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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칼럼](38)재미있는 설화 - 물장오리 선녀탕③
[장영주 칼럼](38)재미있는 설화 - 물장오리 선녀탕③
  • 뉴스N제주
  • 승인 2021.09.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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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
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 물장오리 선녀탕

하늘나라에 칠 공주가 살고 있다.
칠 공주는 모두가 선녀들이다.

옥황상제는 셋째 공주가 하루하루 커지는 몸집에 두려움 반, 걱정 반으로 나날을 지내다가,

“애야, 셋째는 이제 지상나라에 내려가 살도록 하라.”
라는 엄명을 내리며 근심을 덜어내려 억지웃음을 짓는다.

갑자기 떨어진 옥황상제 엄명에 하늘나라 셋째 공주선녀는 속옷도 입을 겨를 없이 치마에 오곡 씨앗과 우마를 담고 내려와 탐라를 창조하는데….

세월이 흘러 설문대하르방을 만나 첫눈에 반해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아 아들 5백을 한꺼번에 쑥 낳는다.
“이젠 임자가 애들 교육은 알아서 시키구려.”
남편 설문대하르방, 자식 교육은 설문대 공주선녀에게 맡기고 머나먼 곳으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아마 이때부터 자식 교육은 어머니가 대부분 맡아 시키는 것으로 자리매김하였지 않나를 생각도 해봄 직한 에피소드다.

날씨는 덥고 육지 가는 다리는 놔야 했고 설문대 공주선녀 돌 모자를 쓰고 오라교(고지교) 아래 물 웅덩이에서 목욕하고 영실로 들어간다는 게 그만 망령이 들었는지 치매기가 있는지 건망증 시초인지 자기가 쓰고 온 돌모자는 그냥 잊어 버렸는데 지금 KBS 제주총국 오라하천에 족감석이 있다.

(태풍으로 족감석이 다리 아래로 떠내려간 걸 중장비를 동원하여 원래 위치 20m 아래에 정비하였다)
(태풍으로 족감석이 다리 아래로 떠내려간 걸 중장비를 동원하여 원래 위치 20m 아래에 정비하였다)

“아뿔싸! 이놈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그냥 쌈박질만 하면 어떡하느냐?”
아들 오백이 취직도 안 하고 맨날 놀고먹기만 하기에 화가 난 설문대 공주선녀는 애타는 맘을 달래려고,
‘에고 예전의 내가 아닌게여.’

설문대 공주선녀 흐릿해져 가는 심신을 도닥이며 자신의 옛 물 웅덩이를 소환하여 조금이나마 위안으로 삼으려 한다.

○ 전설 한 도막/마음의 병
「설문대할망은 탐라를 만들었으나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땅속에서 아기가 태어나고 아기들이 자라 또 아기를 낳고, 또 낳고…. 탐라국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보니 속이 무척이나 상했답니다. “이런, 이런.” 사람들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힘을 합치기도 하며 차츰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었어요.

“이러다간 내 자리까지 뺏길라.” 설문대할망은 이제까지 자기보다 힘센 사람은 없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설문대할망이 만들어 놓은 산도 넘보고, 오름도 맘대로 다니고, 집도 만들고, 길도 만드는 것을 보니 자기보다 모든 걸 잘하는 것 같았어요.

“아이고, 속 타.” 설문대할망은 차츰 속으로 병이 들었지요. “내가 죽지. 내가 죽으면 되는 거야.” 설문대할망은 독한 마음을 먹었지요. 이제까지는 모든 일이 맘 먹은 대로 됐는데…. 아들도 오백 명이나 낳았는데….

그러나 탐라국은 땅속에서 나온 아기들이 자라 어느새 그들의 차지가 되고 말았지요. 이미 설문대할망의 화병은 마음속 깊이까지 도져 있었답니다.」

답답하고 뿌지근한 몸과 맘을 달래려 용연에 다다른 설문대 공주선녀,
“이런 접싯물에 빠져 죽는단 소린 들었어도 영 그렇네.”
용연 못이 얕아 영 맘에 안 들었나 봐.

“어허, 발 등까지 밖에 깊지 않구먼”
용연이 물이 맑고 깨끗하고 해상 야간 음악회를 한다는 소식에 마스크는 어디서 구했는지 얻어 쓰고 혼자 엉금엉금 걸어 용연에 발을 담근 것이지요.

