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34)재미있는 설화 – 돌하르방 선녀탕⑤
[장영주 칼럼](34)재미있는 설화 – 돌하르방 선녀탕⑤
  • 뉴스N제주
  • 승인 2021.08.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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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
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장영주 설화 작가의 탐사 현장 모습
장영주 설화 작가의 탐사 현장 모습

□ 돌하르방 선녀탕

설문대하르방이 바람따라 구름따라 떠돈다는 게 바다건너 물건너 계곡건너 섬건너 어디론 가에 정처 없이 길을 걷는 게 아니겠어.

설문대 공주선녀만 병에 걸린 게 아니라 설문대하르방도 ‘상사병’에 걸린 게지.

인생은 나그넷길/어디서 왔다가/어디로 가는가/구름이 흘러가듯/떠돌다 가는 길에/정일랑 두지 말자/미련일랑 두지 말자

설문대하르방은 설문대 공주선녀에 대한 한도 원도 없이 무한의 다리를 막 건넜어.

(출처 신안)

‘어? 제주시장이 돌하르방을 만들어 세웠네.’

설문대하르방은 반가웠어요.

(제주시장이 세운 신안의 돌하르방 출처 인터넷)

주) 하의도 가는 양쪽으로 철제 장미 터널을 만들어 들어갈 수 있도록 했으며 정면에는 두 개의 돌하르방이 세워져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2주년을 기하여 제주도민이 10월에 세운 동산이다.

돌하르방 좌대에 새겨진 안내문에 의하면, 2011년 10월 15일에 김대중 대통령 서거 제2주기를 맞아 제주도민추모위원회가 세운 동산이라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제주사랑에 대한 감사와 제주도민의 추모 의지를 기리기 위한 순례단을 구성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을 배출한 하의면민과의 우애 증진을 위해 제주를 상징하는 돌하르방 2기를 하의도에 기증했다. 돌하르방은 2.5m 높이로, 무게는 3t이나 된다. 돌하르방 좌대에는 각각 「다시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역사는 진실을 외면하지 않습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출처 한국의 유명 섬 시리즈

자신을 알아주는, 자신을 반겨주는 벗이 있다는 걸 느끼니 그래도 마음 한쪽엔 기쁨이 자리 잡는 거겠지?

설문대하르방은 잠시 육지 섬 나들이 간 게지요.

탐라에 몸을 붙어 있으려니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고 가출했느니, 바람났느니, 제 새끼 키울 줄 모른다느니, 설문대 공주선녀의 바가지가 심도를 더해 가니 정처 없이 떠돌이 인생이 된 게지.

‘그만 탐라로 되돌아가자.’

설문대하르방은 홈 버튼을 눌렀어.

주) 홈 버튼이란? 드론에 보면 홈 버튼이란 게 있잖아요. 그걸 누르면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기능인데 설문대하르방은 벌써 그 시절에 드론 홈 버튼 기능을 인지했다고 볼까?

어느덧 설문대하르방은 섬들길 건너, 섬 비탈길 건너, 섬 바다 건너 탐라로 되돌아와 대정골 어느 한길 따라 남문 앞 문 쪽으로 걸었지요.

(대정골 대정현성 남문 앞 물 앞 길)
(대정현성 남문 앞 물 모슬포 가는 길)

‘어쩜 아내를 만나 볼 수 있을는지 몰라.’

설문대하르방은 어렴풋한 소문에 귀를 기울였지.

‘어쩜 남편을 만나 볼 수 있을는지 몰라.’

그 순간 설문대 공주선녀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거야.

부부는 일심동체라 말 한 치의 오차도 없다니까.

설문대하르방은 어디선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 따라 대정현성 남문 앞에 다다랐어.

‘어! 물웅덩이?’

그래, 대정현성 남문 앞 물웅덩이를 보았지.

그토록 설문대 공주선녀가 좋아하는 물웅덩이 말이야.

설문대 공주선녀는 설문대하르방을 섭지코지 물웅덩이에서 만났고 두럭산 물웅덩이에서 매일 놀았었지.

두럭산에 옷을 말리며 피곤한 맘 달래려 동굴 속에서 늘어지게 낮잠 자며 목이 마르면 콸콸 솟아오르는 용천수를 손으로 한 움큼 건져 올려 마시며 그렇게 놀았었지.

그렇게 물웅덩이와 동굴을 좋아했던 설문대 공주선녀 였거든.

(남문 앞 물 쉼터 정자)

대정현성 남문 앞 물웅덩이 옆의 정자자 세워져 있었어.

설문대 공주선녀가 쉴 수 있게 만든 것처럼 말이야.

“어디 보자.”

설문대하르방은 정자에 올라가 설문대 공주선녀의 향취를 맡았어.

“그래, 이 냄새는?”

바로 찾은 게야.

섭지코지에서 처음 만나 물고기 열 섬 열 말을 잡아 신풍목장에 풀어 놓으며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하며 백년해로를 언약하던 그때 그 설문대 공주선녀의 몸에서 나는 향취 그대로 베어져 있었어.

