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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시 쓰기 = 상상력 동원해 그려진 음악적 말 그림"
이어산, "시 쓰기 = 상상력 동원해 그려진 음악적 말 그림"
  • 뉴스N제주
  • 승인 2020.10.3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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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100)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 강좌(100)

□ 시의 음악성과 상상력

이어산시인, 평론가
이어산시인, 평론가

현대시에서 음악성을 무시하면 시가 아니라 산문이 된다. 그 음악성이란 ‘내재율’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말도 엄밀하게 따지면 딱 맞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시조처럼 규범화 된 정형시를 외재율의 시라고 하고, 그 정형의 틀은 벗어나 자유로운 것 같지만 시 속에 박자, 호흡이 헝클어지지 않는 상태의 생래적 리듬이 있는 시를 내재율이 있는 현대시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깊이 있게 들어가면 위 논제로도 공부해야할 내용이 많지만 시를 읽을 때 의미해독을 먼저 할 것이 아니라 시에 동원되는 단어나 대상의 연결이 자유롭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깨춤에 맞춰 읽어도 읽히는 상태인지가 중요하다.

시는 소통이라는 호흡을 담아내는 생명의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낭송이 되지 않는 시는 쓰레기통에 넣어도 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시에서 음악성이 있도록 쓰면 다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시는 손이나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쓰는 장르다. 시적대상을 깊게 응시한 후에 쓰라는 말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사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있을 때 시가 된다.

더 중요한 사실은 나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에 등장하는 사물의 눈(입장)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데려와서 대신 말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시는 '말하기(telling)'가 아니다. '보여주기(showing)'다. '말하기'는 현상을 설명하거나 푸념, 넋두리, 또는 추상적인 것이라면 '보여주기'는 리듬이 있는 언어로 집을 지어서 '이런 형태의 집'이라고 명징하게 독자 앞에 내어놓는 일이다. 시의 집을 잘 지으려면 다시 상상력이라는 절대적인 도구가 필요하다.

태국이나 필리핀의 유명관광지에서 코끼리가 코로 큰 붓을 감아쥐고는 물감을 묻혀서 캔버스에 이리저리 칠을 했는데 사육사는 코끼리가 대단한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자랑을 했다.

물론 재미도 있고 신기하기도 하였으나 그것은 그림이 아니라 길들여진 코끼리의 '물감 칠하기'에 불과하다. 그 그림에 어떤 생각이나 이미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좋은 그림은 화가의 의도나 이미지가 살아 있다. 그 이미지라는 것은 '상상력'에서 온다. 흔히 사람들은 '상상력'과 '공상'을 혼동한다.

‘공상’은 현실의 삶과 연관성이 없는 뜬구름 잡는 것 같은 관념이지만 상상력은 눈앞의 현실과는 다르지만 언젠가는 실현될 수도 있는, 혹은 실현될 가치가 있는 생각이다.

"문명의 발전은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 그린 미래의 그림을 디딤돌로 이뤄진 것이다."

반복하자면 상상력을 이해할 때 '머리에 무언가를 떠올리는 능력'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상상력이란 눈앞의 것은 아니지만 현실이나 현상과 관련을 맺거나 맺을 수도 있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된다.

세상에 없는 테크놀로지를 창조했다는 "스티브 잡스"도 결국 현실과 연결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를 쓴다는 일은 보이는 현상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미지(형상)를 시적 대상을 동원하여 그려낸 음악적 말 그림이다.

■ 이주의 디카시 한 편

 궁금한 방

썸 타는 이와
저 방에 들면
정말 달을 딸 수 있을까

 _ 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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