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詩에서의 기초란?...詩와 같이 가는 詩人다운 사람"
이어산, "詩에서의 기초란?...詩와 같이 가는 詩人다운 사람"
  • 뉴스N제주
  • 승인 2020.12.0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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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105)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 강좌(105)

□ 시에서의 기초란?

이어산 시인. 평론가
이어산 시인. 평론가

시를 잘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하나요?" 
필자는 이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필자의 답은 "나도 잘 모른다"이다. 다만 시 짓기의 기초적인 방법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 기초라는 시 작법을 알고 나면 시와 비시의 구분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 

그 기초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유치한 질문 같지만 매우 중요하다. 기초를 모르고 시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는 중견 시인이나 시단의 어른으로 존경받는 시인 중에서도 기초를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시를 발표하는 경우도 본다. 

필자가 말하는 시의 기초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다. 기술적인 것이 시의 기초라면 그것을 배운 대학 문창과 학생들이 한국시단을 장악했을 것이다. 물론 그 기술을 펨훼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전문적으로 배운 토대 위에서 제대로 된 시를 세운다면 좋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시의 기초는 결이 다르다. 

시를 쓰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일단 기초가 없는 것이다. 억지로 쓴 시는 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 쓰는 것을 재미있어하고 자꾸 써보려고 하는 사람은 최고의 기초를 다진 사람이다. 

시를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 시를 쓴다면 그 사람은 일단 기초적인 문학성이 뛰어난 사람이다. 문장력과 맞춤법 같은 기술은 시를 쓰면서 배우면 된다. 그러나 시를 발표할 때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을 다 검증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시인은 모국어를 최전선에서 가꾸는 정원사이기에 그렇다. 

또 하나는 시를 꼭 쓰고 싶은 절박함 때문에 잘 쓰려고 하지 말자. 그리고 무엇을 쓸지 찾을 필요도 없다. 시적 대상이 특정되었을 때 어떻게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대강 정리되면 써도 늦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무엇'은 표피적이고 '어떻게'는 내면적인 것이다. 시의 진 맛은 내면적인 것에서 나온다. 

시가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무서울 때도 있다. 이런 현상을 겪었다면 지극히 정상적으로 시를 배우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시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비시(非詩)가 아니라면 자꾸 쓰면 시가 자꾸 좋아진다. 그래서 끈기와 집념은 시인을 키우는 최고의 보약이다. 

그리고 필자가 생각하는 시의 기초 중의 기초는 시인다운 사람이다. 거친 말을 시의 말로 순화시킬 줄 알아야 하고 벌말이 없어야 하며 시와 삶이 같이 가는 사람다운 인간성이다. 괴팍해도 시만 잘 쓰면 용납되던 시대는 끝났다. 

■ 이주의 디카시 한 편 감상

거리 두기

자기야
우리도 이만큼
떨어져 있어야 할까

_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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