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의 상상력을 키우는 3대 요소는?"
이어산, "시의 상상력을 키우는 3대 요소는?"
  • 뉴스N제주
  • 승인 2020.10.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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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98)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강좌(98)

□ 시의 상상력을 키우는 3대 요소

이어산시인, 평론가
이어산시인, 평론가

서양의 시학에서 시(詩)라는 말에는 본래 '무엇인가를 최초로 만들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최초의 시를 성경의 시편(詩篇)이나 아가서(雅歌書) 등을 꼽는데 성경 헬라어 원전에는 시를 가리켜 '포이에마(Poiema)'라고 했다.

이것은 '최초로 만들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으므로 시는 '새로운 말글'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물주가 천지를 창조한 것과는 그 본질이 다르다.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시적대상을 새롭게 해석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시 창작' 이란 말보다는 세상에 널려있는 소재로 새로운 말글을 완성하는 행위이므로 '시 짓기'란 말이 시 정신(poetry)에 가깝다. 우리 주변에서 이미 알려져 있는 유.무형의 소재로 시를 짓는 것이므로 시 짓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런 것을 '새롭게 해석하기'다.

이것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다. '무엇을 보는 것'은 산문이고 '어떻게 보는 것'의 결정체가 시 이므로 '무엇'과 '어떻게'는 시와 비시를 가르는 기준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느냐’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지 못했으나 경험한 것 같은 상황이나 가상의 사건을 만들어서 간접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의 이야기다.

그 상상력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
다음 세 가지 요소를 생각해야 한다.

1. 통찰(洞察/insight)이다. 이것은 사물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말한다. 사물의 이름, 속성, 기원, 맛이나 색깔, 그 냄새까지도 아는 것이 통찰의 기본이다. 그런 후 그 사물과 연관된 새로운 의미를 들춰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대상을 통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시가 살아서 숨 쉬는 힘을 가진다. 통찰을 위해서는 대상을 넓게 잡지 말라. 현미경 기법으로 사물을 확대해서 자세히 보는 연습으로 연마된다. 시에서는 대상을 좁혀야 한다. 대상을 넓게 잡으면 시를 몇 편 쓰기가 힘들지만 좁힐수록 시적 대상은 늘어난다.

2. 통찰이 전체적인 개념이라면 직관(直觀/intuition)은 순간적인 개념이다. 대상에서 취득되는 순간의 상상력, 또는 영감이다. 직관의 능력을 기르는 방법은 일상생활 가운데서 시적 대상에 몰입하여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면 즉시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그러나 머릿속에 두면 곧 그 이미지는 지워진다. 그러므로 직관을 기르는 방법은 즉시 메모를 하는 습관이다. 핸드폰은 훌륭한 메모장이다. 시의 씨앗을 담는 그릇이다.

3. 또 하나의 덕목은 감수성(感受性/sensitivity)이다. 감수성이란 어떠한 감동이나 인상적인 느낌, 또는 자극을 받아들이는 성향을 말한다. 감수성이 예민해야만 시의 씨앗을 많이 모을 수 있다. 감수성은 천성적이기도 하지만 연습으로 길러지기도 한다.

감수성을 기르는 방법으로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느낌이 올 때 그것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않고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아는 것, 음악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 감흥 할 줄 아는 생활이 감수성을 키우는 방법이다. 감수성을 키워야 시가 부드러워지고 리듬이 살게 된다.

지난 강의에서 필자는 "시는 아름다운 말을 위해서 쓰고, 시를 읽는 것은 아름다운 말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원래 시의 갈래는 그런 것이었다. 아름답다는 것은 감동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시대상황에 따라서 시도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난해하거나 실험적인 시, 심지어는 해체 시나 무의미의 시라는 것까지 등장하여 시를 난도질 하는 바람에 시가 독자에게 안겨주었던 잔잔한 감동은커녕 시를 읽을수록 혼란스러워서 독자들이 시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부작용이 속출하였던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시의 외연확대와 발전을 위해서 실험적이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시의 본류는 아니다.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림 그리기의 기초를 익혀야 하듯 상상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없이는 좋은 시를 쓰기 어렵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기초가 단단한 사람, 철저히 준비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시의 기초 개념조차 익히지 못한 사람이 겉멋이 들어서 기성시인의 흉내나 낸다면 제대로 된 시인으로 성장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 이주의 디카시 한 편 감상

   절벽

절벽 끝에 서보면 벽은 없다
벽 자체가 절벽이다

 -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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