(용연)

용연의 깊이를 재던 설문대 공주선녀는 크게 실망하고는, 발길을 돌려 서귀포 쪽으로 걸어가다 ‘산방굴사’에서 떨어지는 물 받아먹고 걷고 또 걸어 ‘행기물’에 가서 세수하고 또 걸어 쇠소깍에 도착했겠다.

(쇠소깍)

“어쭈, 그래도 무릎까지는 물기 깊네.”
지귀섬에 엉덩이를 대고 앉으니 그나마 아쉽지만 그런 대로 물 웅덩이 맛을 느낀다.

“더 깊은 물 웅덩이는 없나?”
설문대 공주선녀는 용연이랑 쇠소깍 물이 간에 안 찼던지 걸음을 재촉하여 한라산을 향한다.

경고
「이 지역은 한라산 보호지역으로 허가 없이 출입을 금함 만약 발견 시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함」

설문대할망 한글을 모르니 그냥 경고판을 막 무시하고 한라산 깊고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니,

(출처 다음, 물장오리오름 분화구인 물장오리이다. 최근 이글을 정리하며 촬영차 탐방하려 했으나 출입허가가 아직 안와 부득이 온라인 자료를 임시로 쓰게 되었다. 추후 출입허가가 나면 정식 촬영한 자료/드론 가능하다면 포함, 드론 자격증 보험 가입 완료/를 첨가하는 방법을 연구하기로 하겠다. 위 사진은 드론)

“오라, 여기가 물장오리 구만.”

설문대 공주선녀는 그렇게 애타게 찾고 찾던 물장오리를 발견하고는 너무 기쁜 나머지 그만 물 웅덩이에 풍덩 빠지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 요정도면 내 몸을 담글 만하지.”
설문대 공주선녀 치마를 허리에 동여매고 물장오리로 들어갔다.

“에쿠, 어프어프 이런 이런.”
설문대 공주선녀 그만 설문대하르방에게 홀렸는지 아니면 소라 전복 조개 냄새에 구미가 돋았는지 침을 삼키며 막 물장오리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쏘옥.”
그만 장대 같은 키가 무색하게 머리끝까지 물장오리 속에 빠지고 말았대요.

“호이오.”
물장오리에 해녀가 나타났오요.
아하! 그 해녀는 다름 아닌 설문대 공주선녀였으니 설문대할망은 죽솥에 빠져 죽기도 했다가 다시 환생해 물장오리에 빠져 죽었다 다시 환생하는 도술을 부린게지요.

오랜 세월이 흘러 설문대 공주선녀 물안경 끼고 소중이 입고 망사리에 몸을 의지하여 유유히 헤엄치며 자맥질하는 상군 해녀가 되었답니다.

잠깐, 필자가 1976년에 물장오리에 가 본 적 있다. 거기엔 소라껍데기, 고동껍질, 조개껍질이 주변 흙에 묻힌 채로 뾰족이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전복껍질은 있었는지 확실한 기억은 없다. 이는 아마 물장오리오름이 지각 변동 때문에 태평양 속에 있던 것이 한라산 중턱에 솟아나 그 오름 가운데 분화구가 생기며 바닷가 조개류가 있는 물장오리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전설 한 도막/해녀 탄생 물장오리
「투덜거리며 힘없이 발자국을 옮기던 설문대할망은 접시 모양의 오름을 발견하였지요. 설문대할망은 오름 아래 ‘물장오리’에 다다라 녹피혜(사슴가죽으로 만든 여자 신발)를 가지런히 벗어놓고 긴 한숨 소리와 함께 풍덩 빠졌어요. 잠시 후 물장오리는 조용해졌지요.

설문대할망은 오랫동안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답니다.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은 곳이란다.”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어디 보자. 한번 들어가 볼까?” 건장하게 생긴 청년이 물장오리에 들어갔지요.

“푸푸, 어푸어푸.” 청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물 위로 머리를 내밀었어요.

“그럼, 이번엔 내가.” 처녀가 들어갔지요. 처녀는 오랫동안 물장오리 위로 나타나지 않았어요. “죽었나?” 사람들이 걱정했지요.

“호이, 호이.”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물장오리에 들어갔던 처녀는 설문대할망과 같이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럴 수가, 설문대할망이 살아 있었다니.”

그랬어요. 설문대할망은 누군가 물장오리로 들어올 걸 짐작하고 그냥 그대로 있었던 것이지요. 사람들은 물장오리에서 숨을 쉬지 않고 오래 있는 방법을 터득한 처녀를 ‘해녀’라 불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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