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칼럼](13)희망과 성공의 차이 ... 회장님은 언제 와요?
[김택남 칼럼](13)희망과 성공의 차이 ... 회장님은 언제 와요?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3.08.1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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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김택남 자서전]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뉴스N제주가 창간 5주년을 맞아 마련한 '김택남 칼럼' 제13탄의 주제는 바로 '권위와 체면'이다.

권위와 체면을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가 바로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중 경차는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수 많은 장점들이 존재한다.

우선 차 값이 싸서 경제적이고 작고 가볍기 때문에 연료비가 적게 든다. 또, 세제 혜택이나 통행료 반 값 할인, 주차장 혜택 등 다양하다.

하지만 자동차 왕국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부분 차를 갖고 있고 마이카시대인 요즘에 경차는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되지 못했다.

90년대 초반 대우국민차에서 탄생한 티코는 '국민차'로 이름을 알리며 탄생됐다.

일본에서 선풍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던 차량이 경차이고, 당시 국내는 마이카 붐이 시작되어 사회 초년생들이 자가용을 구매가 왕성한 시기였기에 국내에서 많이 팔릴 것으로 시장에 나왔지만 티코는 판매고가 떨어져 결국 세상과 결별했다.

왜 세상에서 사라졌을까?

그것은 대한민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자신의 부를 자랑하기 위해 자동차만큼 좋은 매개체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권위와 체면에 손상이 없는 소형보다는 중형, 대형급을 선호했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사회는 신분상 계급사회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계급화가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급사회가 존재하던 과거 조선시대에는 의복을 통해 신분이 드러났다. 아무리 돈이 많은 중인이라도 그 신분에 맞는 옷을 입어 양반과의 차별성이 있었다. 의복은 그래서 권위의 표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김택남 회장은 본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청바지를 사랑하는 사나이다. 필자도 청바지를 즐겨입지만 청바지는 그야말로 편한 복장이다. 처음 탄생 배경이 노동자들이 입던 옷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청바지 차림이 중요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잡았다.

청바지하면 대부분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 1955~2011년)를 떠올린다.

아이폰의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는 항상 아이폰에 관한 연설 혹은 그에 관한 강연을 할 때 495달러 루노안경, 175달러 검은색 터틀넥, 44달러 리바이스 501 청바지와 검은 밸트, 89달러 뉴밸런스 991운동화만 신었다고 한다. 그것이 그 자신만의 시그니쳐 스타일이 되어서 유행도 되기도 했다.

이처럼 세상이 편해지고 있듯이 무거운 권위와 체면은 이제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권위와 체면만 중시하다보면 세대간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소외될 수 밖에 없다.  

김택남 회장은 말하고 있다.

"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한다면
체면보다, 실속을 중요시 하라"

김택남 회장이 잘 부르는 노래가 박상규의 '조약돌'이라고 한다. 조약돌은 수많은 세월속에 풍파로 만들어진 둥근 모양으로 이뤄진 옥석이다. 이처럼 사람들도 많은 시련을 아픔을 겪으면서 모난 곳이 없는 조약돌처럼 둥글고 단단한 존재가 된다.   

이글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권위와 체면을 지키되 겉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그 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당신이 되기를 빌면서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회장님은 언제 와요?

내가 너무 무모하게 사업을 벌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2007, 2008년 불과 2년 사이에 천마물산, 천마종합건설,제민일보를 인수하고 신설했으니 그런 소리를 충분히 들을 만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혼자 몇 날 며칠을 전전긍긍한다. 무언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잠 못 드는 밤이 많다. 어떤 과제가 생기면 밤새 고민한다.

반드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자리에 눕는다. 아침에 출근할 땐 답을 갖고 나온다. 임원들에게 얘기하면 그들은 내가 그 자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줄 안다.

일단 어떤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때부터 무모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머리가 생생 돌아간다. 알고 보니, 과학적인 현상이다.

우리 뇌에는 수시로 변하는 상황을 감지하고 판단하고 적응하는 센서senser 기능이 내장돼 있다. 일단 감지하고 판단하면 그때부터 적응하기 위해 그와 관련된 두뇌 활동이 생생 작동한다. 그저 머리만 굴릴 때는 -계속 감지만 할 때는- 센서도 대충 눈치껏 작동한다.

김택남 회장
김택남 회장

어디선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는 식으로 올인을 해야 사업이든 뭐든 성공할 수 있다"는 글을 보았는데, 내 생각도 그렇다. 맞으면 맞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나는 애매모호하게 대충 눈치껏 하는 일은 없다. 골프에서도 어떤 경우, 적당히 눈치껏 져주라고 하는데 나는 일단 열심히 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설사 회사 비즈니스에 중요한 사람일지언정 게임은 게임이다. 일단 이기기 위해 열심히 친다. 그 덕에 가끔 "어찌 그리융통성이 없으십니까?"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를 습관처럼 실천하다 보니 얻는것도 많다. 상황을 보면서 적당히 머리 굴리는 사람은 눈에 읽어낸다. 경영이란 수많은 사람과 일을 상대하는 일이다.

무척 복잡할 것 같지만 뭉뚱그리면 진행되는 과정은 단순하다. 시작과 중간, 그리고 마무리다.

30년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어떤일은 어디쯤에서 막히고, 그에 대한 임직원들의 반응도 예상된다. 그 예상이 대부분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 일의 진전이 없을 때 임직원들이 대는 핑계까지도 거의 비슷하게 반복된다.

어쩌면 골프보다 사업이 더 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골프는 남들이 만든 규정과 룰을 따라가야 한다. 사업은 내 생각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어서다.

나는 일이든 생활이든 형식에 얽매이기 싫다. 뭐든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내가 맞다고 생각되는 형식과 방법을 따른다. 복장도 포함된다.

