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칼럼](16)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 CEO 수업료
[김택남 칼럼](16)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 CEO 수업료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9.02 0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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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김택남 자서전]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잭 웰치 전(前)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1990년대 후반 “후배에게 직접 인터넷 사용법을 배우며 멘토를 삼으라”고 제시했다.

이 말은 당시에 파격적이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일은 선배로부터 배우면서 직장생활 하던 풍토에서 후배에게 배우면서 하라고 했으니 역발상이다.

그런데,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낡은 이미지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다가 이 제도를 도입해 3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배,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반등에 성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매스콤에 최근 대한민국 주요 기업들이 MZ세대(밀레니엄과 Z세대를 아우르는 말·198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 직원과의 소통 창구를 늘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는 소식이 왕왕 눈에 띈다.

MZ세대는 SNS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략을 보여주는 소비주체다. MZ세대와의 소통을 늘리는 대표적인 방안으로 ‘리버스 (reverse·뒤집다) 멘토링’을 주목하고 있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기존 멘토링의 반대 개념인 리버스 멘토링은 젊은 사원이나 대리급이 고위 경영진을 지도·조언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여러 기업들이 MZ세데와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천마그룹도 이러한 제도를 잘 활용하는 곳으로 생각된다.

김택남 회장을 옆에서 지켜보면 바닷물과 같다. 바다는 세상의 물을 가리지 않는다. 하수구에서 나오는 물, 빗물, 오수 등 온갖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인다. 때로는 스스로 정화 능력도 갖고 있다.

한 그룹을 경영하는 CEO는 바로 바닷물처럼 넓어야 한다. 모든 물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모든 불평불만도 귀에 담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김 회장은 꿈을 가진 청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을 좋아한다. 그런 까닭에 주위 젊은 친구들의 멘토가 되는데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준다.

한 그룹의 오너는 누구라도 청년들의 미래를 걱정해서 기꺼이 그러한 멘토가 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일들은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멘토의 세상이다. 혼자 해결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자신의 멘토를 만들어야 한다.

꿈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어떤 미래를 꿈꾸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도 꿈이었다.
나는 지금도 내가 생각하는 것, 준비하는 것,
기대하는 일들을 설계도를 그리듯이 연결한다.
그 끝에 내가 꿈꾸는 미래가 보인다.

뉴스N제주가 창간 5주년을 맞아 마련한 '김택남 칼럼' 제16탄의 주제는 바로 '멘토'다. 멘토는 스승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면 모든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본문에도 나오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이제는 배워야 하는 세대다. 과거 대학의 지식으로 60살까지 직장생활하던 시대는 이제 허용치 않는다. 순식간에 변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우지 않으면 전혀 앞으로 나가지를 못한다.

김택남 회장은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세상의 크기가 내 꿈의 크기를 결정한다.
정확하고 빈틈없는 계획과 실천이 중요하다.
당신은 어떤 비전을 가졌는가!
꿈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어떤 미래를 꿈꾸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 김택남

각설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면, 인디언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 생명을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요즘은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소식들이 많이 있고 이러한 세상으로 인해 국가 위기가 오고 있다고들 한다.

이제 아이를 낳는 일은 애국자라고 할 수 있다.  김택남 회장이 최근 할아버지가 되어 매일 두근거리는 삶을 살고 있다. 인생은 누구나 처음이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은 모든 것이 처음이다.

처음이라는 것은 늘 가슴떨리는 것이다. 인생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늘 두근거리는 삶이다. 그런 삶을 우리 모두가 기대하면서 어려운 시기 이 글을 통해 많은 관심과 응원바랍니다.[편집자 주]

김택남 회장
김택남 회장

CEO 수업료

작년에 신문사 신입기자 두 명이 수습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수습 기간에 회사 전체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각하면서 자신이 해야할 역할과 업무를 파악한다. 자신이 오랫동안 일할 조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목표를 공유한다. 하지만 잠시 함께 일하다 보면 개인과 조직의 성격이나 문화가서로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수습 또는 신입사원을 맞은 임직원들은 그들을 한 사람의 동료로서 인정해야 한다. 신입사원은 아무 것도 모른다며,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조직은 성장하기 어렵다.

오래 근무한 자신들이 이미 모든 것을 다 파악하고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위기가 시작된다. 창업 100년을 넘긴 회사도 늘 막히는 부분이 존재하고,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모든 조직은 구성원마다 업무와 역할이 다르다. 각자의 업무와 역할을 연결하고 조합하여 크고 작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런 메커니즘이 마치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를 총동원하여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같다.

