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칼럼](12)희망과 성공의 차이 ... '좋은 사회'에 베팅하기
[김택남 칼럼](12)희망과 성공의 차이 ... '좋은 사회'에 베팅하기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3.08.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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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김택남 자서전]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김택남 회장
김택남 회장

뉴스N제주가 창간 5주년을 맞아 마련한 '김택남 칼럼' 제12탄의 주제는 바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다.

뉴스(NEWS)라는 말은 새로운 것을 말하는 것으로 항간에는 동서남북을 의미하는 단어 즉, 북(north) ,동(east), 서(west), 남(south) 첫 글자의 조합이라고 한다.

뉴스는 미국에서 들어온 단어다. 이 말은 외래어로 북한에서는 '보도'라는 단어로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냥 뉴스라는 말로 쓰고 있는 단어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초등학교 졸업으로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기업을 경영하고 성공의 자리에까지 올라선 이유를 묻자 그는 바로 신문임을 밝혔다. 정 회장은 신문을 통해 미래를 예측해서 투자하고 기업을 경영했던 것이다.  

신문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결과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미래예측까지 설명이 되는데 그러한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뉴스는 곧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정보는 곧 돈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언론기관을 정보를 갖고 있는 권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김택남 회장은 2008년 9월 18일, 제민일보를 인수하면서 주위에서 쏟아진 비난과 혹평을 감수하면서도 언론을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약속했던 바와 같이 제주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들추고 파내기만 할 게 아니라 약한 구석을 따뜻하게 비춰주고 격려하는데 더 치중하고 있다고 본다. 반드시 제주 사회에 힘이 되는 지역 언론이 될 것을 자신했다.

필자도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면서 개인이나 사회의 어둡고 안좋은 것을 파헤치는 것보다, 맑은 뉴스, 밝은 뉴스, 따뜻한 뉴스를 발굴하고 선택해  최우선으로 선정해서 보도하는 것을 목표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김택남 회장은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세상의 크기가 내 꿈의 크기를 결정한다.
당신은 어떤 꿈을 가졌는가!
꿈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어떤 미래를 꿈꾸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 김택남

세상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좋은 정보, 가치 있는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기업은 앞서 언급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은 곧 복지와 연관되어 있다. 

2020년 제주지역 여론을 선도하는 제민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제민일보는 뉴스를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인 독자의 시각에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30주년을 맞아 신문 개편도 이뤄졌는데 핵심은 도민 참여 확대, 인물 중심, 독자와의 소통, 심층 분석으로 독자의, 독자에 의한, 독자를 위한 정보를 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러한 약속이 오래동안 잉졌으면 좋겠다.

권력을 통해 군림하는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존경받는다. 미래에 내가 만약 기업가라면, 사장이라면 어떤 생각으로 경영할 것인지, 어떤 생각으로 베팅할 것인지 오늘 이글을 통해 많은 생각을 수렴하면서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어려운 상황에서 늘 깨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빌면서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p><span style="font-size: 13px;">-사진 왼쪽 두 번째부터 천마그룹 김택남회장, 김만덕기념관 강영진관장.</span><br></p>
천마그룹 김택남 회장, 김만덕기념관에 나눔사업 기부 모습

'좋은 사회'에 베팅하기

국내 신문사는 여섯 개 타입이다. 소유 구조 즉 주식 분포 사정을 기준해서다.

언론그룹이 소유한 신문, 일반그룹이 소유한신문, 정부가 소유한 신문, 종교자본이 소유한 신문, 국민이 소유한 신문, 중견기업이 소유한 신문.

천마 같은 중견기업이 신문사에 투자하는 이유나 목적은 기업의 사회적 명망을 높이고, 기업 브랜드 홍보나 마케팅에 활용하고, 정보 수집과 활용에서 다른 기업보다 우위에 설 수 있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지적이고 학구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는 더 크고 엉뚱한 꿈에 베팅했다.

