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칼럼](10)희망과 성공의 차이 ... 야생마 다루는 방법
[김택남 칼럼](10)희망과 성공의 차이 ... 야생마 다루는 방법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3.07.21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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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김택남 자서전]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뉴스N제주가 창간 5주년을 맞아 마련한 '김택남 칼럼' 제10탄의 주제는 바로 '조직을 이끄는 법'이다.

우리 사회에 개인 이외의 모든 것은 조직의 집합체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많은 조직들이 왜 자꾸 무너질까?

사회 구성원으로 살다보면 결국 자신의 의견과 이익이 앞서기 때문에 조직은 어려워져가면 더 힘들어지고 무너지면 회생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가 이타주의를 외치지만 결국 이기주의가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이 앞서면 과거의 인연이나 우정, 의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잘 되는 조직을 보면 거기엔 무언가 있다. 잘 될 것이란 믿음이다.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감 등 이런 마음들이 있어서 이기주의 마음보다 이타주의 정신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본문에도 나오겠지만 조직을 잘 이끌기 위해서 리더는 다음 세 가지를 잘 설정하고 이끌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목표, 속도, 방향이다.

조직에 목표가 없으면 회원이나 구성원들이 무슨 조직, 단체인지 가슴에 담아내지 못해 빙빙 맴돌기만 하고 시간 낭비에 하나씩 구성원들이 빠져나간다. 분명하고 정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무슨 회사인지, 무슨 단체인지 목표설정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게 사장이고, 리더이고 회장의 역할이다. 

목표설정이 확실히 됐다면 다음은 방향이다. 단체나 회사 등을 운영하다 보면 목소리가 센 사람의 지시방향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체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있는 데 동서남북을 잘 설정해야 한다.

리더는 방향설정을 잘 해줘야 구성원들이 움직인다. 앞으로 갈지 옆으로 갈지 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가 있을 때 책임 소재도 어렵고 조직이 와해되기 쉽다. 

방향은 흐름이다. 시대 흐름을 읽는 것이다. 그 흐름을 못 읽으면 망하는 것이다. 가령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짓는데 요즘은 1인가구가 많은 상황에서 원룸인지 투룸인지 확실히 정해 지어야 하는데 과거 대가족처럼 많은 룸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면 그것 또한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방향을 잘 읽는 리더가 망하지 않는다. 

목표와 방향이 설정되면 다음은 속도다. 조직은 속도가 중요하다. 동네 체육대회에서 가령 10명이 발묶어 달리기를 하다보면 속도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빨리 들어와야 1등하기에 구성원들 발을 묶어 버리면 10명이 다 우왕좌왕해서 속조전을 낼 수 없다.

그러나 훈련된 조직들은 발이 잘 맞아서 순식간에 목표점을 돌고 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조직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모든 상황이 일어나면 침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려우면 지는 것이다.

힘이 부친 동료에겐 독려하면서 같이 뛸 수 있게 하며 반환점을 돌아오면 동료애가 살아나고 그 함성이 커지면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되고 성공하는 것이다. 흔히 프로젝트를 할 때 꼭 성공시켜야 하는 이유가 있다. 경험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속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구성원들의 업무량이나 재능, 기술 등 그에 맞는 적절한 곳에 배치시켜야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인력배치를 잘 해야 한다. 그래서 하나하나 분석을 하는 시대에 리더는 그 사람의 특징이나 기술, 장점을 잘 알고 있으면 속조전을 낼 수 있다.

김택남 회장은 말하고 있다.

"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한다면
흔들림없는 속도와 방향으로 고객을 만족시켜라"

김택남 회장이 48세가 되던 2007년 1월 16일 천마물산 대표로 취임 후 바로 다음 달 2월 27일 천마물산 노조가 자진 해산했는데 필자는 이점을 주목했다. 그동안 노조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함께 조직을 정비하고 지금까지 달려왔다는 것이다.

약 16년간의 천마그룹을 이끌면서 그동안 많은 시련을 극복하면서 결국 제주의 중견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제주도민들도 이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참고로 중견기업(中堅企業)은 자산규모 5천억원 이상 ~ 5조원 미만인, 전체 대한민국 기업중 0.12%가 포함되어있는 기업 단위이다.

