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칼럼](17)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스펙과 공부
[김택남 칼럼](17)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스펙과 공부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3.09.0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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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김택남 자서전]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솔밭의 추억으로 인해 김택남 회장은 크게 성장한다.(사진은 회사 직원들과 단합대회, 물속에서 기개를 외치는 모습)
사진은 회사 직원들과 단합대회, 물속에서 기개를 외치는 모습

새삼스럽지만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공부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다. 우선 지식 습득이다. 공부를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기술 개발이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수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과 사고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공부를 통해 자기계발도 연마된다. 개인적인 성취와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사회적 가치도 신장되는데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사회적으로 더 많은 기회와 선택권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공부는 결국 돈과 직격된다. 지금은 국가장학금이니 뭐니 해서 사정이 좋아졌지만 과거에는 돈이 없으면 공부는 엄두도 못낼 지경이다. 

이와 반면 공부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책을 읽는 독서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그중의 하나가 지식 확장이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확장할 수 있다. 또, 창의력 증진도 이어진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각을 접함으로써 창의적 사고를 개발할 수 있다.

또, 어휘력, 문장 구조, 표현 능력 등 언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문화적 소양, 즉 다양한 문화와 관습, 역사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도 있다. 특히, 자기 계발과 인문학적 소양도 얻을 수 있는데 독서를 통해 인생, 철학, 윤리 등에 대한 통찰력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공부와 독서는 모두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며, 그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활동들이다.

제목에 스펙이란 단어가 나타났다. 스펙은 아시다시피 영어단어 Specification의 준말이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학점·영어 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 등 서류상의 기록 중 업적에 해당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람들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요소이다.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공부하고 스펙을 쌓는데 혈안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스펙이 중요하다.

뉴스N제주가 창간 5주년을 맞아 마련한 '김택남 칼럼' 제17탄의 주제는 바로 '스펙+공부+독서'다. 전자제품 등에 성능, 효능을 얘기할 때 스펙이란 말을 쓰는데 사람들의 자격, 능력에 이 단어를 쓰고 있다.(미국에서는 qualification 단어를 쓴다)

그만큼 대한민국 사람들이 스펙을 쌓아야 성공의 위치에 한발 더 간다는 생각으로 열중이다. 사실, 큰 그림으로 보면 스펙을 쌓다보면 인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인맥이 넓은 사람들이 사회에서는 성공(?)의 단계에 빠르게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택남 회장은 본문에서 언급했지만 화려한 스펙보다는 사람을 평가할 때 인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책임감 있는 사람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또한 공부도 많이 하면 좋겠지만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독서는 지식보다 지혜를 많이 주기 때문에 위기상황시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독서량이 제일 적다는 것이 바로 입시를 위한 공부로 전향되기 때문이라 한다. 물론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세계 1위다. 그러나 차츰 어느 순간 입시로 돌입하면 차츰 책은 교과서, 참고서로 거의 20대까지 이어져 그 이후 책이란 것을 손에 잡을 일이 없어진다. 

특히, 책 대신에 스마트폰이 손에 놓여져 오래 읽는 것보다 정보를 눈으로 확인만 하고 넘어가는 일이 있어서 깊은 지식, 지혜를 쌓는 것도 어렵다.

또, 사회경제가 어렵다 보니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오로지 경제나 돈, 이 쪽에만 종속(?)되듯 매몰되어 책을 읽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진정 자신이 성공하려면 변화해야 한다.

그 변화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책을 가까이 해서 마음의 양식을 축적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그렇지않은 사람의 차이는 말을 하다보면 나온다. 우리가 화려한 옷을 사서 입고 남들에게 잘보이려 하듯 내면의 신상품, 비싼 옷을 입는 것은 바로 독서다.

요즘 날씨는 덥지만 그래도 과거로부터 늘 언급하는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모든 것은 나의 결심이다. 김택남 회장은 늘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회장님이니까 폼잡으려고 책을 보는가 생각도 했지만 아직도 김택남 회장은 마음에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그 갈증을 채우려 독서하고 그 책이 좋으면 지인이나 직원들에게 책을 권하고 나눠준다. 

개인의 성장은 바로 독서다. 책을 읽는 어머니의 자식은 그대로 본받는다. 어머니가 손에서 책을 읽고, 아버지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식도 분명 따라 읽을 것이다. 집안도 독서실처럼 언제나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금상첨화다.

김택남 회장은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세상의 크기가 내 꿈의 크기를 결정한다.
정확하고 빈틈없는 계획과 실천이 중요하다.
당신은 어떤 비전을 가졌는가!
꿈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어떤 미래를 꿈꾸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 김택남

책을 읽는 습관을 통해 자신의 그릇을 키우고 주위에 직원들과 함께 집게와 마대자루들고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람들에게 직접 청소를 시키지 않고 함께 직원들과 청소하는 회장님, 회장님이 스스로 빗자루 들때 직원들은 따라오는 것이다.

