듣는다. 자신의 판단과 경험이 무조건 옳다고 우기는 이런 어른들이 나라와 사회를 어지럽게 만든다.

나는 시류에 편승한 책보다 시공을 뛰어넘는 옛 현인들의 생각과 말을 전하는 고전을 많이 읽는다. 그런 책을 읽다 보면 자주 한숨이 나온다. 왜 진작에 이런 책을 안 읽었을까! 그래도 다행히 내가 그동안 결정적인 큰 실수는 하지 않았다.

군데군데 좌우 회전을 잘못하거나 웅덩이를 과감하게 뛰어넘지 못한 지점은 더러 있다. 그런 아쉬움과 반성만큼의 지식과 경험이 쌓인다. 생각과 시각이 좀 더 넓어진다.

얼마 전에 하나, 두나, 태호에게 <말공부>라는 책을 한 권씩 나눠줬다. 태호가 다 읽었다기에 감상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사람과 옛사람 생각의 차이라고 할까요? 지금 우리에게는 배려와 베풂이 없는 것 같아요."

책을 읽고 혹은 누군가의 말을 듣고 무언가 힌트나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은 '연습'이 된다. 어떤 분야든 연습이 큰 성취를 낳는다. 각 분야의 대가들에게 비결을 물으면 십중팔구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0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독일 피아니스트 빌헬름 바크하우스가 연주를 끝내고 인터뷰를 요청한 음악 잡지 기자와 만났다.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자서전 출판기념식 및 청년창업자들과 북콘서트 개최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기자가 물었다. "선생님, 연주하지 않으실 때는 주로 무엇을 하십니까?" 바크하우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연주하지 않을 때는 연습하지." 그때 바크하우스의 나이가 84세였다.

내가 젊었을 때 나에게 '어른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이 없었다.

나는 내가 듣고 배우고 체험한 것을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다.

둘레길을 걸을 때 같이 걷는 임원들에게 '공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대부분 건성으로 듣는다. 아마 속으로 “또 그 이야기예요?"라고 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뛰어난 혁명적 성취라고 해도 그 지혜가 조직 안에서 실행될 때만 그 유산이 이어진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말했듯이 나는 나의 '연습'이 천마에 스며들기를 원하지만, 임직원들은 여전히 건성이다.

나는 최소한 내 아이들과 천마 가족에게만이라도 내가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들려주고 싶다.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그 어떤 임직원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생각하고 노력한다.

여기저기서 '고정관념을 탈피하라', '인식의 틀을 깨라', '발상을 전환하라', '변화를 따라가지 말고 변화를 끌어당겨라' 같은 멋있는 말들을 써먹는다. 하지만 대부분 말뿐이다.

방법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방법은, 새로운 것을 공부하면 된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면 이전의 묵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밀려 사라진다. 간단하게 말해 '탈 학습'이다.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사람을 '오지랖이 넓다'라고 한다. 아이들은 사사건건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부모님을 오지랖이 넓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모가 되고, 조직의 CEO가 되자 부모님들의 넓은 오지랖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젊은 나이만큼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꾹꾹 참았다가 더 이상 참기 어려울 때 얘기해 주지만, 역시 건성이다.

나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이를 먹고 있다. 그럴수록 내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도 가끔 생각하게 된다. 문득 나는, 나를 위해 산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늘 내 가족, 내 부모와 형제를 생각했다.

사업가가 된 후에는 임직원과 그들의 가족을 생각한다.

내 인생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남은 인생도 나보다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겠지만, 최근에 그 누군가의 범위를 놓고 많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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