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칼럼](11)희망과 성공의 차이 ... 기러기의 비행
[김택남 칼럼](11)희망과 성공의 차이 ... 기러기의 비행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3.07.29 0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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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김택남 자서전]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뉴스N제주가 창간 5주년을 맞아 마련한 '김택남 칼럼' 제11탄의 주제는 바로 '임직원의 창조적인 역할'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혁신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업무 자동화 기술은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업무 자동화 기술은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는데 이로 인해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인력을 절약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람들이 처리해야 했던 업무들이 자동화되면서, 직원들은 보다 창조적인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최근에 삼성폰을 쓰다가 아이폰으로 바뀌면서 애를 많이 먹었다. 기능이 완전 달라서 하나하나 배우지 않으면 전혀 사용할 줄 모른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씩 배우고 있다. KBS 퇴직해서 요즘 영상을 만들면서 재미있게 살고 있는 70살 넘은 선배 형님의 말이 '놀면 뭐하냐'라는 말에 충격받고 열심히 기능을 배우고 있다.

하여간,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나타난다. 즉,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언제 날아갈 지 모르는 불안감이다. 

이러한 직원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기업은 대처방안으로 직무교육을 하면서, 자동화된 업무에 대한 이해와 창조적인 업무 처리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에 반해 직원들도 업무 자동화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보다 중요하고 창조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매일 과거의 일처럼 반복되는 세상은 없다. 그것은 변화에 대처하는 방안인 것이다. 

즉, 회사가 잘 되려면 직원들이 재창조적이어야 한다. 직원들도 경영자의 마인드를 가져야만 업무효율성이 높아지고 신뢰감이 더 생기는 것이다.

열아홉 살, 제주를 떠날 때 나는 바다처럼 푸른 청춘이었고, 그보다 더 푸른 꿈을 꾸었다.
그 꿈은 천형처럼 주어진 가난을 펼쳐내고 우리 가족들이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도전과 양보'라는 날개로 힘차게 날았다.
-김택남, '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에서

매번 말하지만 '재창조'라는 단어는 're+creation'의 의미다. 이 단어를 더 살펴보면 바로 '레크레이션', '휴양', '오락'이라는 의미가 있다.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람, 상황에서는 재창조가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 오락, 노는 것도 잘하는 사람이 재창조가 일어난다는 의미다.

점점 넓은 무대에서 가려고 꿈을 꾸어야 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시간'이다. 정해진 시간동안 살아야 하는 것. 강한 두 다리로 걸으면서 살아갈 날은 몇 살까지인지 고민한다면 답은 나오는 것이다. 

100살, 90살, 80살이 최고 수명 목표로 생각한다면 지금 나이를 빼면 남은 인생이 되는데 그 안에 우리는 무엇을 채울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김택남 회장은 말하고 있다.

"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한다면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최고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무한경쟁사회에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 재창조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인생,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빌면서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기러기의 비행

선박 수송 체계가 안정되지 않았던 60년대에 취급이 어려운 LPG를 선택한 천마는 근 40년간 시장을 독점했다. 2005년이 되어서야 경쟁사 제주미래에너지사가 나타났다.

오랫동안 시장을 선점한 천마는 다소 느슨했던 영업조직과 매뉴얼을 조여주기만 하면 됐다. 시장은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경쟁사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경쟁시장이 되면 유리한 점도 있다. 가령 '메기 효과' 같은 것이다.

수조 안 미꾸라지를 싱싱한 상태로 오래 살려 두려면 메기를 한마리 넣으면 된다.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미꾸라지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미꾸라지들이 오래 싱싱하게 살아 있는 이득에 비하면 메기가 잡아 먹는 미꾸라지는 하찮은 손실이다. 누가 메기이고 누가 미꾸라지를 따지지 않고, 경쟁 구도가 되면 그런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김봉학 대표가 갑자기 쓰러진 후 천마물산에는 리더가 없었다. 리더 부재의 손실도 간단하게 '메기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메기가 없는 수조의 미꾸라지들은 게을러지고 나태해진다. 활발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미꾸라지 집단은 병들고 허약한 조직이 된다. 그런 미꾸라지들은 사사건건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나 따진다.

새 사주는 보통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을 시행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인적 청산이나 감원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도 있었다. 그렇다고 나태한 조직을 오래 방치할 수는 없었다. 인적 조정 대신 시스템 조정을 시작했다.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여 본사와 현장을 데이터로 연결했다.현장의 판매량과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데이터를 수집,관리, 분석하고 원격으로 현장을 관리함으로써 일종의 '메기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 현장 직원들의 의식과 태도 변화를 유도했다.

