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인은 사람을 살리는 '치유제'로 시를 써야"
이어산, "시인은 사람을 살리는 '치유제'로 시를 써야"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1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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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토요 시 창작 강좌(90)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90)

□ 시 쓰는 일과 사람의 일

감동적인 시를 쓰는 사람의 대부분은 세상을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넓게 본다. 그러나 부정적인 사람은 좁은 인간관계로 약간의 바람만 불어도 못 견뎌 한다.

넓게 보고 오래 보고 좋은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 많아야 세상이나 단체는 크게 발전한다. 시도 그렇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문제 해결도 따뜻하게 하고 시도 따뜻하게 써서 읽는 사람에게 위안과 희망과 감동을 준다. 따뜻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승리의 비결이요 인간사를 통찰하는 일이다.

시인은 대상을 통찰(通察/insight)하는 것에서 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시를 쓸 때 시가 잘 안 된다면 관찰(觀察/observation)은 열심히 했는데 통찰이 안 되는 경우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관찰과 통찰은 근원적으로 다르다. 관찰은 대상을 단편적이거나 객관적,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면 통찰은 전체를 아우르고 내면의 세계를 직관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대상을 이해하고 서술하거나 묘사한 것은 관찰의 영역이다.

관찰은 그래서 논리적이거나 객관적이거나 부정적인 사실을 발견하는데 유용한 과학적인 것이라면 통찰은 비논리적 의미와 주관적, 존재론적 진실을 밝히는데 유용한 따뜻한 정서적 사유다.

겉면을 보는 것은 관찰이지만 따뜻하게 속을 보는 것이 통찰이다. 그래서 시 짓기는 통찰을 통해서 얻은 깨우침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사람의 일

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 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그 사랑이 온전한 것은 아니다.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란다.

이런 통찰을 통한 깨우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야할 사람의 도리를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다.

진정한 시인이란 이 세상에서 인생의 참된 가치와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아가는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시를 통해서 읽는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하고 사는 맛을 더하여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다.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거나 마음을 어지럽히기 위하여 시를 쓰는 시인은 없을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시로 말해야 한다. 시로 말할 때도 남을 죽이는 칼로서의 시가 아니라 남을 살리는 치유제로 시를 쓰자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세상 모든 일은 나를 중심으로 일어난다”고 보자는 것이다.

시인은 전쟁터에서도 야전병원의 의사처럼, 간호사처럼 시로 치유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전투만 한다면 오히려 싸움에서 진다. 누군가는 상처 입은 사람에게 치유가 되는 행동도 해야 할 게 아닌가?

세상은 강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순한 사람이 이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고 쥐도 궁지에 몰리면 사람을 문다. 강대강(强對强)의 대결 구도로는 오히려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

우리만이라도 이젠 부드러워지자, 순해지자, 위로와 치유의 시를 써보자. 시는 허기진 영혼을 살찌게 하는 영혼의 밥이고 치료하는 광선이다.

■ 디카시 한 편 감상

  한마음

  쉿 애들아 조용
          
   잡았다
    저런 아기 게잖아
     살려주자 그래그래

   -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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