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칼럼](27)내가 바라보는 미래 제주...농업과 어업이 없는 섬?
[김택남 칼럼](27)내가 바라보는 미래 제주...농업과 어업이 없는 섬?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11.18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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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김택남 자서전]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해마다 이맘때이면 대정 모슬포지역에서는 축제까지 열며 전국의 사람들에게 홍보하면서 많이 찾고 있는 생선이 있는데 그것은 푸른 옷을 입은 방어다.

방어 한마리로 여럿이 모여 입을 즐겁게 하면서 추운 겨울을 이겨냈던 제주도민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온다. 날씨 온난화로 방어가 제주에서 저 멀리 강원도까지 이사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할 적에도 고기가 없어 수입해서 공수한다고 하는데 제주의 좋은 어종들이 이제 육지로 올라가면서 제주 경제는 힘든 실정이라고 여겨진다.

지역특산품이 다른 곳으로 이사간다는 것은 기후 환경이 안좋다는 반증이다. 사람들이 이사가는 것처럼 좋은 환경에서 살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엊그제 본사에서 글짓기 행사로 심사를 끝내고 식사자리에서 방어를 먹었다. 주인장이 8kg 되는 방어가 방금 들어왔다며 해체할 것이라 말하며 주문하기를 권하자 소주와 함께 방어회를 시켰다. 

접시에 가져온 싱싱한 방어회는 군침을 삼키게 만들고 셋이서 건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제 이런 싱싱한 방어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이나 상황이 그리 많지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앞으로 제주의 경제는 힘들겠다는 생각만 앞섰다.

굴비로 유명해 한때 잘나가던 추자도 섬 주민들도 어려움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처럼 제주 바다가 섬 사람들에게 좋은 먹거리나 자원을 제공하다가 이제 그러한 영향을 못하니 바다 입장에서도 미안할 것이다.

누구의 잘못일까?

어쩌면 제주의 바다는 가면을 쓰고 있다. 멀리서 보면 푸른 바다로 아주 기분이 상쾌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거의 오염이 되어 있다. 

마치 찰리 체프린의 명언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바다는 지금 슬프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인간일 것이다. 그리고 밀접한 직업을 갖고 있는 해녀, 어부 등 수산물 종사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뻔한 일이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농산물을 제값에 못받고 폐기처분할 정도로 되면 빚만 잔뜩 지고 농사짓는 것보다 땅값이 올라서 집을 지어 임대사업하는 것이 더 수입이 좋다면 농사지을 땅은 거의 사라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제주의 땅이 귀해지고 있다. 섬의 땅이 귀해지고 있다. 농사지을 땅이 없는 섬은 그야말로 사막처럼 거의 쓸모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본문에도 나오지만 농사는 1차산업, 가장 기본적인 산업이다. 먹는 것만큼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

땅에서 바다에서 나온 싱싱한 쌀, 과일, 채소와 수산물들, 그리고 축산물 등이 우리 인간에게 가장 알맞게 적응한 것을 다시 새로운 식량으로 대체해서 적응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기에 이런 식품을 먹지 못한다면 새로운 병도 나타날 것이다.

기업이 중요하다.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투자하려면 행정에서 밑받침이 되고 청사진을 같이 공유해야 한다.

그런 환경이 없다면 제주의 미래는 없다. 그냥 청사진도 없는 곳에 기업이 투자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를 제주답게 살려야 할 책임들이 우리 제주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후손들이 계속 살 곳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어종인 방어가 변형되어 돌아오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전에 먹었던 방어를 다시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원도에 간 방어를 제주로 오게 하는 법은 없을까?

지금 당장 목마른 사람들에게 미래를 얘기하면서 참고 기다릴 것을 주문한다면 그것도 미친 짓이지만 그러나 미래를 보는 눈을 키워 제주의 1차산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택남 회장은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세상의 크기가 내 꿈의 크기를 결정한다.
정확하고 빈틈없는 계획과 실천이 중요하다.
당신은 어떤 비전을 가졌는가!
꿈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그러나, 성급하게 신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초조감이나 그런 유혹에 빠지는 것은 금물이다.
어떤 미래를 꿈꾸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육지에서 멀어질 용기가 없다면,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기업은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사회를 대상으로 일한다. 좀 더 좋은 회사 를 만들면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면 이웃과 젊은이들에게 좀 더 좋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남들은 내가 너무 쉽게 꿈을 이룬다고 하지만 사실 정말 멀고 고된 길이었다.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단지 하고 싶다고 하지 않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를 품고 살았다.

