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칼럼](25)'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은?
[김택남 칼럼](25)'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은?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3.11.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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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김택남 자서전]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김택남 회장이 과수원에서 귤을 따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
김택남 회장이 과수원에서 귤을 따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

11월로 들어오면서 달력이 두 장밖에 안 남았다. 사실 올해도 이뤄놓은 것은 가시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세월은 꿈꾸 듯 빨리 지나온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가 두발로 걷는 인간이기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열 개의 달력을 걷어내면서 지나온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시간들을 채우면서 결과도 어쩌면 많이 이뤘을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날씨가 예상외로 덥다. 그런 날씨 변화로 인해 사람들은 '기후 위기', '경제 위기' 라는 말을 하면서 위기 의식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순음의 자세로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다. 날씨가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그만큼 환경에 적응하면서 잘 이겨내고 지금보 더 잘  살 수 있다는 긍적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더운 나라의 환경을 배워둬야할 때인 것이다. 그곳은 어떻게, 어떤 식생으로 살고 있는지, 그곳의 문화는 어떻게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공무원 등 지도자가 나가서 배우고 여기 기후에 접목시켜야 한다.

그게 실천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며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변화에 민감하지 앟으면 수족관안의 개구리가 되어 그냥 앉아 죽어버린다.    

육지에서 멀어질 용기가 없다면,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기업은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사회를 대상으로 일한다. 좀 더 좋은 회사 를 만들면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면 이웃과 젊은이들에게 좀 더 좋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남들은 내가 너무 쉽게 꿈을 이룬다고 하지만 사실 정말 멀고 고된 길이었다.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단지 하고 싶다고 하지 않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를 품고 살았다.

나는 평범한 사업가이지만 늘 제주의 미래를 생각한다.

내가 잘나거나 대단해서가 아니라 제주의 미래가 제주 안에서 살아가는 나와 천마 가족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김택남 회장은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세상의 크기가 내 꿈의 크기를 결정한다.
정확하고 빈틈없는 계획과 실천이 중요하다.
당신은 어떤 비전을 가졌는가!
꿈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그러나, 성급하게 신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초조감이나 그런 유혹에 빠지는 것은 금물이다.
어떤 미래를 꿈꾸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 김택남

약 70여일 남은 올 해의 날들을 더욱 알차게 보내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빌면서 이 글을 통해 나를 더욱 굳세게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며 많은 관심과 응원바랍니다. [편집자 주]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자서전 출판기념식 및 청년창업자들과 북콘서트 개최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25

내가 꿈꾸고 설계하는 세상' 

얼마 전에 손님과 회사 뒤 둘레길을 걸었다. 작은 목장 옆을 지날 때 그녀가 물었다.
"회장님은 말은 안 사세요?"
"말은 이미 많아요. 열심히 뛰어다니는 우리 임직원들이 나에 게는 명마입니다."

명마라고 표현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와 임직원의 관계는 식구'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나는 식구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식구는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 또는 '한 조직체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천마물산을 인수하고 구내식당을 만들자고 하자 총무부에서 인원에 비해 운영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걱정했다. 그들은 구내 식당을 비용으로 접근했지만 나는 식구로 접근했다.

또한 30명이던 식구가 300명으로 늘어났다. 회사 규모도 대략 열배쯤 커졌다. 나는 미래의 회사 규모를 생각하고 구내식당을 만들자고 했다.

우리는 대부분 과거의 일만 얘기한다. 다 지난 일들,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미 나온 일들을 마치 자신의 지식인양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말대로 "만약 우리가 가진 지식이 과거에 일어났던 것만 얘기할 수 있다면 그 지식은 아무 가치도 없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국내에도 빠르게 확산된 '재택근무'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에 펴낸 <제3의 물결>에서 이렇게 예측했다.

"지식 근로자들은 전자오두막'electranic cottage'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기도 전에 이런 예측이 가능할까 싶지만 사실 논리적인 추론은 누구나 가능하다. 미래 예측은 미래의 어떤 가능성을 설정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가령 미리 어떤 주제나 분야를 정하고, 과거와 현재에서 관련 있는 데이터와 정보를 수집하여 촘촘히 연결하면 무언가 흐름이 보인다. 그 흐름을 설명하는 것이 미래 전망 또는 예측이다.

역시 미래학자인 <메가트렌드>의 저자 존 나이스빗은 그저 신문을 열심히 읽을 뿐이라고 했다.