단원이 적게는 십여 명, 많게는 백여 명이 넘는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통일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단원들은 각자가 맡은 악기를 소화하기 위해 개인 시간에도 스스로 연습한다. 그렇게 각자가 열정을 갖고 노력하지 않고는 같은 하모니를 낼 수 없다.

그런 단원들보다 몇 배 어쩌면 몇 십 배 더 노력하는 사람이 지휘자다. 음악강의를 겸한 한 콘서트에서 지휘자가 "오늘은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를 보여 주겠다"며 지휘봉을 놓고 뒷짐을 졌다. 80여 명의 단원은 브람스의 교향곡 1번 4악장을 연주했다.

오랫동안 연주한 익숙한 곡이었지만 지휘자가 없는 연주는 엉망이 됐다. "자 보셨죠? 저 그렇게 놀고먹는 사람 아닙니다"는 지휘자의 말에 청중들이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지휘자의 무대 위 역할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연주할무대를 섭외하고, 전체 연주곡을 하나하나 선택하고, 각 곡의 연주 방향을 구상하고, 단원들에게 그 의도와 방향을 전달하고, 하나의 통일된 하모니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지휘자에 따라 전혀 다른 하모니의 음악이 만들어진다.

같은 각본이라도 감독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만들어지듯 같은 곡이라도 지휘자에 따라 연주 시간이 10분 이상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한다.

어느 기업에 취직한다는 것은 하나의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기 위해 CEO와 또한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신입사원이 입사 전에 그런 약속을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한다. 하지만 간혹 그런 자세와 마음가짐을 금방 잊어버리는 직원들이 있다.

나는 탈락한 두 사람을 천마의 다른 계열사에서 일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다.

이 분야에서 인재 같지 않아도 다른 분야에서 인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할 만한 인재를 고루 배치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런 제안을 거절하고, 노동부에 진정서를 냈다. 원래 수습 기간에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수습 개월 수와 급여,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업무능력, 역량 등에 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결과에 따라 채용이 거부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회사 담당자가 깜빡했는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그들은 위자료를 요구했고, 노동부에서는 합의를 권했다. 나는 위자료 지급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위자료의 수십 배, 수백 배 되는 한이 있어도 노동부에서 내리는 벌금과 벌칙을 감수하라고 했다.

나는 성격상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대충 무마하거나 눈 감는 게 어렵다. 만약 우리가 그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 젊은 두 사람에게 좋지 않은 교육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 일로 직원 채용 과정을 다시 생각해봤다.

직원 채용 때 참고하는 이력서, 추천서, 면접 등의 과정으로는 지원자의 실체를 알 수 없다. 지원자의 일반적인 생각이나 개성 등을 대충은 알 수 있지만 그의 내면의 실체는 절대로 알아챌 수 없다. 내가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면접시 주고받는 말은 진심을 담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말보다 행동에서 인성이나 인품이 더 잘 나타난다고 하지만 행동도 단기적으로는 통제하고 조절할 수가 있다. 그의 성격, 인성 등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옛말에도 말은 마차를 끌어봐야 알고 사람은 함께 일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개인의 실체가 어떤 과정에서 드러나는지 여러 번 목격했다. 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인성과 인품이 조직의 생존과 성공에 얼마만큼 중요한지도 실감했다.

포항에서 창업한 태평양기전은 나와 처남, 여직원 세 명이 출발했다. 일거리가 늘어나 나 혼자 설계와 제작을 다 감당하기 어려워 직원을 한 명 더 채용했다.

그 직원은 일을 빨리 배우고 부지런하고 성실했다. 손도 야무지고 눈치도 빠르고 친화력이 좋아 기술과 영업 어디서든 흠잡을 데가 없었다. 태평양기전이 초기에 자리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회사가 커지면서 그의 역할도 커졌다.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김택남 회장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김택남 회장

'힘이 주어지는 순간 그 사람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격언이 있다. 두 가지 의미다.

하나는 지위나 힘을 가지는 순간 그의 내면에 숨어 있던 본모습이 드러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소박하던 사람도 힘이 주어지면 욕심이 생기고 부정이나 부패의 유혹을 받는다는 뜻이다.

