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칼럼](31)내가 바라보는 미래 제주
[김택남 칼럼](31)내가 바라보는 미래 제주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3.12.1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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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김택남 자서전]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어린 시절 내 꿈은, 곤밥을 실컷 먹는 것이었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 누구나 그렇지만 흰쌀밥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매일 깔깔한 보리밥이 지겨웠고 가끔 제사 때나 얻어먹는 곤밥을 실컷 먹는 것이 내 어린 날의 꿈이었다.

내가 글을 읽기시작하면서 내 꿈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이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지만 집집 마다 붙어 있는 달력에는 국회의원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딱히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기보다 남들에게 무언가를 나눠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나에게 꿈이라는 나침반이 있기 때문에 그 길이 고되고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가야할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산속을 헤매다 보면 쉬이 피곤해지고 겁을 먹어 움츠려 들게 된다.

그러나 꿈이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품었던 바람 하나가 현실이 되어 있는 것을 깨닫는다.

육지에서 멀어질 용기가 없다면,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기업은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사회를 대상으로 일한다. 좀 더 좋은 회사를 만들면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면 이웃과 젊은이들에게 좀 더 좋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남들은 내가 너무 쉽게 꿈을 이룬다고 하지만 사실 정말 멀고 고된 길이었다.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단지 하고 싶다고 하지 않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품고 살았다.

나는 평범한 사업가이지만 늘 제주의 미래를 생각한다. 내가 잘나거나 대단해서가 아니라 제주의 미래가 제주 안에서 살아가는 나와 천마 가족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김택남 회장은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세상의 크기가 내 꿈의 크기를 결정한다.
늘 가슴에 꿈을 하나 갖고 있어야 하고 정확하고 빈틈없는 계획과 실천이 중요하다.

당신은 어떤 이상을 가졌는가! 꿈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그러나, 꿈과 비전을 갖고 다시 시작하려면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 어떤 미래를 꿈꾸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기업은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사회를 대상으로 일한다. 좀 더 좋은 회사를 만들면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면 이웃과 젊은이들에게 좀 더 좋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남들은 내가 너무 쉽게 꿈을 이룬다고 하지만 사실 정말 멀고 고된 길이었다.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단지 하고 싶다고 하지 않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품고 살았다.

나는 평범한 사업가이지만 늘 제주의 미래를 생각한다.

내가 잘나거나 대단해서가 아니라 제주의 미래가 제주 안에서 살아가는 나와 천마 가족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 개인이 성공을 위해 달리는데 성공이 뚝 떨어지는 것은 없다. 매일 갈등과 사고, 거절, 실망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김택남 회장은 우리에게 긍정의 사고를 갖고 선택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다.

매사에 어렵지만 그 꿈이라는 것을 놓지않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다. 앞을 보고 달려온 천마는 이제 제주의 대표적인 기업이 된 것이다.

김택남 회장의 일대기를 자서전을 통해 돌아봤지만 그의 행보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도 청춘의 꿈으로 새로운 설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도 중요하지만 노년시절이 더욱 중요함을 요즘 느낀다. 젊을 때는 고생도 사서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노년때는 고생하면 바로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그래서 노년 인생 설계도 중요하다.

제주의 미래가 내 개인의 미래를 책임질 것인가. 오래 살고 있는 우리들의 수명이 오히려 병이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 본문을 함께 살펴보면서 김택남 회장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두손 모아 기원해 본다.

이것으로 김택남 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내용은 막을 내린다. 다음 주에 마지막 총괄 정리하고 마무리 할 예정이다. 한림이라는 촌에서 태어나 제주의 중심에서 살고 있는 김택남 회장의 스트리를 통해 내가 사는 이 땅, 제주를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빌면서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김택남 회장
김택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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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보는 미래 제주

수의사에 의하면, 개는 사람의 걸음걸이를 관찰한다. 멀리서도 걸음걸이로 주인이나 낯익은 사람을 반기고 낯선 자들은 경계한다.