나는 평범한 사업가이지만 늘 제주의 미래를 생각한다.
내가 잘나거나 대단해서가 아니라 제주의 미래가 제주 안에서 살아가는 나와 천마 가족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미래의 제주를 생각하는 나의 하루가 행복한 시간으로 충만하기를 빌면서 이 글을 통해 내가 사는 이 땅, 제주를 더욱 사랑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며 많은 관심과 응원바랍니다. [편집자 주]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농업과 어업이 없는 섬?

올레길을 다 돌고, 올레길에서 벗어나 다시 제주를 돌아보기로 했다. 올레길에서 만난 제주는 내가 알던 제주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자연이 대책없이 망가지고, 어느 지역보다 끈끈했던 공동체문화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동안 제주도의 리더들이 경 영에는 실패한 폐해와 상처가 생각 이상으로 깊고 넓었다.

2016년 8월부터 5개월간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천마가 소재한 애월읍을 시작으로 한림읍, 한경면, 대정읍, 안덕면, 남원읍, 표선면, 성산읍, 구좌읍, 조천읍 그리고 우도면과 추자면을 돌았다.

마을을 돌며 만난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그들의 걱정과 하소연을 들었다. 그중 '농업의 위기'와 '수산업의 소멸'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섬이라는 여건을 안고 태어난 제주도는 오랜 세월 농업과 축산, 수산업이 주산업이었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와 도시는 농어업에서 공업으로 갈아타면서 부유한 국가와 도시가 됐지만 알다시피 제주도의 공업화는 무척 더디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섬 어디서든 보이는 게 자연 그대로의 땅이고 바다다. 비록 돌이 많고 화산토라 하지만 그래도 농어업에 유리한 자연의 자원을 품고 있는데 위기와 소멸이라니.

'위기'라는 단어는 늘상 듣지만 '소멸'이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객관적인 통계 수치가 그 차이를 설명한다. 최근 10년간 2010 ~2019년 제주도 농가 수는 대략 18% 감소했다. 어가 수는 25%, 어민 수는 37.4%나 감소했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 유산에 등재되고,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에 오른 제주 해녀는 2020년 3613명이 남아 있다.

2006년 5406명··, 2010년 4995명··, 2020년 3613명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제주 수산업은 산업 소멸 지수의 마지막 단계인 '소멸 고위험'에 이르렀다. 소멸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소멸되면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모든 산업은 연계된다. 수산업이 소멸되면 다른 산업도 영향을 받는다. 전체 산업에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세계 어디든 섬은 어업과 농업이 주산업이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섬은 자급자족이 기본이다. 전업 어가보다 반농반어의 겸업 어가가 많은 이유다. 배가 없어도 어업은 가능하다.

갯벌은 어패류의 밭이다. 그러나 환경 오염으로 갯벌이 죽어가면서 맨손 어업이 어려워졌다. 배가 없는 겸업 어가의 수가 확연 히 줄었다. 전업 어가보다 더 많았던 겸업 어가의 젊은 사람들 은 다른 직업을 찾아 마을을 떠나고, 갈 데 없는 고령의 어부만 어가 수를 채우고 있다.

갯벌이 사라지듯 농가의 가용 경작지도 계속 감소 추세다. 제주도 전체 면적의 64%는 400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름과 함께 흩어져 있는 숲과 들이다.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경작지는 불과 27.7%다. 이마저 마치 눈 녹듯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사라진 눈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농어촌이 없는 나라는 망한다는 말도 있다. 농어업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그래서 1차 산업이다.