창업이나 신사업이 늘 오랜 구상과 계획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업 기회를 본능적으로 붙들기도 한다.

그런 것을 보통 기업가정신이라고 하는데 그걸 인정하고 이해해 주기보다는 자신들의 기준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정신 나간 '돌아이'또라이로 취급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천마물산을 인수할 때도, 천마종합건설을 신설할 때도 그랬지만 제민일보 인수는 정말 반대가 극심했다. 하지만 나도 누가 반대한다고 내 뜻을 굽히지 않는다. 내 기준과 판단으로 밀어붙인다.

천마종합건설을 신설하고 얼마 후다. 우연한 기회에 제민일보 대표를 만났다. 제민일보 창간 멤버인 그는 편집국장, 논설실장, 주필, 상무이사를 거쳐 2007년 6월 대표이사가 됐다.

우리는 초면이었지만 나는 평소 생각하던 언론관에 대해 말했다.

나는 언론사의 구조나 운영 시스템은 몰랐지만 나름의 언론관은 있었다. 내 언론관은 불만이었다. 언론의 보도 자세에 불만이 많았다.

언론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중재하고 조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키우고 있었다.

언론은 사실을 전달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지적할 의무도 있지만, 공익 즉 공공의 이익을 도모할 책임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느끼듯이 객관성과 균형감각을 상실한 언론이 많다.

일부 언론은 이념적 대립이 심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이용하여 좌우 편 가르기까지 한다.

어느 한쪽 편에서 반대편의 문제를 까발리는 매우 선동적인 기사를 내보낸다. 양쪽 의견을 절충하는 중재나 화합, 통합에는 관심조차 없다.

오히려 싸움을 부추긴다. 대개의 싸움은 승자와 패자로 갈리지만 계주도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모두가 패자다. 그 상처는 고스란히 제주도민이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를 만나기 전에 그쪽 사정을 대충 파악하고 나간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럴 거로 생각한다.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0년의 언론 통폐합으로 지방지는 1도 1사로 운영됐다. 제주도는 제주일보만 남았다.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7년, 언론 통폐합으로 폐간당했던 신문들이 일부 복간했다. 제주일보 기자들도 그 참에 그동안 간섭받던 편집권 독립을 요구했다.

제주일보가 폐업과 해직으로 나오자, 100여 명의 해직 기자들이 도민주를 모아 제민일보를 창간했다.

1990년 6월 2일, 제주시 이도2동 제주감귤협동조합 창고를 빌려 시작한 덕분에 '창고 신문사'란 별칭이 붙기도 했다.

다행히 재일교포 김효황 회장 등의 투자를 받아 도두동 사옥에서 새 출발 했으나 경영이 어려워졌다.

일본에서 부동산업을 하던 김효황 회장도 더 이상 제민일보를 지원하기 어려웠다. 80년대 호황을 누린 일본 부동산시장이 90년대에는 장기침체로 들어섰다.

김택남 회장
제주발전포럼에서 김택남 회장

꼭 필요하다면 약간의 지분을 참여하여 제민일보를 도울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대표가 제민일보를 통째로 인수해 달라고 했다.

제민일보의 사정이 급했다. 대신 전체 인수 금액이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나는 그때 젊었고 겁이 없었다. 무슨 사업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신문처럼 사회의 약자를 대변해야 한다는 가치관만큼 어떤 일이든 내가 직접 나서야만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분명 시기는 좋지 않았다. 그 무렵 국내경제 사정이 나쁜 데다가 천마종합건설을 막 신설한 직후였다.

천마 임직원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반대했다. 그들은 속으로 내가 정신이 나갔거나 허황된 공명심에 푹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특히 천마물산의 다른 투자자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그들은 지방언론의 취약성을 걱정하며 반대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그전에도 그 후에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내 결심을 굽혀 본 적은 없다.

나는 베팅을 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천마물산의 내 지분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고 제민일보를 인수했다.