지함둘레길을 걷다 보면, 묶여 있는 개들을 만난다. 컨테이너만 덜렁 놓여 있고 사람 인기척이 없는 곳에 묶여 있는 개들은 하나같이 야위고 힘이 없다.

컨테이너 주인들이 사람이 거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개만 덜렁 묶어 놓고 돌보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루 이틀은 그렇게 눈가림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일주일에 대여섯 번씩 그 앞을 지나간다.

지나갈 때마다 주인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개 밥그릇은 말라 있다. 어쩔 수 없이 그 개들을 돌보는 일도 '둘레길 건강하게 만들기 프로그램'에 입력됐다. 둘레길을 갈 때마다 사료를 갖고

가 나눠줬더니 점차 살이 오르고, 지금은 우리가 멀리서 다가가 는 것만 보고도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한다.

그런 개들을 보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린 우리 사회의 빈부 구조를 생각한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 경제는 가끔 마이너스성장을 할 때가 있지만 대체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생산과 소득이 커진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세계의 빈곤 문제는 여전하다. 반면 세계적인 '슈퍼리치Super Rich'들의 소득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빈익빈 부익부다.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 격차를 빈곤이 심화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경제학자 폴 콜리어는 〈빈곤의 경제학〉에서 "어떤 나라에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 나라가 가난할수록, 성장률이 낮을수록, 그리고 오히려 천연자원이 많을수록 높아진다"고 분석했 다.

그의 분석을 제주도에 적용해도 될 것 같다. 시기마다 순위나 비중은 다소 유동적이지만 제주도민들은 지역경제 발전, 쓰레기 등 환경 개선, 1차산업 보호, 미래 먹거리산업 발굴, 관광 및 건설 경기 활성화, 지역 갈등 해소 등을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제주도의 미제로 손꼽는다.

그중에선 단연 지역경제 발전이다.

전라남도 제주도(濟州島)에서 '제주도(濟州道)'로 독립(1946년)한 지 75년이 지났지만, 제주도의 가난은 여전하다.

가난의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산업구조가 가난하여 다른 지역과 비교해 다양한 일거리가 없다.

2019년 제주도의 지역내총생산은 20조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끝에서 두 번째다. 433조 원의 서울이 가장 크고, 12조 원의 세종이 가장 작다.

흔히 제주도의 기울어진 산업구조와 낮은 경제성장률을 면적이나 인구 등이 적은, 소규모 섬이라는 구조적 취약성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소규모 섬이라는 사실이 지역의 산업구조를 결정하고, 지역의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통계는 어디에도 없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오히려 육지보다 1인당 소득이 많은 소규모 섬도시가 적지 않다.

섬도시가 다른 육지도시보다 오히려 유리한 점도 있다. 섬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섬문화와 연계되어 브랜드효과가 상승된다. 육지 소비자들은 섬문화에 은근한 동경과 매력을 느끼고, 섬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슬란드나 몰타 등이 섬도시의 특성을 살린 산업과 제품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제주도의 발전과 성장이 뒤처지는 것은 소규모 섬 도시라서가 아니라 그동안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는 노력과 역량이 부족했을 뿐이다.

또한, 지금처럼 소수의 권력층이 주도하는 경제 구조와 사회구조로는 빈약한 산업구조나 가난한 가계구조를 해소하기 어렵다.

사회학자인 에드워드 로이스는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가난의 문제가 오히려 악화되는 이유는 “불평등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에게 선거라는 제도로 합법적으로 권력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좀 더 쉽게 말해 정치인들과 정치 경력을 발판으로 지역의 지도자가 된 사람들이 국민이나 지역민보다 자신들을 위해 권력을 행사한다는 말이다.

그들은 평생을 제주도 안에서 살아가는 도민의 불편과 불안은 헤아리지 않고, 매우 교조적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한다. 지역 민심을 사기 위한 선거용 공약은 그저 선거용일 뿐이다.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세요?