오늘도 어려운 회사를 경영하면서 눈물 흘리는 사장님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힘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빌면서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김택남 회장이 과수원에서 귤을 따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
김택남 회장이 과수원에서 귤을 따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

야생마 다루는 방법

간혹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꿈이 무엇인지 모를 때도 있었다. 그것을 기억해내기 전에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IMF 외환위기가 한창일 때도 나는 그렇게 바쁘게 보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원가절감 노력이 협력업체와 중소 하청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많은 중소공장들이 원가절감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태평양기전도 이전 같지 않을 때 옛 동료의 연락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다. 그도 현대중공업에서 나와 개인사업을 하다가 외환위기 때 접고 말레이시아 진출을 추진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막 산업화가 시작되어 제조업에 무척 좋은 환경이라며 공동투자를 권유했다.

우리는 2005년 말쯤, 말레이시아 현지사업을 추진할 '퍼시픽MK'를 설립했다. 그러나 그 뒤로 진행되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마치 외장은 멀끔한 차가 막상 움직이려니 시동이 안 걸리는 꼴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만족시키는 신공장을 세우려면 또 다시 뭉치 자금이 필요했다.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천마물산 인수 제안을 받았다.

'매몰비용'은 이미 투입했지만 회수하기 어려운 비용을 말한다.

본전 생각에 발을 빼지 못하고 또 다시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콩코드Concorde의 오류'다. 콩코드는 영국과 프랑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다.

경제성과 연비가 떨어지고 기체 문제점이 나타났지만 두 나라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으며 지원했다.

실패를 인정하면 정부의 자존심이 구겨진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2000년 폭발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뒤 2003년 운항을 중단했다.

나는 다행히 손을 뗐다. 그동안 투자한 자금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심은 꿈을 깨끗이 포기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고령의 부모님이었다.

아버지는 81세, 어머니는 79세였다. 이번에 못 내려가면 어쩌면 부모님 생전에 고향에서 사업가의 꿈을 펼친다는건 말 그대로 꿈으로 끝날 확률이 높았다.

에너지사업 즉 LPG유통업은 무척 생소했지만, 천마물산의 히스토리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만약 천마물산을 경영하면 제주의 역사를 이어가는 거라고 멋대로 해석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마'를 타고 귀향하는 꿈까지 꿨다. 그러나 나 혼자 결정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천마물산 인수를 결정한 투자금융사가 나를 주주 대표로 최종 낙점해야 하고, 인수 협상도 별탈 없이 마무리돼야 했다.

인수작업에 참여하기로 최종 결심하고, 두어 달 조바심 나는 날들이 이어졌다. 사업에서 운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때만큼 간절히 바랐던 적은 없었다.

아내는 처음에는 걱정하고 반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내가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고는 잘 될 거라며 오히려 나를 격려했다. 모든 일이 내가 원하던 대로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2006년 6월 1일, 아내의 생일날이었다.

천마물산과의 첫 만남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회사 분위기는 냉랭했고, 나를 기다리는 것은 이전에 발행한 어음(3억원)을 결재할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노조는 '무조건 고용 승계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나는 그들의 입장에서 접근했다. 오랫동안 리더가 없는 공백 상태였고 여러 번의 매각시도에 지치고 불안한 직원들의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어떤 형태로든 인수당한 기업의 임직원들은 걱정이 많다. 경영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인적 구조조정이 단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나는 그런 일반화를 따르지 않았다. 그들의 자리를 보전하고, 그들의 상처 입은 자긍심을 일으켜 세워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그동안 그들이 받지 못한 상여금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으레 새 사주와 노조 사이에 벌어지는 실랑이를 예상했던 노조가 오히려 긴가민가했다.

어떤 기업이든 리더보다는 현장에서 뛰는 임직원들이 고객을 만날 기회가 더 많다.

그들이 리더에게 불만을 갖게 되면 그 느낌이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달된다.(말을 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느낌은 전해진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회사나 리더를 신뢰하지 않으면 결코 고객과 시장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 책임은 리더에게도 있다. 나는 이전 리더의 의무와 책임까지 떠안았다. 천마물산 노조는 2007년 2월, 내가 대표로 취임하고 한 달 후에 자진 해산했다.