필자가 항상 말하지만 '리더는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과거 안창호 선생이 한국사람들이 상투잡고 싸울 때도 말없이 골목에서 큰 빗자루 들고 청소한 것처럼 말보다 실천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택남 회장의 말한마디가 천금이 되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제 곧 추석으로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더욱더 힘을 내서 일어나시고 이 글을 통해 내 마음의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많은 관심과 응원바랍니다.[편집자 주]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스펙과 공부

회사 뒤쪽으로 완만하게 펼쳐진 오름을 한바퀴 돌아 회사로 돌아오는 둘레길이 있다. 점심 먹고 그 길을 걷는 게 습관이 됐다.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봉투와 집게를 들고 갔다. 갈 때는 길에서 만나는 유기견에게 줄 전반을 돌아올 때는 길에서 주운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왔다.

마치 내 집, 내 길, 내 개처럼 청소하고 보살피며 걷자, 같이 걷던 임원이 아예 내 호를 붙인 '지함레길'로 하자고 했다. 물론 우리끼리 하는 얘기다.

둘레길 여기저기 몰래 버린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둘레길을 돌 때마다 들고 가던 비닐봉투를 큰 마대자루로 교체했다. 처음에는 각자 마대자루를 하나씩 들었는데, 얼마 후부터 각자 하나씩 들고 또 한두 장씩 주머니에 넣고 간다.

그런데도 매번 마대자루가 부족하다. 말 그대로 전쟁을 치렀다. 쓰레기를 몰래 내다 버린 사람들의 이기심과의 전쟁이었다.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며, 개인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은 참 쉽게 하지만 그런 논리가 이기적이다. 어떤 경우에도 개인의 이익을 꾀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우리가 둘레길 쓰레기를 줍지 않으면 얼마 안 가 쓰레기산이 되고 만다.

곧 제주도 전체가 쓰레기산으로 덮힐 수도 있다. 그런 불안한 생각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다.

둘레길을 돌아내려와 제주관광대학 앞을 지나 회사로 돌아온다. 대학교 근방에는 담배꽁초, 빈 캔 같은 덩치가 작은 쓰레기가 많다.

그 쓰레기를 주울 때는 또 다른 한숨이 나온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교육비,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 등이 언론과 사회가 지적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지만 정작 더 기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부터 짚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의 질 말이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2010년 3월 10일, 고려대 교정 게시판에 대자보가 붙었다.

당시 경영학과 3학년이던 여학생은 큰 배움이 없는 이름뿐인 '大學'에서 20대는 그저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하는 '적자 세대'로 양산된다며, 대학을 포기한다고 했다.

나는 어린 여학생의 용기에 감탄하고, 진심으로 격려했다. 우리의 교육이 스펙 장사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결국 대학의 미래조차 불투명하게 됐다.

시대가 변하고 일의 형태가 변하면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학들이 이런 변화를 따라오지 못한다.

구글이 최고의 미래학자로 선정한 토머스 프레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10년간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거라고 경고했다. 사회에서 일하면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닌 나는 누구보다 우리 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실감했다.

가르치는 사람과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가르치는 사람은 실천에 서투르고 실천하는 사람은 가르치는데 서투르다.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달라서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흔히 말하는 좌우 뇌 구조가 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르치는 사람들에게서는 현장의 긴박감을 느낄 수 없다. 현장에선 연습이 없다. 연습 같은 교육으로는 현장을 따라오지 못한다. 선생님들은 현장 경험이 없고, 학교 교육은 여전히 철 지난 이론에 치우쳐 있다.

가장 미래 지향적이어야 할 교육이 가장 보수적이다. 과거의 지식과 경험으로 교육 시스템을 만드니 그럴 수밖에. 지식과 경험도 수명이 있다. 신지식과 새로운 경험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무용지식이 된다. 무용지식은 단순히 쓸모없는 데 그치지 않고 큰 손실 또는 위기를 초래한다.

결국 그렇게 됐다. 대학 수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도 감소 추세다. 2021년 대입에서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운 대학이 속출했다. 특히 지방은 국립대까지 정원에 미달하며, 지방대의 도미노 붕괴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대학 수나 학생 수가 아니다. 대학은 바람직한 사회인을 양성하는 곳이다. 사회인이란 단지 사회의 구성원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다.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마치 당연한 듯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고민하고 실행할지 의문이다.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학생은 ‘누군가 처리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사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테니까.

