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좋은 시란 친절한 설명보다 김춰진 맛이 있어야"
이어산, "좋은 시란 친절한 설명보다 김춰진 맛이 있어야"
  • 뉴스N제주
  • 승인 2020.11.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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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103)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 강좌(103)

□ 자율성을 지닌 편견의 시(詩)

이어산시인, 평론가
이어산시인, 평론가

시 쓰기는 '모험'에로의 여행이다. 왜냐하면 잘 모르는 세계를 탐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익숙하게 아는(知)것의 세계에서 모르는(味知)것의 세계로 나아가는 일이기에 모험심을 가지지 않고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

나도 모르는 그 무엇과의 만남을 위해서는 그것을 형상화하거나 응축과 치환, 또는 상징에 서정(抒情)이라는 옷을 입히는 종합작업이 시 쓰기이기에 그렇다.

그러므로 시는 리얼리즘이나 자연을 그대로 노래하는 서정이 아니라 기존의 익숙한 것을 깨부수어서 사람살이와 연관된 그 무엇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필자의 이름을 누군가가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고 해서 이어산 이라는 사람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름을 붙여서 표현하는 것들은 편리를 위한 것이지 실존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을 강이라고 한다든지 기차를 배라고 우기면 우리 삶의 기본질서가 흐트러진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합의한 것을 기표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언어는 이런 기표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시인은 언어를 사용하되 기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율성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다.

즉 기표를 행동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언술을 통하여 자유롭게 해석하고 그것의 인과관계망을 고려하여 치밀하게 조합한 후 독자에게 보고하는 일이 시(詩)쓰기다.

이때 뜬구름 잡듯 허황된 것의 조합은 시로서의 생명력을 부지하기 힘들다.

즉 모든 시는 자율성을 가지는 ‘편견’이지만 이 편견은 자기의 고집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공감이나 감동이 되는 새로운 해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표를 그대로 서술한다면 굳이 시라는 걸 쓸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하자면 시의 자질은 ‘낯설게 하기’를 잘하느냐에 달렸다고 이미 수 없이 언급했다.

좋은 시란 적어도 손쉬운 고정관념으로부터 떠나는 일이다.

누구나 표현 할 수 있는 예사롭거나 일상적인 말, 흔한 소재, 통속적 사랑이나 그리움을 다룬 이야기, 결론이 뻔한 시는 실패한다.

즉 한 번에 그 뜻이 잡히지 않게 하고 자기가 쓴 시를 독자가 읽어내지 못할까봐서 설명하려고 하지 말라.

독자에게 시의 여운을 이어가도록 여백을 두라. 유명 시들을 보면 다 말하지 않고 반만 말하는 간결성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친절한 설명은 시를 발가벗겨 놓고 죽이는 것이다.

홀랑 옷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단아하되 단출하고, 화려하지 않되 품위 있는 옷을 입혀서 감춰진 맛이 있어야 좋은 시가 된다.

■ 이주의 디카시 한 편 감상

홍엽

너의 치열한 메시지 밟으며
그저 곱다고 진술하는 나의 문장을 용서하라
삶을 오독하는 시선에 슬퍼졌는가
바사삭, 부서지는 결구여.

-.김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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