어떤 조직이든 사실상 두 개의 정체성이 존재한다.

공식적 정체성과 비공식적 정체성, 전자는 조직의 공식 사규나 규범에 의해 각자 할당받은 역할과 책임이다.

후자는 조직의 사규와 규범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내면의 의지나 판단 같은 것이다.

많은 경영인이 비공식적 정체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은 오히려 후자다.

공식적인 조직 안에 비공식적인 조직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 회사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후자의 조직이다.

직원들의 의지나 판단 같은 것은 당연히 조직의 공식 정체성에 자동으로 동의하고 따른다고 생각하지만 직원들이 겉으로는 회사 정책을 따르면서도 안으로는 정책의 기본이나 방향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한다. 비공식적인 조직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일이 어쩌면 경영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일이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자전거에서 경영과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힘든 고지를 넘고 나면, 인생이든 경영이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나는 자전거가 아닌 야생마를 타고 있는 것 같다. 수시로 바뀌는 경영 상황이 마치 야생마가 날뛰는 듯하다.

회사 바깥의 변화 속도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고, 회사 안에서도 수시로 이해하기 어려운 엉뚱한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는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당장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붙들고, 한편으로 장기적인 생존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경영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이 세상에 확실한 거라고는 없다.

하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기업 이윤은 불확실성을 감수한 대가라고 정의한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기업가를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계산하여 결정하고 그 결과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거창하고 학문적인 정의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야생마 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매달릴 뿐이다. 떨어지면 다시 올라간다. 물이 무서우면 물속에서 두려움을 떨쳐내야 하고 말이 무서우면 말위에서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다.

야생마 무리가 달리고 카우보이가 쫓아간다. 서부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거리가 점점 좁혀진다. 혼자 달리는 야생마보다 카우보이를 업은 말이 더 빨리 달린다. 영화라서가 아니라 맞는 이치다.

야생마는 달리면서 혼자 여러 가지 판단을 해야한다. 방향도 살펴야 하고 장애물도 살펴야 한다. 카우보이가 탄말은 모든 판단은 그에게 맡기고 오로지 전속력으로 달린다. 부조(扶助)의 힘이다.

회사라는 조직도 처음에는 야생마 무리 같다. 개개인의 성격, 취향, 사고방식이 다 다르다. 리더나 상사는 그런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하나의 물결로 다듬어야 한다.

조직은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다. 조직의 질과 개인의 질이 균형을 이루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릴 수 있다. 야생마 무리는 맨앞에서 달리는 리더를 믿는다.

그래서 한 방향으로 빠르고 강하게 달릴 수 있다. 야생마 같은 조직을 다루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들보다 한 발 먼저, 좀더 열심히 달리는 것뿐이다.

경영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이 세상에 확실한 거라고는 없다.
하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기업 이윤은 불확실성을 감수한 대가라고 정의한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기업가를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계산하여 결정하고 결과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거창하고 학문적인 정의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야생마 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매달릴 뿐이다.

◇속도

나는 야생마를 타고 있는 것 같다. 수시로 바뀌는 경영 상황이 마치 야생마가 날뛰는 듯하다. 회사 바깥의 변화 속도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고, 회사 안에서도 수시로 이해하기 어려운 엉뚱한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는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당장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붙들고, 한편으로 장기적인 생존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방향

리더나 상사는 그런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하나의 물결로 다듬어야 한다. 조직은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다. 조직의 질과 개인의 질이 균형을 이루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릴 수 있다.

야생마 무리는 맨앞에서 달리는 리더를 믿는다. 그래서 한 방향으로 빠르고 강하게 달릴 수 있다. 야생마 같은 조직을 다루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들보다 한발 먼저 좀더 열심히 달리는 것뿐이다.

◇고객만족

어떤 기업이든 리더보다는 현장에서 뛰는 임직원들이 고객을 만날 기회가 더 많다. 그들이 리더에게 불만을 갖게 되면 그 느낌이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달된다.

말을 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느낌은 전해진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회사나 리더를 신뢰하지 않으면 결코 고객과 시장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 책임은 리더에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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