만약 그들이 회사에 입사하여 ‘누군가 처리해 주겠지’라는 마음으로 회사에 다닌다면 그 회사는 어떻게 될까? 뭐든 쌓기는 힘들어도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회사는 작은 사회다. 사회에 속한 기관이다. 개인은 사회의 일원이다. 사회를 사랑하지 않은 개인이 회사를 사랑할 수 있을까? 회사에 속한 개인들이 사랑하지 않는 회사는 성장은커녕 존재하기도 어렵다.

나는 임직원을 뽑을 때 화려한 스펙을 원하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화려한 스펙을 싫어하는 편일 수도 있다. 스펙은 젊은 시절의 노력 정도를 보여주기는 한다.

김택남 회장
김택남 회장

그러나 화려한 스펙을 쌓은 사람들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강한 자아와 주장을 갖고 있는 편이다. 머리가 너무 좋은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 전부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좀처럼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스펙만큼 화려한 언변과 지식으로 다른 의견을 묵살하거나 포기하게 만든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똑똑한 재능보다 성실한 인성이 오래간다. 오늘만 장사하고 그만둔다면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재능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꾸준히 회사를 키워가기 위해서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정직한 행동을 하는 성실한 인성이 더 중요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 벽화를 혼자 4년 동안 그렸다. 받침대 위에 누운 채로 천장 구석구석까지 세밀하게 그려 넣었다.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친구가 말했다. “여보게,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잘 보이지도 않는 인물 하나를 그려 넣으려고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그게 완벽하게 그려졌는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미켈란젤로가 말했다. "내가 알지.”

나는 현장에서 일하면서 대학에 다녔다. 수업이 있는 날은 단축근무를 하고, 오후 4시 버스를 탔다.

대신 휴일에 회사에 나가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업무가 많이 밀리면 수업이 끝나고 오후 9~10시에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에서 혼자 일했다. 회사가 배려해 주는 만큼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직원이 되고 싶었다.

결혼식 날짜도 1월 2일, 휴일로 잡았다. 회사에는 알리지 않았다. 이미 많이 배려해 주는 회사에 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다. 제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다음날 울산 회사로 출근하여 "어제 결혼했습니다"고 인사했다.

'샌드위치 sandwich'는 영국의 한 백작이 도박에 미쳐 밥도 먹지 않고 도박을 계속하자 하녀가 빵 사이에 치즈, 베이컨 등을 끼워 가져다준 데서 유래했다.

나도 도박은 아니지만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일하던 '샌드위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나름 열심히 일하지만 아무래도 그때만큼은 못 된다.

부모님께 용돈 보내 드리고, 야간대학 등록금 내고 나면 그야말로 빈털터리였다. 가끔 회사 사보에 글이나 사진이 실리고 받은 가욋돈은 인색한 아버지에게 용돈 한 번 받은 적 없는 두 여동생에게 보내줬다.

늦은 밤 학교 수업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다. 35원이 없어 그 앞을 그냥 지나칠 때는 서글퍼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배고픈 만큼 나의 목표와 꿈이 더 단단해졌으니까.

그 시절은 마치 샌드위치처럼 늘 두세 가지 일을 병행했다. 열아홉에 들어가 스물다섯 살까지 다닌 현대중공업 시절에는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 다녔다.

다행히 연애도 했지만, 돈도 없고 시간도 없었다. 데이트 장소는 버스 안이었다. 야간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 그녀와 같은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4년간 버스 데이트를 하고, 만난 지 5년 되던 해에 결혼했다.

스물여섯부터 서른두 살까지 다닌 포스코엔지니어링 시절은 설계부 최연소 계장이 되고, 소방설비 1급 기사 자격증을 따고, 전기공사 1급 기사 자격증까지 땄다.

퇴근 후에는 아르바이트 설계를 했다. 그런 나를 선배와 상사들이 오히려 부러워했다. 내가 초심, 초심하는 것은 그 시절의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 있었던 시절의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다.

사업가로 자리 잡은 후 마흔아홉 되던 해에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 과정을 마쳤다. 내가 그렇게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서도 끝내 석사 학위까지 받은 것은 사회의 인식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는 소위 가방끈이 긴 사람이 무언가 잘못하면 깜빡 실수했다고 하는 식으로 넘긴다. 반면 가방끈이 짧은 사람이 실수하면 무식해서 그런 거라며 비웃는다. 많은 임직원이 근무하는 기업을 대표하는 나로서는 사회의 인식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학교 수업보다 독서나 주변 돌아가는 상황에서 경영에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더 많이 접한다.