"송두리째 변하는 건 없다.

무언가 변하면 그것이 다른 모든 것에 영향을 줄 뿐이다.

나는 매일 6~7시간씩 신문을 읽고 전 세계의 다양한 정보를 메모한다.
"미래의 변화는 현세의 자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서점에 가보면 미래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책들이 의외로 많다. 미래학자나 과학자,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주식, 부동 산, 금융...... 등등 자신이 잘 아는 일이나 분야의 미래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책을 낸다.

어쩌면 미래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게 아니라 그러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이 부족한 지도 모른다.

미래학을 배운 사람이든 아니든 미래의 흐름을 예측하는 요령은 간단하게 '나비효과 suterfy effect' 같은 것이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위드 노턴 로렌즈가 복잡한 기상 변화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이애미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그것이 지구 반대편 기상 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단지 기상 변화뿐만 아니라 자연과 사회의 거의 모든 현상이 나비 효과'로 나타난다. 지구 동편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이 지구 서편의 현상이나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떤 분야든 예측 또는 전망이란 어떤 것을 원인으로 가정하고, 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과정과 결과를 미리 어림잡는 것이다.

2012년 7월, 제주일보가 53억여원의 세금을 체납하자 제주 세무서가 공매를 신청했다. 공매 물권은 제주일보의 애월읍 광령리 사옥 부지와 건물, 두 대의 윤전기였다.

그때 천마물산, 제민일보, 천마종합건설 등은 도두동 사옥과 탑동 사옥에 부서와 인원이 분산돼 있었다.

공매는 몇 차례 유찰된 후 우리가 써낸 입찰가에 낙찰됐다.

탑동과 도두동의 부서와 인원을 광령리 사옥으로 옮겼다. 탑동은 임대건물로 사용하고 도두동 사옥은 허물고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했다.
두 대의 윤전기를 확보한 후 나는 기존에 사용하던 윤전기는 절단하여 고철로 처분하라고 했다.

총연장이 120m에 무게가 800톤에 달하는 그 윤전기는 2000년에 일본에서 수입했다. 

제민일보의 도두동 시절 역사를 안고 있는 윤전기를 굳이 절단하여 처분하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윤전기는 연수는 꽤 됐지만 여전히 대량 고속인쇄가 가능했다.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그 윤전기를 입수한 인쇄업자가 외주 인쇄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었다. 제민일보도 제주도에서 발행되는 중앙지 인쇄를 대행하고 있다.

그런 과거 - 현재 - 미래의 흐름이 예상되기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절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윤전기를 그냥 팔면 고철로 팔 때보다 두 배 이상 받을 수 있었다. 임원들이 손해가 너무 크다고 반대했지만 나는 절단 처분을 지시했다. 그러자 제민일보의 한 임원이 윤전기 절단 매각을 반대하는 연판장을 기자들에게 돌렸다. 나는 절단 매각을 강행한 후에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제서야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사진잡지 <라이프 Life>의 발행인 헨리 루스는 독단적이고 고집이 세기로 유명했다.

그와 작업한 사진작가들은 편집회의에서 번번이 자신들의 의견이 묵살되자, 다시는 헨리 루스가 의뢰하는 작업은 맡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잡지가 발간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루스에게 사진작가의 마음과 눈은 없었지만 사진을 감상하는 소비자의 마음과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뒤 나는 연판장을 작성한 임원을 불러 사표를 받았다.

임원은 꽤 많은 직원들을 리드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리드하는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지도, 그런 노력 조차도 하지 않았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의 판단력과 결정력, 직원들의 실행력이 연결될 때 탄력을 받는다.

리더의 판단과 결정을 의심하는 조직은 탄력은커녕 좌초되기 십상이다. 설렁 리더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도 모두가 한 방향으로 노를 저으면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다.

'윤전기 사건'은 약간은 후유증이 있었지만 더 큰 걸 얻었다.

내가 절단 매각을 밀어붙인 이유를 알게 된 뒤로는 제민일보는 물론 다른 계열사들도 내 결정을 따라주었다.

자신들이 당장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도 더 멀리 크게 내다보는 판단이라고 생각해 주었다. 몇몇 임원들은 자신들이 근시안이었다며 사과했다.

나는 무언가 떠오르는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많다. 그중 어떤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기 전에 나에게 스스로 이렇게 묻는다.