생태계란 식물, 동물뿐만 아니라 날씨, 땅, 태양, 흙, 기후, 대기 같은 환경도 모두 포함된다. 섬과 육지는 생태계가 다르다.
섬도 섬마다 생태계가 조금씩 다르다.

생태계에 따라 각 섬의 농업과 어업 형태도 조금씩 다르다. 생태계와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의 문화와 정체성도 다르다. 농업과 어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섬의 생태계와 함께 그 섬의 문화와 정체성마저 사라진다는 말이다.

농업과 어업의 위기는 단지 1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령 제주경제의 버팀목이라는 관광 등 서비스 산업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관광객들이 농업과 어업이 없는, 완전히 도시화된 섬을 구경하러 올까? 섬의 도시화는 또한 어쩔 수 없이 환경 문제를 수반한다.

이미 현실이 된 제주도의 실상이다.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은 청정자연이 기반이다. 거꾸로, 그런 1차 산업이 있기에 청정자연이 유지된다.

섬을 찾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청정자연을 구경하고 그 안에서 쉬기를 원한다. 1차 산 업이 3차 산업 즉 관광산업의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섬이라는 제한된 자원과 환경을 이용하여 살아가는 섬 주민의 생활과 1차 산업과 자연환경의 보전은 다른 문제가 아니라 같은 문제다.

1차 산업 즉 자연 자원의 고갈은 섬 주민의 생활과 환경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 곧바로 섬의 지속가능성의 문제와 연결된다.
세계가 1차 산업을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택남 회장
김택남 회장

생산 성과 부가가치를 쫓아 2, 3, 4차 산업으로 달려가던 세계가 뒤돌 아보기 시작했다. 무작정 달려가다 보니 지구의 끝, 인류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계를 처참하게 만든 코로나 팬 데믹 위기의 본질은 천연자원과 환경의 훼손이다. 그로 인한 지 구온난화, 도시과밀화, 생태계 변화 등이 초래한 결과다.

농업은 지구 온난화 속도를 완화시키는 완충지대로서의 기능을 지녔다. 인간과 동물은 끊임없이 다른 생물체를 먹어야 생 존할 수 있다. 식물은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스스로 생산한다.

잎과 뿌리로 흡수한 이산화탄소와 물, 태양의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당이나 녹말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모든 생물이 살아 가는 데 꼭 필요한 산소를 배출한다.

농업은 단순히 식량만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다. 농업 즉 농촌의 기능은 다원적이다. 작물을 키우는 땅은 국토를 보존하는 기능도 있다.

작물을 키우는 땅과 키우지 않는 땅에서 소실되는 토사량에 큰 차이가 있다. 작물을 키우는 땅은 작물의 뿌리가 땅을 단단하게 붙들어주기 때문에 비나 바람에 의해 소실되는 토사량을 막아준다.

특히 바람이 세고, 화산회토 토양인 제주도 의 땅은 소실되는 토사량이 육지보다 현저하게 많다.

하지만 "앞으로 5년간 한반도에서 특히 급격하게 발전할 산업은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관광업과 농업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는 짐 로저스 같은 미래학자의 연구 덕분에 나는 이전보다는 좀더 낙관적으로 농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로저스는 그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농업은 이 세상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을 직종이다. 우리 인간은 식량이 없으면 살아 갈 수 없다. 누군가는 반드시 농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어디든 농촌 인구는 대부분 감소 추세다. 농촌의 젊은이들은 더 좋은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나간다. 이는 역으로 점점 더 적은 수의 농부가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1961년 이래 농경지의 총면적은 6퍼센트 늘어난 데 반해 전체 식량 생산량은 300퍼센트나 증가했다.

이는 환경에도 유리하다.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면 즉 더 적은 땅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면 그만큼 초원과 숲, 야생의 영역은 넓어진다.

나도 기회가 되면 한 걸음 더 나가볼 궁리를 하고 있다. 제주의 농업 생태계와 환경을 활용한 특작물을 개발하여 내륙의 도 시로 공급하는 일이다.

그런 사업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갈수록 신선한 먹거리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대두될 것이다. 게다가 최근 5년간 2015~2019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50.2%에서 45.8%로, 곡 물자급률은 23.8%에서 21%로 감소했다.