어느날 다른 직원이 회사 바깥에서 그 직원에 대한 말을 듣고 돌아왔다. 그가 계약서에 자재대금이나 공사대금을 부풀리고, 거래업체로부터 차액을 돌려받는다고 했다. 믿지 않았지만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딱 잡아떼다가 거래처에서 받은 자료를 내밀자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곧바로 내치지 않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언약을 받고 일을 계속하게 했다. 그러나 그 언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표를 받았다. 이미 소문이 났기 때문에 그는 다른 회사에 취직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가 작은 가게를 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주변에서는 그런 나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유머라면 유대인처럼>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감사실 직원이 사장에게 경리 직원이 공금을 횡령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사장이 경리 직원을 불러 물었다.

"자네 월급이 얼만가?"

"150만원입니다"

"그것 가지고는 생활하기가 어렵겠네.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려주지."

이 말을 들은 감사실 직원이 사장에게 물었다.

"사장님, 그는 회사 공금을 횡령했습니다. 사장님의 처리 방법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네 말이 맞네 그려."

그러고는 다시 경리 직원을 불러 말했다.

“생각해 보니, 그걸로도 부족할 것 같네. 자네 월급을 300만원으로 인상해 주겠네.”

경리 직원은 좋아하며 나갔다. 그 말을 들은 감사실 직원이 다시 찾아와 물었다.

"사장님, 큰 잘못을 저지른 직원에게 도리어 월급을 올려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사장은 그제서야 감사실 직원에게 말했다.

“이제 그 경리 직원을 내보내게 그는 엄청 후회할 거야. 월급이 300만원이나 되는 직장을 잃게 됐으니."

유머 속에 사장의 애환이 묻어 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그런 돈을 나는 사람을 알아가는 수업료라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쏠쏠하게 나간다.

그동안 내가 깨달은 것은 등잔밑이 가장 어둡고, 또한 그런 일은 마치 산사태처럼 거의 소리가 나지 않다가 일순간에 덮친다는 사실이다.

가끔은 정말 참담하여 사업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야생마 등'에 올라탔다. 어떤 원인이든 간에 모든 실패는 도전의 과정이고, 실패한 만큼 더 단련된다. 실제로 '도전-성공'의 사례보다 '도전 - 실패 - 도전 - 성공'의 사례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많이 넘어져 본 사람은 자기만의 삶의 지혜가 축적된다.

단한 번도 넘어져 보지 않고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지식은 많아도 결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면 당황하게 된다.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한 문제가 있다. 지식은 머리에 담지만 지혜는 몸에 체험된다. 지식으로 무장한 인재는 양산할 수 있지만 지혜를 체험한 인재는 부족하다.

호텔 브랜드만 17개를 보유하고 전 세계 66여개국에서 7천여 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호텔그룹이 서귀포에 D호텔을 세웠다. 천마가 시공을 맡았다. 건설업이라는 것은 분업화된 건설 시공의 조각조각을 조립하는 산업이다.

일정 금액으로, 어떻게 발주해서, 어떠한 순서로 어떻게 작업하고 관리하는 것은 시공회사 현장소장의 역할이다. 정해진 공기 내에 약속한 품질을 고객에게 납품하는 것도 현장소장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 공사는 발사와 약정한 공사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 현장소장은 자신의 잘못을 회사의 잘못으로 돌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품질과 시공 과정의 문제점들을 일일이 정리하여 발주사에 전달했다.

그 소장은 공사가 끝난 뒤 D호텔에 남아 일했다. 우리는 지체상환금 등 상당한 비용을 D호텔 측에 지불했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환경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까지 나쁘게 말한다. 일시적으로 자신의 불만을 그렇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누워서 침 뱉기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남탓하며 남의 단점을 끌어내 불평해 봐야 결국 돌고 돌아서 자기 자신이 한심한 인간이라는 사실만 남는다. 하지만 현장소장을 관리하지 못한 건 천마 건설부문 대표의 책임이고, 그 대표를 관리하지 못한 건 내 책임이니 결국 내 잘못이다.

내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배우는 것은 어쩌면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이다.

어떤 경험이나 지식도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면 소용없다. 가장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자신의 안과 밖, 강점과 약점을 알아야만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이런저런 수업료가 나간다. 사람 공부는 끝이 없다. 다행히 이전보다 규모나 횟수는 퍽이나 줄어들었다. 이게 다 수업료 덕분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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