그동안 본사 영업담당이 모든 영업을 관장했다. 사업소 소장들에게 일방적인 지시 사항만 전달했다. 소장들은 마치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들처럼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 지시 사항만 내려주는 본사에 대해 너희들이 그렇게 잘났으면 멋대로 해봐 우리는 뒷짐만 지고 있을 테니 하는 식이었다.

본사 영업담당이 행사하던 권한과 역할을 소장들에게 나눠주었다. 소장들이 직접 거래처를 방문하고, 거래처의 사정이나 요구 사항을 듣고 취합하여 본사에 전달해 달라고 했다. 본사에서는 거래처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쪽으로 시스템을 고쳐나갔다.

그러자 그동안 소극적이던 사업소 소장들이 '코이잉어'처럼 변했다.
코이잉어는 어항 안에서 키우면 보통 10cm 정도만 자란다. 좀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수족관이나 연못에서 키우면 20~30cm까지 자란다. 강에 방류하면 무려 1m 넘게 자란다.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성장의 속도와 크기가 달라진다.

이전에는 두어 명의 본사 영업담당자가 판매전략을 수립했지만 현장소장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며 다양한 판매전략을 수립하고, 목표의식을 공유했다.

본사 직원들도 각 현장 거래처의 현황과 움직임을 알기 위해 현장소장들과 수시로 대화하고 소통했다. 마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본사와 현장소장 사이의 장벽이 사라졌다.

눈에 띄게 변화가 나타나자 어항에서 놀던 천마를 연못으로 더 나아가 강으로 끌어내기로 했다. 신사업을 구상했다. 단일사업 기업은 배기통이 하나인 자동차 같다. 신사업 즉 배기통을 하나 더 장착하면 더 안정되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천마물산을 인수하고 1년 후 건설사업을 새로운 배기통으로 장착했다. 주변에선 신사업이 왜 하필 건설이냐며 불안해했다. 그 무렵 건설시장이 무척 나빴기 때문이다.

신사업 추진은 흔히 말하는 사업다각화다. 다각화는 회사의 기존 사업과 연관된 관련 다각화'와 연관성이 없는 '비관련 다각화'가 있다. LPG 유통업과 건설사업은 겉으로 보면 비관련 다각화이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관련 다각화였다.

천마물산은 오랫동안 위축된 회사의 사세부터 펴줄 필요가 있었다. 방어에 급급하던 이전과는 다른 공격적인 경영이 필요했다. '수비가 없는 곳에 신규 충전소를 공격적으로 신설하기로 했다.

윌리 킬러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뛴 야구선수로 키가 무척 작아 주로 단타만 쳤지만 생애 통산 타율이 3할 4푼 1리나 됐다. 44 게임 연속안타 등의 대기록을 세우고 1939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높은 타율 비결은 간단했다. 수비가 없는 곳으로 공을 칠 것.

나는 건설회사의 신설과 천마물산의 충전소 확장을 연결시켰다. 신규 사업으로 기존사업의 확장을 지원한 것이다. 최근에 급부상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네트워크 효과를 나는 이미 그 시절에 생각한 셈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설명은 복잡하지만 나는 간단하게 이해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인프라 또는시스템을 만드는 것.

2008년 1월 11일, 천마종합건설을 신설했다.

천마종합건설은 그해 5월 천마물산의 표선충전소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내가 그렇게 유기적으로 사업을 끌고가자 천마물산 임직원들이 더욱 분발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그때까지도 천마물산을 인수한 새 투자자들이 천마물산을 재매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천마 직원들 사이에 다른 투자자는 몰라도 나는 절대 천마를 재매각하지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그들은 나를 천마의 완전한 리더로 인정하고, 나의 사업 구상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션 디민 · 마이클 디민 부자는 토바고Tobago, 서인도제도 남쪽 끝에 위치한 섬에서 어부들이 잡은 수 톤이나 되는 물고기들이 그냥 썩히는 걸 보고, 씨투테이블 SeaToTable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그들은 싱싱한 물고기를 뉴욕 맨해튼, 시카고 등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공급하기로 하고, 어부의 고깃배에서 레스토랑까지 24시간 이내로 공급하는 비즈니스를 구상했다.

디민 부자는 그렇게 하면 가난한 어부들이 잡은 물고기를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비전을 세웠다. 하지만 정작 어부들은 디민 일가가 물고기를 시세보다 비싼값에 사겠다고 제안했을 때 속임수라고 의심했다. 그러나 허무맹랑해 보이던 구상이 실현되자, 어부들도 디민 부자의 비전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그런 일들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다 보면, 미래의 변화나 움직임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있다.