토머스 에디슨은 가난하여 정규교육은 3개월밖에 못 받았다. 하지만 그는 측음기, 영사기, 백열전구, 등 1,000개가 넘는 기술 특허를 따냈다. 필요한 기초지식과 경험은 대부분 책에서 얻었다.

에디슨은 뭔가 일을 시작하면 일단 책을 찾아 읽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머릿속이 가장 바쁘다. 책안에서 세계를 돌아다니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며 온갖 사업을 기웃거리고 연구하고 찾는다.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현실의 공간은 무척 좁다. 생각이나 행동의 반경이 좁으면 관심이나 사물을 보는 시선까지도 좁아진다.

지금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보다 좀 더 미래 지향적인 비즈니스 기회는 현실보다는 책 속에 더 많이 돌아다닌다.

물론 독서만으로 완전한 지식을 습득할 수는 없다. 지식은 내가 무언가를 직접 실행해 보고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습득할 수 있다.

독서는 무언가를 직접 실행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의 수집 창구다.

세상에는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인터넷 검색창에 필요한 단어나 구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시대에 그런 노력조차 게을리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내가 필요한 기초정보는 대부분 독서에서 수집한다. 그 정보를 사업과 업무에 연결시킨다. 내가 독서에 투입하는 시간만큼 업무에서 사소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다가 혹시 엄청난 성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택남 회장이 과수원에서 귤을 따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
김택남 회장이 과수원에서 귤을 따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

요새 집에서 아내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게 즐겁다.

"학생, 이제 책 좀 그만 보고 식사하세요."

얼마 전에 하나, 두나, 태호에게 책을 한 권씩 나눠주며 편지를 끼워 넣었다.

"아빠가 이 책을 좀 더 빨리 읽었으면 아마 인생도 사업도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석사 과정을 이수할 때, 교수를 대신하여 강단에 선 적이 있다. 교수는 나에게 현장의 노련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 수업에 들어온 학생들의 자세와 태도가 나보다 더 노련한 사회인 같았다. 책상 위에 음료수나 컵을 올려놓고, 모자를 쓴 채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학생도 있었다.

나는 그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면 아마 '학생 같은 사회인‘이 될 거라고 상상했다.

잔뜩 겉멋만 들었지 자신이 맡은 일을 혼자서는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반쪽 사회인 말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다워야 하고 사회에서는 사회인다워야 하는데, 현실은 다르다.

학교에는 '사회인 같은 학생’이 많고 사회에는 '학생같은 사회인‘이 많다.

사회인 같은 학생들은 질문도 대체로 삐딱하다. 가령 기업이 고객 제일주의를 강조하면서 왜 이익증대가 필요한가? 라고 묻는다. 이익증대의 필요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매출증대의 필요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고객만족은 모든 기업의 일차적인 목표이자 과제다.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받는 대가가 매출이다. 매출의 많고 적음은 고객만족도의 높고 낮음이다.

매출에서 비용을 뺀 이익은 여러 형태로 기업은 물론 사회로 환원된다. 기업의 존속과 미래투자, 직원복지 향상, 납세, 사회공헌과 기부 등, 따라서 기업의 이익이 기업 구성원은 물론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일본 파나소닉그룹을 창업한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나 경영은 죄악이다"라고 했다.

나는 2021년 봄에 제주대 경영대학원 세정(稅政, 세무행정) 과정에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에 필요한 무언가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오히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자신이 잘 아는 것만 생각하고 다른 건 무시하거나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자기만 아는 지식으로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 매여 살게 된다. 다른 이의 생각과 경험을 듣다 보면 그런 나를 돌아보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사람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처음 생각이나 마음과 많이 달라진다. 부나 지위를 얻으면 지난날 어려웠던 시절이나 과거를 잊는다.

심지어 지난날 자신처럼 지위나 부를 못 가진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무시한다. 혹시나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될까 봐 겁난다.

끊임없는 공부만이 어리석은 실수나 후회를 줄여준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마음이 겸손해진다. 깊은 물이 맑고 조용한 법이다. 나는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계속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여성이 갖고 있다
새로운 시작---독서

새로운 시작

사람마다 사물을 보는 기억의 잣대가 다르다. 책은 나에게 '새로운 시작'이다. 고등학생 때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한 참고서와 문제집 살 돈이 없었다. 누나가 아끼던 금반지를 팔아 그 책을 사줬다.

그 책으로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취직하고, 창업했으니 그 책이 내 인생의 시작이 된 셈이다. 2021년 1월 회사 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책들을 한곳에 모으고 책장을 옮기고 닦고 책을 꽂았다. 책 사이에 작은 기대도 슬쩍 끼워 넣었다. 천마 직원들이 이 도서실을 들락거리다가 '새로운 시작'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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