김택남 회장이 과수원에서 귤을 따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
김택남 회장이 과수원에서 귤을 따는 모습

고령화 때문에 농어업이 무너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본질을 벗어난 접근이다. 고령화란 전체 인구 중에 노인의 비율이 많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그걸 막을 수는 없다.

노인이 많아지는 것을 탓할 게 아니라 젊은 사람이 줄어드는 것을 탓해야 한다. 1차 산업이 무너지니까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농촌의 고령화는 농지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농지 투기 등으로 땅값이 오르면서 농지를 구입 또는 임차하지 못한 젊은 농부들은 떠나고 결국 노인만 남게 되는 것이다.

농어촌을 살리는 게 먼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령화 문제도 개선될 것이다.

이미 수평적 사고로 농업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존의 수직적 사고의 해답은 '예 아니면 '아니오' 둘뿐이다. 수평적 사고는 어떤 문제라도 '예' 혹은 '아니오'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열린 마음으로 생각한다.

가령 자전거 바퀴를 사각형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수직적 사고는 곧바로 '아니오'라고 대답하겠지만 수평적 사고는 한 번 더 생각한다. 그리고 사각형 바퀴를 수용할 수 있는 레일을 만들면 가능하다는 해답을 끌어 낸다.

농업1차 산업을 기반으로 제조,가공 등 2차 산업과 유통 관광· 서비스 등의 3차 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6차 산업도 수평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농업하면 일단 넓은 땅을 생각하지만 기존의 '넓은 땅' 대신 '높은 땅'을 활용하는 수직 농법'이 등장했다. 2층 이상의 낡고 버려진 건물이나 창고에서 식물을 재배한다. 공업 기술과 아이 디어를 접목하여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며 필요한 햇빛과 공기, 수분 등을 공급하는 재배용 틀을 만들었다.

전력 소비가 무척 적고, 물은 계속 재활용하고, 유기물은 퇴비로 재활용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수확한 작 물은 3차 산업의 유통과 서비스를 연계하여 고객을 찾아간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류의 위기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 세계가 1차 산업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수평적 사고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매우 낮음- 보통 - 주의 - 소멸위험 진입을 지나 소멸 고위험 단계에 들어선 제주 어업도 늦지 않았다.
뭐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Better late than never.

제주 어업 소멸도 흔히 어부의 고령화와 감소를 주 원인으로 든다. 하지만 역시 순서가 틀렸다. 고령화 때문에 어부가 감소하는 게 아니라 젊은 어부가 감소하니까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고령화를 탓할 게 아니라 어촌의 노동 조건과 환경, 수입 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어촌의 환경과 조건이 좋아지면 어촌의 젊은이들은 물론 도시의 젊은이들도 찾아올 것이다.

솔밭의 추억으로 인해 김택남 회장이 연결된 모든 사진들(제주해녀 심춘들과)
김택남 회장, 제주해녀 심춘들과

제주도에 등록된 외국인은 이미 2만명이 넘는다.

대부분 농어촌에서 일한다. 2018년, 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1625명으로 전체 어업 인구의 약 18%에 이른다. 어촌의 작업 환경과 수입이 개선되면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일할 수 있다. 청정 해양환경과 수산자원 정보관리, 어선의 현대화와 대형화 등 어업 환경 개선이 선결 과제다.

제민일보가 2005년 6월에 처음 기획한 '제주잠녀'는 사라지는 해녀와 해녀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2016년, 11년이나 걸렸지만 제주해녀 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라는 큰 목표까지 달성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었고, 제민일보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2017년부터 사단법인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 이사장으로서 제주해녀대상 시상 등 제주 해녀와 문화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제주 어업이 미래 선도산업으로 재기하는 것이다. 2021년 1월, 제주해녀대상을 수상한 해녀들이 부탁한 말이 우리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해양쓰레기로 바다가 너무 많이 변했어요. 우리 해녀와 어촌계가 바다밑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모두 함께 바다를 아끼는 마음이 없으면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려 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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