청바지 메이커 리바이스LEVI'S 는 1971년에 뉴욕증시에 상장됐다가 실적 악화로 1985년 상장이 폐지됐다. 리바이스가 2019년 뉴욕증시에 재상장됐다. 양복과 넥타이의 엄격한 복장으로 유명한 뉴욕 증권거래소 NYSE가 그날 하루 임직원들의 데님복장을 허용했다.

나도 청바지 마니아로서 리바이스의 부활을 축하해 주었지만 나는 메이커를 따지지 않고 그냥 편한 청바지가 좋다. 정장을 차려 입을 때도 있지만 기본은 청바지다.

제발 회장님답게 복장을 좀 갖춰 입었으면 하던 임직원들이 이제는 포기했다. 나는 복장으로 권위와 체면을 내세우는 건 질색이다. 보통 첫 만남일 때 특히 옷차림에 신경 쓰지만 옷차림보다 중요한 것은 자세와 태도다. 자세와 태도가 훌륭하면 외모는 어느새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한 사회심리학 교수가 실험을 했다. 교통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서있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넜다. 먼저 정장 차림으로 무단 횡단했다. 다음에는 작업복 차림으로 무단 횡단했다.

김택남 회장,
환경정화하는 김택남 회장, 박훈석 전문, 양창영 전무

정장 차림으로 건넜을 때 그를 따라 무단 횡단한 사람이 작업복 차림으로 건넜을 때보다 서너 배나 더 많았다.

젊은 조교를 시켜 길가는 사람에게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게 했다. 여러 번 반복했다. 젊은 조교는 반은 일반 평상복을 입고 반은 청원경찰 복장을 했다. 청원경찰 복장을 했을 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순순히 복종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복장으로 권위나 신분을 판단하고 구분한다는 것이 실험 결과였다.

천마물산을 인수하고 첫 출근날 잠바에 청바지 차림을 했다. 내 의도는 계급장 떼고 격의 없이 편하게 대화하자는 마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생각이 그다지 세련된 건 아니었다. 천마 직원들은 새로운 인수자가 남의 돈으로 기업을 사서 그 기업의 현금, 자산 등 알맹이를 쏙 빼먹고 기업을 다시 팔아버리는 기업사냥꾼이 아닐지,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높이에서는 당시 내 모습은 영락없는 기업사냥꾼이었다. 기업사냥꾼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내가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의도는 정말 아니었다.

내 복장은 지금도 변함없다. 최근에는 점심 먹고 회사 둘레길을 걷는다. 아침에 출근할 때 둘레길 걷기에 편한 복장을 한다. 손님이 오면 그 복장으로 맞는다. 일전에 임원과 같이 식당에 갔다. 자리에 앉자 주인이 다가와 임원에게 물었다.

"회장님은 언제 와요?"

임원이 식당에 가기 전에 전화를 걸어 회장님과 같이 갈거라고 했던 것 같았다. 임원 바로 옆에 내가 앉아 있었다.

그런 경우는 약과다. 종종 더 심한 사회적 편견과 마주한다. 가끔은 정말 우리 사회가 너무 한심하다는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다.

애월읍 회사 앞길에 심어져 있는 사철나무가 쓰레기와 칡덩굴이 엉켜 보기에 흉했다. 가로수를 관리하는 도청 담당부서에 전화했더니 담당계장이 왔다.

잠바 입고 서있는 나에게 그가 걸어왔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그가 툭 던지듯이 말했다.

"뭐가 불편하세요?"

내가 사정을 다 설명하기 전에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이런 게 뭐 어떻다구 그럽니까?"

그가 계속 툴툴대기 전에 내가 마무리했다.

"처리하기가 많이 어려우신가 봅니다. 그렇다면 여기 가로수 청소는 우리가 직접하겠습니다."

김택남 회장
김택남 회장

내가 사옥 안으로 들어오고, 얼마 후 그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왔다.

"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는 나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복장도 다른 것으로도 회장의 지위를 나타내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지만, 진짜 궁금하다.
같은 공무원이 똑같은 민원을 두고, 현장 직원과 기업체 회장에게 각각 다른 진단을 내리고 다르게 대처한다는말 아닌가?

나는 우리 임직원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이 똑똑한 줄 착각하지 마라, 너희를 다루는 공무원들이 더 똑똑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한껏 낮출 줄도 안다."

죽은 뒤에도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다.

높은 위치에 오른 관리자들은 대부분 자만심에 빠진다.

높은 성과나 성공을 이루면 원래는 소박하던 사람들도 그럴 듯해 보이는 허세를 부리기 시작한다.

남들이 다 하는 허세를 내려놓고 자신의 소박한 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게 쉽지 않다.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앞으로도 그냥 편하게 입고 다닐 생각이다.

가끔 우리 사회의 한심한 면을 보는 것도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럴수록 나는 나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최근에 SK그룹이 부장,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같은 임원직급을 폐지하고 본부장, 실장 등 직책으로 통일했다. 그러면서 모든 임직원이 계급장 떼고 자신이 맡은 일의 플레이어로만 뛰겠다고 했다.

권위와 격식을 파괴하고 개개인의 일과 능력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는 뜻이다. 나도 그런 변화에 공감한다. 조직은 먼저 편안해야 일의 능률이 오른다.

격식 즉 넥타이 같은 걸로 목을 꽉 조여 매고 앉아 있으면, 산소 부족으로 졸리기만 한다. 내가 먼저 권위를 버리면 다른 임원들도 권위 같은 건 내세울 수가 없다. [다음주에 계속]

김택남 회장
청바지차림으로 토니와 산책하는 김택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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