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2024-03-29 02:29 (금)
>
이어산, "시는 인간의 감정과 생각 그려내는 서정문학 "
이어산, "시는 인간의 감정과 생각 그려내는 서정문학 "
  • 뉴스N제주
  • 승인 2020.05.01 22:30
  • 댓글 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어산 칼럼]토요 시 창작 강좌(84)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84)
□ 시 읽기와 쓰기

시를 쓸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시는 감정을 부드러운 손으로 마사지 하듯 가라앉혀서 긴 이야기를 짧게 말하는 문학이다.

그리고 최대한 순화된 언어로 묘사하는 작법을 필자는 권한다. 말이 거칠어지면 품위가 떨어지고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기에 그렇다.

또한 시에서 배척해야할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첫째가 과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를 쓸 때만 그리운 척, 혼자 외로운 척 하지 말라.

두 번째는 혼자 아름다운 것을 본 척 하지 말고, 자기만 낭만주의자인 척 하지 말라.
세 번째가 세상 짐을 혼자 짊어진 듯 아픈 척 하지 말라.

위 세 가지는 세상사람 누구나 겪는 일이고 시적 소재로 너무 많이 써 먹어서 새롭거나 감동적인 것이 아닌 진부한 내용인데 새삼스럽게 자기만 아는 듯 하는 것이 과장이다.

그러나 묘사는 다르다. 묘사의 일차적 목적은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햇빛이나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 색깔도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일과 같은 것이다.

시는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쓰는 것이라고 지난주에 말했는데 이 말은 느낀 것을 제대로 그리라는 말과도 같다.

봄바람이 지나야
아찔한 향기가 익어 터지는
오월
흩어진 벚꽃 날아간 곳으로
다시 꽃은 여문다
하얀 소문이 무성해진다

붉은 손수건 흔들면
꽃마저 붉어진다고
산이 비운 자락마다 아카시도
붉어지는 일인지
향기를 수소문하는 바람 편에
유월이 오면

아찔하게 더 아찔하게
꽃이 진다
하얗게 익은 아카시아 탓이다

곽인숙, '아찔한 아카시아 꽃은' 전문

위 시는 오월의 시다.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느낀 것을 쓴 작법을 택하고 있다. 세상을 뒤 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오버랩 되는 시라는 생각으로 택했다.

‘하얗게 익은 아까시아 탓’으로 꽃이 붉어지고, ‘아찔하게 더 아찔하게 꽃이 진다’는 진술은 이 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시에 공감 한다는 것은 그 시에 동의한다는 것이고 내가 그 시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또한 공감을 자아내는 시를 쓴다는 일도 시인의 의도와 감성이 독자에게 스며들어 섞이도록 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두 가지 경우의 공감을 보게 되는데, 그 하나는 친숙한 것이고 하나는 새로운 것이다.

친숙한 것에 공감한다는 것은 재발견(재확인)과 관련한 것이고, 새롭고 낯선 것에 공감한다는 것은 발견과 관련한다.

그런데 친숙한 언어로 시를 쓰든 친숙함을 배반하는 시를 쓰든 간에 둘 다 개성이 있어야 좋은 시가 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의 시는 친숙하면서도 재발견과 연관되어 시로써 성공하고 있다.

소설(산문)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서사문학(敍事文學)인데 반해 시는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그려내는 서정문학(抒情文學)이다. '서정'이란 말은 글자 그대로 사람의 감정과 정서를 말한다.

따라서 '서정시'는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개인의 정서를 구체적이고 개성적인 것으로 육화(肉化/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게 하는 것)시켜서 독자에게 보고하는 1인칭 문학형식이다.

김선미 시인의 디카시 '다문화'

우린 똑같지 않아요
그렇다고 다른건 아니죠
다만
부모가 다를 뿐이에요

-김선미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