국내외 건설시장은 부침은 있지만 전체적인 그래프는 상승세였다. 예상한 대로 천마물산에 필요한 건설 물량을 소화하면서 기다리자 건설시장이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원유 및 가스 생산량이 197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자, 대다수 미국 에너지회사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반면 텍사스주에서 미첼에너지사를 운영하던 조지 미첼은 텍사스주에 매장돼 있던 셰일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셰일층 개발은 채산성 문제로 다른 에너지회사들은 모두 손을 든 상태였다. 미첼은 시추 때 사용하는 젤이나 질소폼 대신 모래를 섞은 물을 사용하여 채산성 문제를 극복했다. 17년 간의 연구 끝에 일군 성과였다.

미첼이 경제적인 셰일가스 개발에 성공하자 다른 미국 에너지사들도 셰일가스 개발에 뛰어들었고, 세계 에너지산업의 판도가 중동에서 미국으로 넘어왔다.

CEO의 역할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신 같은 창조자가 아니다. 디민 부자나 미첼처럼 기존의 시장과 구조를 바꿀 만한 '다른' 아이디어나 기회를 찾아내 조직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역할을 언제까지나 CEO 혼자 다 감당하기는 어렵다.

기러기는 따뜻한 곳과 먹이를 찾아 1년에 1만km 이상을 비행한다. 길고 긴 장거리 비행을 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V자 대형으로 날아간다. 맨앞에서 날아가는 기러기가 공기의 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다.

뒤쪽에서 날아가는 기러기들은 혼자 날 때보다 공기의 저항을 70% 이상 덜 받는다. 맨앞에서 날던 기러기가 지치면 뒤쪽의 기러기와 자리를 바꿔 체력을 보충한다. 기러기 혼자 그 먼 거리를 날 수는 없지만, 교대로 앞뒤 순서를 바꿔가며 끌어주고 밀어주며 그 먼 거리를 무사히 날아간다.

초나라의 항우는 지덕체를 겸비한 불세출의 영웅이었다. 한나라의 유방은 동네 한량 출신이었다. 그러나 중국을 통일한 것은 항우가 아닌 유방이다. 항우는 자기의 지식과 능력을 믿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반면 유방은 부하에게도 의견을 묻고 적극 수용했다.

중국의 사상가 한비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삼류의 리더는 자기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의 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고, 일류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

'기러기의 비행'과 '유방의 리더십'을 연결하면 지식사회에서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와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몸으로 움직이는 산업사회에서는 직원들의 할 일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상사가 일거리를 결정하고 지시했다. 머리로 움직이는 지식사회는 다르다. 임직원 즉 지식근로자들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최고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

얼마 전에 천마그룹 건설 부문의 한 젊은 여직원이 수십 억원짜리 신규 관급공사를 따냈다. 입사한지 일년이 채 안 되는 직원이 자신이 맡은 업무 외에 공사 입찰도 해보겠다고 자청했다. 상사는 그녀를 믿고 중요한 업무를 맡겼다.

그러면서 우스갯소리로 "너 사고치는 거 아니지?"라고 했는데, 며칠 후 그녀가 진짜 사고를 쳤다. 무려 320여 개 건설회사가 입찰에 뛰어든 공사를 따냈다. 입찰에 참가하는 것은 약간의 기초적 공식과 방법만 알면 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낙찰 못받는 건설업자나 건설업체가 수두룩하다. 기술보다 행운이 많이 따라줘야 하는데, 그녀는 스스로 기러기의 비행에서 자진하여 앞으로 나섰고, 엄청난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많은 조직원들이 자신의 고정된 업무 외에는 다른 할 일을 찾지 않는다. 누군가의 지시나 의뢰가 들어와야 마지못해 움직인다. 스스로 관찰하고 생각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기보다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처리한다.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조직 생활을 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시나 의뢰가 없어도 스스로 할일을 찾고, 그 과정이나 결과가 개인이나 조직에 도움이 되면그게 흔히 말하는 창조다.

창조적인 일이 크게 어렵거나 대단한게 아니다. 뭐든 가까운 곳에 해답이 있다. 그 직원의 창조적인 발상과 행동은 특히 기러기 편대의 맨앞에서 날아가는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된다. 그런 임직원이 좀 더 많았으면 한다. [다음주에 계속]

ceo 김택남
ceo 김택남

◇리더십과 팔로우십

기러기는 따뜻한 곳과 먹이를 찾아 1년에 1만km 이상을 비행한다. 길고 긴 장거리 비행을 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V자 대형으로 날아간다. 맨앞에서 날던 기러기가 지치면 뒤쪽의 기러기와 자리를 바꿔 체력을 보충한다.

기러기 혼자 그 먼 거리를 날 수는 없지만, 교대로 앞뒤 순서를 바꿔가며 끌어주고 밀어주며 그 먼 거리를 무사히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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