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를 잘 쓴다는 것은 '은유'를 잘 한다는 것"
이어산, "시를 잘 쓴다는 것은 '은유'를 잘 한다는 것"
  • 뉴스N제주
  • 승인 2020.10.2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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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99)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강좌(99)

□ 은유라는 시의 강력한 무기

이어산 시인
이어산 시인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인격이 있다는 점이다. 그 인격은 사람의 본질적인 속성인데 인격은 품격으로도 연결된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는 인공지능(AI)이 우리 생활의 대부분을 간섭할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전은 이삼십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일들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간섭하고 있다.

운전할 필요가 없는 자동차나 무인비행기는 물론이고 바둑계의 세계정상을 호령하던 이세돌 9단과 중국의 커제 9단을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차례로 무너뜨려서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게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리 컴퓨터가 정교해도 온갖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바둑만큼은 인간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던 사람들의 호언장담을 컴퓨터가 무참히 깨버렸던 것이다.

AI 의사는 인간 의사보다 훨씬 정확한 진단을 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음악계에서도 프로그램에 기본 값만 입력하면 사람이 가장 듣기 좋은 형태의 음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 보다는 훨씬 복잡 미묘한 인간의 서정적 감성으로 쓰는 시는 AI가 넘볼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도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미 컴퓨터가 쓴 시가 나왔다.

아직은 조악한 수준이지만 기초 없이 시를 쓰는 사람의 정도는 뛰어 넘는 수준이니 시를 쓰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기계적으로 신간 시집을 쏟아내는 참으로 끔찍한 일이 일어나게 될 수도 있다.

입력된 온갖 문학적 단어를 찾아내어 최상의 조건에 맞게 조립하면 시인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실망할 때가 아니다. 시의 본질을 알고 시를 쓴다면 감정이나 인격을 흉내낼 수 없는 AI가 시인을 따라오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대로 시를 쓰자는 것이다.

현대시의 가장 중심적인 표현방법은 ‘은유’다. 시를 잘 쓴다는 것은 은유를 잘 한다는 말과도 같다. ‘은유’라는 단어의 영어 원문은 메타포(metaphor)다. 그 원래의 뜻은 '옮김' 또는 '자리바꿈'이다.

예를 들어서 '불꽃같은 사랑'은 직유가 되지만 '사랑의 불꽃'이라든지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가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처럼 ‘대추 한 알’이라는 시를 쓴 장석주 시인의 시처럼 언어와 서정을 동원한 자리바꿈을 흉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사물의 새로운 해석이므로 시인마다 제각기 다른 감성과 품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詩人)이란 이름은 극존칭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완전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붙여졌다고 한다.  이름의 무게가 예사롭지 않은 시인은 시를 어떻게 써야할까?

첫째, 시적 대상에서 발견한 서정적 충동을 즉시 옮겨 적자. 이것은 사물을 예사로이 보지 않을 때 갑자기 발견되는 새로운 느낌이다. 사물을 연애하듯 사랑하는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

둘째, 시적대상의 묘사의 축(현상을 그리는 것)과 진술의 축(시인의 철학을 그리는 것)이 맞아떨어졌을 때 좋은 시가 탄생한다. 이것은 가로와 세로가 어우러지는 플러스(+)형 시 작법인데 은유적 시의 기본이다.

셋째, 이야기가 있도록 쓰자. 허구의 상황이라도 재미있거나 여운이 남도록 써야 한다. 모든 예술의 궁극적 목표는 재미있거나 행복해지는 것이다.

재미있어야 시의 생명이 오래 간다. 그러나 뜬구름을 잡으면 안 된다. 사람살이에서 일어날법한 이야기가 공감을 얻는다.

넷째,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합평을 하거나 퇴고를 하면 시의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좋은 시의 선배나 스승을 정하라.

여기저기 걸쳐서 배우면 더 헷갈리고 시의 자기 폼(결)이 생기지 않는다. 시 공부도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한다.

■ 이주의 디카시 한 편

      사랑이 녹슬다

사랑은 여기에다 묶어두고
이 길 벗어나
그리워만 할 것인가?
- 구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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