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39)재미있는 설화 - 물장오리 선녀탕④
[장영주 칼럼](39)재미있는 설화 - 물장오리 선녀탕④
  • 뉴스N제주
  • 승인 2021.10.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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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
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장영주 설화 작가의 탐사 현장 모습
장영주 설화 작가의 탐사 현장 모습

○ 한라산으로 돌아간 산과 오름의 창조 여신

강정효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물장오리에 보면, 제주 사람들이 그려낸 설문대할망의 최후 또한 매우 신비롭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도의 물의 깊이를 재보려고 제주시 앞바다의 용두암 근처에 있는 용연에 들어섰는데, 물이 발등까지밖에 차지 않았다.

다음엔 쇠소깍에선 무릎까지 찼기에 더 깊은 곳을 찾아 마침내 한라산 중턱의 물장오리에 들어갔다가 너무 깊어 그만 빠져 죽는다. 그래서 지금도 제주 사람들은 물장오리를 가리켜 ‘창 터진 물’이라 하여 바닥끝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역마다 특정 지형과 관련한 이야기가 약간씩 더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면, 소섬과 다랑쉬오름, 섶섬, 산방산, 궁상망오름, 조천 바닷가의 엉장메코지, 곽지리의 솥덕바위, 홍리물, 관탈섬 등이다. 그 내용을 보면 키가 얼마나 컸느냐 하면 빨래를 할 때 한 발은 가파도, 다른 한 발은 일출봉에 디디었다 하거나, 솥을 얹었던 바위, 대죽 범벅들 먹고 대변을 보았는데 궁상망오름이 되었다.

오줌 줄기 때문에 떨어져 나간 게 소섬이 되었다, 흙이 너무 많아 주먹으로 봉우리를 친 곳이 다랑쉬오름, 빨랫방망이로 삼 한쪽을 때리니 굴러가 산방산이 되었다, 할머니가 쓰던 감투가 오라동 한천 변의 바위다, 일출봉의 등경돌은 길쌈을 할 때 솔 불을 켰던 등잔이라는 이야기 등등이다.

잠깐, 설문대할망 기록을 보면,

최초기록 장한철의 표해록에 의하면, 1771년 1월 5일 자 기록에서 배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제주도 근처를 지나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멀리 한라산이 보이자 모두 울면서 한라산을 향해 기도하는데, 그 대상으로 백록선자(白鹿仙子)와 선마선파(詵麻仙婆)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게 설문대할망 최초기록이다.

1841년 이원조 목사의 탐라지 초본에는 사만두고(沙曼頭姑), 1932년 김두봉은 신녀(神女)의 이름으로 설만두할망이라 표기한 후 한자로는 사마고파(沙麻姑婆), 해방 직후 담수계 편의 증보 탐라지에서는 설만두고(雪曼頭姑) 등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1937년 제주도를 조사한 이즈미 세이이치의 제주도민속지에도 등장한다.

이어서 개인이 수록한 진성기, 현용준이 기록한 자료가 주를 이루게 되는 데 1980년대에 현길언의 제주도 이야기와 장영주가 1980년대부터 채록한 자료를 언론에 부각시키며 최초 제주도 전래동화란 말을 썼는데 책 제목이 민족전래동화인 관계로 거의 제주도에는 알려지지 않아 폐기 수준에 이르렀다가 이를 근거로 논문을 발표하고 그림동화책을 만드는 것을 계기로 전자출판하여(표지 갈이를 하여) 세상에 내놓고 있다(설문대신화에 나타난 교육이념 연구라는 박사 논문과 목걸이, 티셔츠를 개발하였다).

이어지며 고혜경의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김정파의 인간관계의 영원성, 장영주의 탐라창조여신 설문대할망, 김순이 장영주의 설문대할망 단편이 외국어로 번역 되어 전 세계 도서관에 뿌려지는 현상도 있었다.

최근에는 선녀탕과 연계한 설문대할망 설화동화를 글 다듬고 고치기하여 드라매틱하게 전개되는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설문대할망이 옥황상제의 딸이라는 얘기는 인터넷에서는 많이 유포돼 있지만, 과거의 기록에서 그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주로 2000년 이후의 일이라 여겨지는데, 장영주의 동화집이나 김문의 장편소설 등 작가의 창작물이 설화가 섞이며 설화보다 창작물의 내용이 더 부각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볼 따름이다. 차제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해설사들이 어느 선까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신이 혼미해지며 설문대 공주선녀 옛일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 언니, 동생들아. 참 그때는 좋았지?’

설문대 공주선녀 천제연에서 물놀이 하던 때를 그려 본다.

세상 태어나 알몸으로 목욕했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한가 봐.

‘어깨가 아플 땐 원앙폭포 물줄기 맞으면 시원했거든.’

원앙폭포 굴도 생각났고 천제연 폭포도 눈에 아른거렸어.

‘언니동생은 잘 있는지.’

설문대 공주선녀는 안덕계곡 옆 절에 지금도 날아다니는 두 언니동생을 생각하기도 했지.

‘호호, 동생들은 잘 있을 거야.’

갑자기 웃음이 나오는지 혼인지에 결혼하여 신방을 굴에 차린 동생 세 명을 생각하기도 했거든.

섭지코지에서 건장한 체구의 하르방을 만나 신풍목장에 굴속에 신방을 차리고 설문대하르방과 첫날 밤을 지냈던 걸 기억 하나 보다.

(섭지코지)
(섭지코지)

그러다 설문대하르방이 가출하고 나니 허전함을 달래려 두럭산 앞 물 웅덩이를 찾았던 것도 기억해 냈지.

(섭지코지)
(두럭산)

‘여긴 최고였어.’

설문대 공주선녀는 범섬 앞 물 웅덩이를 보고는 감탄사를 연발했어.

하늘나라에서 상상도 못 할 만큼 아름다움과 크고 시원한 물 웅덩이거든.

(섭지코지)
(범섬 앞 물 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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