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는 시의 화자와 독자간 말을 하는 문학"
이어산 "시는 시의 화자와 독자간 말을 하는 문학"
  • 뉴스N제주
  • 승인 2020.07.0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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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토요 시 창작 강좌(93)
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강좌(93)

□ 어려운 시를 멀리 해야 하는가?

이어산시인, 평론가

시를 왜 쓰느냐는 물음에 제일 많은 답변이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라는 말이다. 그렇다.

시는 심미안(審美眼)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발견을 보고하는 문학양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미안이란 말 그대로 아름다움 보는 눈을 말한다. 그런데 아름다움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시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관찰이 아니라 발견과 관련한 긴장(tension)을 의미한다.

긴장감을 상실한 시는 행갈이나 연갈이가 되어 있어도 엄밀하게 말하면 시라고 할 수 없다. 아무리 예쁜 말로 치장했어도 그것은 속이 빈 아름다움이자 수다나 하소연이다.

긴장이란 무엇인가?
독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이해 불가의 시가 아니라 애매하면서도 뭔가 끌리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로 만든 시는 시에 등장하는 화자가 독자와 호흡이 되도록 장치한 것이다.  

오늘날 시단에서 추천하는 수준 있다는 시를 읽어보면 내용파악이 쉽게 되지 않는 시가 많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가지 의미를 시사한다. 하나는 그 시를 읽는 사람의 시 경험의 폭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난해한 시를 기피한다는 점이다.

어려운 것을 피하려는 것은 인간에겐 거의 본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시를 잘 쓴다는 시인들은 왜 시를 어렵게 써서 독자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러나 쉬운 것만 고집한다면 굳이 진리를 찾아서 헤맬 이유가 뭐 있겠는가. 그것은 내가 모르는 지적세계를 알아가는 시적 호기심의 즐거움 포기하는 일일 수도 있다.

난해한 시를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난해한 시를 꺼리는 자세를 신인이 갖는다면 그 사람은 시단에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피카소나 달리가 누구에게나 친근한 작품을 세상에 내 놓았다면 오늘과 같은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시는 시의 화자와 독자가 말을 하고 있는 문학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화자는 인쇄매체라는 비생명적인 것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시로써 말을 하고 그것이 긴장감을 갖도록 장치해야 한다. 

따라서 독자가 시집을 여는 순간 화석화된 문장에서 뛰쳐나오는 화자를 만나도록 해야 한다. 시를 읽으면서 독자와 상관 없는 저 먼데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화자가 독자에게 말을 걸지 못하도록 시의 감옥에 가둬 놓은 시는 실패한 시다.

산 까마귀 
긴 울음을 남기고
地平線(지평선)을  넘어갔다

四方(사방)은 고요하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넋이여 그 나라의 무덤은  평안한가

  -김현승, <마지막 지상에서>전문

김현승 시인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가 까마귀라는 상징을 불길한 새로 등장시키지 않았음을 모를 수 있다.
까마귀는 기독교에서는 길조의 상징이다.

기독교인인 김현승 시인은 까마귀를 등장시켜 여러 개의 의미가 연합된 원관념을 하나의 상징으로 표상하고 하고 있는데 애매성의 긴장감을 주지만 그의 작품의 깊이를 찾아가는 재미를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고 단순하게 평가 하면 안 된다.

이해가 빨리 되지 않는다고 시가 어렵다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를 찾아가면서 읽는 재미도 느껴볼 필요가 있다.

■ 디카시 한 편 감상

 목이(木耳)버섯

소통의 부재는 듣지 않는 것이라지요
나무인 나도 목이(木耳)를 키워 들을 준비 끝냈어요
이제 우리 경청해 볼까요.

- 이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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