"이 아이디어 혹은 이 일을 실행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2010년, 구글플러스에 "2020년 안에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연결될 것이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2009년 가을에 이라크를 방문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거의 모든 인프라가 초토화돼 있었다. 음식과 일용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수가 없었다. 물과 전기도 제대로 공급이 안 되고, 몇 년간 수거하지 않은 쓰레기가 온 사방에 쌓여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도 어디를 가도 모두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상상이 안 되는 상황을 목격하고는 세계의 흐름은 '연결'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 결정이 필요하면 머릿속에서 관련 사실과 정보들을 마치 설계도를 그리듯 연결시켜 본다.

그렇게 그 일이 흘러 가는 방향을 생각해 본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때도 있지만, 미리 전체 흐름을 생각해 보았기 때문에 어디쯤에서 어떻게 어긋나기 시작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경험과 습관이 쌓이면서 판단이나 예측의 정확도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경제, 정치, 산업 전망 등 세계의 큰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책이 계속 발간되고 있다. 그런 책들을 읽지 않으면 큰일나는 것처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런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초조해하면 할수록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만 늘어난다.

차라리 꼭 읽어야 할 소량의 책을 선택하여 소화하면서 세계의 흐름을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 회장은 일찌감치 <호암자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경영에 관한 책에는 흥미를 느껴본 일이 별로 없다. 새 이론을 전개하는 일도 있지만, 그것은 대체로 지엽적인 경영의 기술면을 다루고 있는 데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경영의 기술보다는 그 저류에 흐르 는 기본적인 생각, 인간의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다." 성공이 보장된다면 수백 권의 책이라도 다 읽겠다. 하지만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기대치, 목표는 제각각이다.

경영 판단과 실행은 각각의 조건과 상황에 맞게 독자적이고 개별적이어야 한다. 나는 책 속 경영 이론이나 지식보다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실전 경험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은 교육과 책 등을 통해 억지로 습득할 수 있지만 지혜는 체험과 깨달음으로 습득된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론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지식은 학교 교육의 결과이지만 지혜는 평생을 통해 분투하고 노력해서 얻은 체험적 깨달음이다."

호암은 경영을 '인간'으로 접근했다. 나는 '설계'로 접근한다. 오랜 세월 내 몸과 머리에 내장된 습관이 무의식 속에서도 저절로 작동한다.

설계는 그 대상의 모든 조건과 기대치, 목표를 망라하여 통합적으로 구성한다. 설계의 전개 과정은 설계자마다 독특한 패턴이 있고, 그 패턴에 따라 그 결과도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설계'를 '경영'으로 대치하면 '경영은 그 조직의 모든 조건과 기대치, 목표를 망라하여 통합적으로 구성한다. 경영의 전개 과정은 경영자마다 독특한 패턴이 있고, 그 패턴에 따라 그 결과도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딱 맞아 떨어진다.

설계는 보이는 '부분'을 연결하여 보이지 않는 '전체'를 짐작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까지 연결하여 전체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뭐든 노력하고 시도해볼 수는 있다. 쉽지는 않지만 습관이 되면 마치 호흡처럼 자연스러워진다.

나는 어떤 일이든 '설계도'를 그려 본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머릿속에서 그런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내가 제민일보 기자들의 기억이 담긴 윤전기를 연판장을 돌리며 반대하는 데도 굳이 절단하여 매각한 것도 나름의 '설계도'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말한다. 내가 지독한 흙수저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가 이룬 꿈이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머릿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한다. 연극의 1막과 2막이 다르듯이 인생 1막과 2막에서 꾸는 꿈은 다르다.

천마그룹 본사(광령리 소재)
천마그룹 본사(광령리 소재)

◆애월읍 평화로 2700
2012년 7월, 제주일보가 53억여원의 세금을 체납하자 제주세무서가 공매를 신 청했다. 공매 물권은 제주일보의 애월읍 광령리 사옥 부지와 건물, 두 대의 윤 전기였다. 그때 천마물산, 제민일보, 천마종합건설 등은 도두동 사옥과 탑동 사 옥에 부서와 인원이 분산돼 있었다. 공매는 몇 차례 유찰된 후 우리가 써낸 입 찰가에 낙찰됐다. 탑동과 도두동의 부서와 인원을 광령리 사옥으로 옮겼다.

◆인생 2막의 꿈
사람들은 나를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말한다. 내가 지독한 흙수저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가 이룬 꿈이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머릿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한다. 연극의 1막과 2막이 다르듯이 인생 1막과 2막에서 꾸는 꿈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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