2008년 9월 18일, 제민일보를 인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리먼사태'가 발발하고 3일 후다.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며, 세계 경제가 역성장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랬으니 제민일보를 인수한 나에게 쏟아진 비난과 혹평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을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시각이 존재하든 말든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을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천마물산 지분까지 걸고 베팅한 것은 '권력'이 아닌 '좋은 뉴스'였다. 원시 문화를 연구한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인류는 막집과 동굴에서 살며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절에도 이런저런 가십거리를 나누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그때도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며 들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달하는 사람이 인기였다.

"그 얘기 들어 봤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가장 먼저 나누는 말이다. 원시시대는 아날로그 시대든 디지털시대든 산업과 문화가 바뀌어도 뉴스의 전달과 교환은 모두의 즐거움이다.

존 매케인 전 미국 상원의원은 1967년 10월부터 1973년 3월까지. 5년 6개월간 베트콩의 포로로 갇혀 있었다.

그동안 그가 가장 그리웠던 것은 안락한 침실이나 맛있는 음식이나 심지어 가족과 친구보다 뉴스였다고 했다. 도대체 이놈의 세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떤 일이든 사소한 뉴스가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사소한 정보가 우리의 미래를 바꾼다. 저널리즘은 그런 정보를 찾아내 전달한다.

지금 어떠한 일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는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정보를 공급함으로써 개인과 사회, 국가와 세계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가진 재산을 몽땅 걸고 베팅한 것은 '좋은 뉴스' 즉 '좋은 사회'다. 경제가 성장하는 것과 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다르다.

경제의 크기가 늘어나는 것이 경제 성장이라면, 사회 발전은 사회인들이 공유할 만한 가치를 키우는 일이다. 경쟁 사회에서는 각자 창의적이고 자율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

그런 각자도생 사회에서도 개인들이 공통의 규범이나 가치에 기반해 움직일 때 그 사회는 건강해진다. 공통의 규범이나 가치가 흔히 말하는 사회의 공익 즉 공공성이다.

김택남 회장
제민이로

공공성은 사회의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는 공정한 시스템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작동하고, 많은 시민이 공동의 이익을 위한 문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의 객관성과 균형감각이다. 좋은 뉴스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제주 사회의 변화를 이끌려면 나같은 제주 토박이에, 어느 단체나 정당을 편들지 않는 언론사 사주도 한 명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업체는 사회에 속한다. 언론사도 하나의 사업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를 위해 무언가 기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언론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언론의 사회 기여도는 무척 높다.

뉴스도 선택한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전할 수는 없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누구나 주관적으로 된다. 그래서 객관적 뉴스 흔히 말하는 언론의 객관성과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나는 제민일보 기자들에게 제주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들추고 파내기만 할 게 아니라 약한 구석을 따뜻하게 비춰주고 격려하자고 했다. 반드시 제주 사회에 힘이 되는 지역 언론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러 번 거의 아무것도 없는 혹은 아무것도 모르는 '제로 상태'에서 사업 목표를 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제민일보 경영도 그중 하나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엄청난 불안과 고통이 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일종의 아드레날린으로 작용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마치 야생마가 날뛰듯 터져 나오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나날은 그런대로 정신이 없었고, 어느 정도의 목표를 달성하면 '내가 해냈다'라는 자긍심이 인생의 자산으로 남았다.

내가 사업에서나 인생에서나 지금보다 더 크고 어려운 꿈을 꾸는 것은 모두 '제로 상태'에서 얻은 경험과 자신감 덕분인지도 모른다.

제민일보 30주년 기념 사진
제민일보 30주년 기념 사진

◆사회적 책임

내가 가진 재산을 몽땅 걸고 베팅한 것은 '좋은 뉴스' 즉 '좋은 사회'다. 경제가 성장하는 것과 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다르다.

경제의 크기가 늘어나는 것이 경제 성장이라면, 사회 발전은 사회인들이 공유할 만한 가치를 키우는 일이다.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의 객관성과 균형감각이다. 좋은 뉴스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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