권력만 잡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뭐든지 힘으로 하려고 합니다. 아주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게 권력사회 입니다."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2021년, 102세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한 말이다.

이건희 회장이 "우리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다"고 했다가 발끈한 정치인들에게 곤욕을 치렀지만, 우리 정치는 여전히 4류에 머물고 있다.

어쩌면 더 나빠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잃어봐야 보인다고 하지만 그사이에 우리에게 진짜 소중한 것을 다 잃게 생겼다.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크게 두 개의 목표점이 있었다.

국제자유도시와 지방분권의 달성.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는 제주도민들은 대부분 부유한 ‘국제자유도시'에 더 많은 기대를 걸었다.

어떤 기대치를 만들고 그것을 반복하여 말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게 되는 현상을 '시장의 우상'이라고 한다.

제주도민들의 '부유한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기대도 '시장의 우상'이 됐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지금까지의 과정과 성과로는 풍요로운 제주도는 멀어도 한참 멀다. 좋은 평가보다는 환경오염, 땅값 상승 등 부정 평가가 더 높다.

나를 포함한 제주도민들의 미래 제주에 대한 기대와 바람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미래 제주는 제주도민 스스로 고민하고 설계한 밑그림이 바탕이 돼야 한다. 더 이상 정부의 정책과 지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정부가 바뀌면 매번 개발정책이 바뀌는 역사가 반복됐다. 제주도의 미래를 더 이상 그런 식으로 흘러가게 할 수는 없다. 제주도민이 스스로 미래 제주의 그림을 그리고, 현재의 비현실적 제도나 정책의 한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지금 제주도가 직면한 경제환경은 한국이 처해 있는 경제환경만큼이나 불안하고 불확실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매년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분야 20개 부문, 235개 세부 항목을 분석하여 각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2020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63개국 중 23위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결코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다. 기업 규제 순위는 46위, 기업 생산성은 38위다.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기둔화, 인구구조 변화, 기후변화 등의 우려스러운 환경과 함께 한국경제의 지속성장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기존의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으로는 세계적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무언가 혁신적인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재촉한다. 특히 제조업경쟁력의 추락을 우려한다.

제조업은 여전히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중산층이 붕괴되고 빈곤 가정이 증가한 사례가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은 나라의 공통점이 제 조업 기반이 취약한 국가들이었다. 그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제조업 기반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제주경제의 취약점으로 제조업 부진과 열세를 지적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마땅한 대책도 없었다. 2019년 전국의 광업• 제조업을 100으로 봤을 때 제주도의 광업• 제조업은 불과 0.2%에 불과했다. 17개 시도 중 단연 맨 꼴찌다.

모든 산업의 근간은 1, 2차 산업이다. 이를 근간으로 3, 4차 산업이 발전한다. 세계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이 깊숙이 진행되고 있다. 1, 2, 3차 산업혁명이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혁명이다.

이미 주문에서 배송, 심지어 미래 수요 예측까지 AI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1, 2.3,4차……. 산업혁명이 복잡한 것 같지만 결국은 모든 산업이 융합된다. 이미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모든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연계 발전하는 초연결사회, 초산업사회가 전개되고 있다.

그 사이에 5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 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인지, 5차 산업혁명 시대인지 어쩌면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끝자락에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했듯이 "작은 일을 하는 동안 큰일을 생각하면 자질구레한 모든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제주경제가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 나와 천마는 새로운 제조업에 투자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가 말했듯이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정말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확실하게 실패가 보장되는 유일한 전략은 리스크를 시도하지 않는 전략뿐이다."

나는 또 다른 '파종'을 계획 중이다. 제주도가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은 아직 충분하다. 50년간 전 세계 신문에 연재된 만화 〈피너츠〉를 그린 찰스 슐츠 말대로다. "사물의 즐거운 면을 보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 모든 것에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뜻밖에 최고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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