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제대로 된 시=사물의 묘사(외면풍경)+진술(시인의 생각넣기)"
이어산, "제대로 된 시=사물의 묘사(외면풍경)+진술(시인의 생각넣기)"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26 23:08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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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토요 시 창작 강좌(92)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92)

□ 시의 애매성과 핵심에 집중하기

이어산 시인, 평론가
이어산 시인, 평론가

시의 완성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가 읽을 맛이 나는 시다. 이것은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이다.

언어예술인 시가 독자로부터 인정을 받기위해서는 우선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든지 뭔가 끌리는 것이 있게 해야 된다.

우리가 미인을 볼 때 한 눈에 알아보는 것이지 부분 부분을 나눠서 미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시는 이해를 다 하질 못해도 시의 깊이나 그 꼴이 시로서의 흡인력을 갖고 있다. 어려운 시라도 꼴이 제대로 갖추어진 시는 읽을수록 맛이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의 꼴을 제대로 갖춘 시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그것은 시적 대상의 외면풍경과 내면풍경이 제대로 조합된 시를 말한다.

외면풍경이란 시인이 체험했거나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고 내면풍경이란 시적대상에 부여되는 새로운 의미나 정서적 상상력을 통한 시인의 마음이나 정신이 담기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매번 말하는 '사물의 묘사(외면풍경)+진술(시인의 생각 넣기)'이다.

친절하게 설명하는 소설과는 달리 시는 다 설명하지 않는 숨김의 미학을 추구하는 주관적 성격이 강한 장르이다.

독자가 이해를 하지 못할까봐 설명하려는 자세는 시를 아주 싱겁게 하거나 대중가요처럼 통속으로 흐르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에서의 소통이란 정서적 교감을 통해서다. 이 말 했다가 저 말하는 복잡한 것이 아니라 포인트(핵심)가 중요하다. 한 가지의 대상이나 한 가지의 현상을 시에서는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시 짓기를 '하나의 지배적 정서'라고 하는데 집중하고자 하는 하나의 장면이나 대상을 선택한 후 하나의 정서에 집중하면 좋은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시는 시적 대상(사물)을 빌려서 우리의 인생사를 애매하게 말하는 문학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생사가 내포되지 않은 시는 사물의 서술이나 묘사(스케치)에 그치기 쉽다.

여기에 더하여 직설적이지 않되 사람살이의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진술을 넣은 시가 시로서 생명력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를 다시 한 번 강조 한다.

한여름 밤의 꿈

이현승

나뭇잎에 베인 바람의 비명
몸이 벌어지면서 나오는 신음들
수도꼭지의 누수처럼 집요하게 잠을 파고드는
불편한 소리들
아, 들끓는 소리와 소리 사이
폭발과 폭발 사이 화산의 잠

어둠 속에서 숨죽여 우는 사람이 있다
누가 밤하늘에 유리 조각을 계속 뿌려대고 있다


여름밤

정호승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 밤엔
상추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

위 시는 여름에 관한 짧은 시다. 이 시 두 편을 읽고 패러디한 시를 써서 댓글로 달아주기 바란다. 너무 드러나게도 말고 너무 어렵게도 말고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여 약간의 애매성이 있도록 글을 쓰기위한 연습이다.

잘 된 글 몇 편을 선정하여 시집을 상품으로 보내드리고자 한다.

시에서 '애매성'을 빼버리면 산문이 되기 쉽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의 애매성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다.

이것을 잘못 이해하여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분명한 글을 시라고 발표하는 경우를 본다.

이렇게 되면 시인의 역량이 모자라서 얼버무린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시에서 애매하다는 말은 부정확 하거나 해독 불가능한 난해한 글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다의적(多意的) 의미가 내재(內在)된 상태를 말한다.

엠프슨(W. Empson)은 애매성을 "뜻 겹침"이라고 말했다. 문학용어로 중층묘사라고도 한다.

현대시단은 대체로 애매성을 적극 옹호한다. "시의 미감(美感)은 애매성이 클수록 풍부해 진다"고도 한다.

필자도 그 말에는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애매성과 난해성은 구분되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 디카시 한 편 읽기

  인연의 끝

가다가 멈추어야 할 때
그어진 선이 너무도 선명할 때
  우리는 돌아서야 한다.

 - 임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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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구 2020-06-28 18:16:11
여름밤(패러디) / 원종구

초승달을 따서 껫입에 싸고
별을 따서 상추쌈 싸서

일곱 빛깔 무지개 꿈을 키워내신

어머니의 초상이 미리네로
흐르는 밤

별도 달도 다 따 드리고 싶은
그 마음

초승달 기우는 새벽녘
한줄기 접시꽃이 피어난다

박수준 2020-06-28 15:44:41
오늘도 주옥같은 가르침
정독 했습니다
시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것 같습니다

임수현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김승 2020-06-28 12:57:44
늘 감사드립니다. 많이 헤아려 보고 다시 댓글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손계정 예모갤러리 2020-06-28 08:15:08
19금이오


내 들숨의 반을
그대에게 바치오

내 날숨의 반을
세상의 평화를 위해 바치오

사랑을 다해
다가갔던 자리

사랑을 지키기위해
저만치 거리를 두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것이었소

왕관은 사양하오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게
아직 익숙해지지않고
어째 내 들숨과 날숨의 반을 뺏긴 것 같습니당

이애현 2020-06-27 20:14:51
자리물회(여름밤)

바람 송송 햇살 쫑쫑 썰어
자리에 비벼 물회를 만둘어 드렸다
이가 부실해 못 드신다던 어머니
잇몸으로 오물오물 쭉쭉
아버지가 생전에 그리 좋아하셨다는데
추억 한 사발이 씻은 듯 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