○ 이야기 설화 유튜브/설문대할망과 설문대하르방

성산읍 신풍리에서/1983. 03. 19. 채록된 자료

제주전설집성(1)/1985년 8월 25일/재구성

설문대할망이 섭지코지에서/물장구치며 놀 때/설문대하르방이 나타나/물고기를 잡아 주며/청혼하여/아들 오백을 낳았다는 이야기

설문대할망만이 큰 하르방이 있었는데/설문대할망 시절에는/큰 할망이 이시니까/큰 하르방도 잇어사 호주게/설문대할망은 얼마나 컷던지/완도까지 다리 놔 주크메/속옷 하나 해 주랜헌 이야기도 있주/그 추륵허단/호루는/성산포 섭지코지에서/설문대할망과 설문대하르방이 만나/“이거 우리가 배가 고파서 살 수가 없으니까.”/“옳거니 좋은 수가 있어.”/설문대할망은 섭지코지 물에 들여 안장 가달 벌령 있으면/섭지코지엔 고기가 많아/설문대하르방은/조이(자지)를 꺼딱 꺼딱하게 해/바당 고기를 막 훌터 가니까/설문대할망 가달을 벌경 앉은디 속으로/궤기덜이 그만 문닥 들어가난/꽉 잠간 나완보난/고기들이 열섬 열말이렌.

(물 위에 떠 있는 일출봉 전경)
(섭지코지 가는 길 선녀탕)
(정낭을 걸쳐 드나듦을 방지하고 있는 섭지코지)
(섭지코지 전경)
(섭지코지가 문주란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설문대하르방은 대정현성 남문 앞 물을 물끄러미 바라봤어.

(남문 앞 물 왼쪽)
(남문 앞 물 앞쪽)
(남문 앞 물 다리)

"여보, 어디 갔어? 보고파."

설문대하르방은 남문 앞 물을 보며 괜한 걱정을 한다.

"깨끗한 물이 아니면 물장구치며 놀지 못하는 성민데."

설문대하르방은 이미 설문대 공주선녀의 취향을 알고 있었어.

젖은 손이 애처로워/살며시 잡아본 순간/거칠어진 손마디가/너무나도 안타까웠소/시린 손끝에 뜨거운 정성/고이 접어 다져온 이 행복/여민 옷깃에 스미는 바람/땀방울로 씻어온 나날들/나는 다시 태어나도/당신만을 사랑하리라/나는 다시 태어나도/당신만을 사랑하리라

설문대하르방은 흥얼대고 있었지.

그 소리는 바람타고 멀리 머리 퍼져 나가고 있었어.

아마 지금껏 겉으로 드러내고 표현만 못 했지 속으론 무척 설문대 공주선녀를 사랑했나 봐.

한편, 대정현성 남문 앞 물에서 목욕하던 설문대 공주선녀는 썩은 냄새가 풍기고 그렇게 좋아하던 동굴도 없는 걸 그제야 눈치챘지.

‘이런, 이런 곳에서 내가 목욕을?’

설문대 공주선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게야.

‘에쿠, 속 쓰려.’

설문대 공주선녀는 갑자기 배가 아팠어.

아마 썩은 물을 먹어 그런지 몰라.

‘가만? 어디가 좋을까?’

설문대 공주선녀는 두리번거렸어.

혹여 사람들 눈에 띌까 봐 아무도 모른 곳을 찾았지.

‘그래 저기가 좋겠군.’

설문대 공주선녀는 나무숲이 우거진 곳에서 치마를 올리고 응아 했어.

속옷을 안 입었으니, 일을 보는 데 아주 편했어.

‘에구, 시원해’

설문대 공주선녀는 똥을 누운 곳을 평평하게 손을 쓱 문질렀어.

언젠가? 설문대 공주선녀가 똥을 눈 곳은 오름(궁상망 오름)이 되고 사람들이 똥을 눕는 데 여러 군에 나누어 누라는 말이 생각 난 게야.

“설문대할망님, 똥을 누우려면 한군데 눕지 말고 나눠서 조금씩 누세요.”

이건 무슨 말?

설문대 공주선녀의 식성이 대단하여 똥을 누우면 산(오름)만큼 커다랗게 되는 거야.

그래서 그게 똥인지 모르고 소랑 말이랑 사람들이 발을 헛디디어 밟으면 그만 속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고 말았던 게야.

‘그러지, 조심해야지.’

설문대 공주선녀는 빙그레 웃었어.

자기가 생각해 봐도 웃을 만한 일이었거든.

‘호호, 그래도 좋다.’

설문대 공주선녀가 평평하게 똥을 눈 곳은 ‘설문대공원’이 생긴 거야.

지금도 고근산 앞을 보면 설문대공원이 있거든.

‘어라? 오름이 있네.’

설문대 공주선녀는 ‘고근산’을 바라봤어.

‘그래, 좀 쉬었다 가자.’

설문대 공주선녀는 얼른 고근산에 올랐지.

‘에구 엉덩이가 미끈거려.’

설문대 공주선녀는 고근산에 오르려니 엉덩이가 시원치 못했어.

“어 잔디?”

그랬어, 설문대 공주선녀는 응아한 후 뒤처리를 못 한 걸 고근산 꼭대기 잔디밭에 궁둥이를 붙여 안아 응아한 찌꺼기를 닦아 낸 게야.

당시엔 휴지가 없을 때라 그냥 잔디에 문질러 뒤처리를 한 거지.

○ 고근산

위키백과 우리들의 백과사전에 의하면 북위 33° 15′ 58″ 동경 126° 30′ 50″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호동에 있는 높이 396m 고근산은 서귀포시 신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기생화산으로 정상에 깊지 않은 원형분화구를 가진 오름이다. 지표에서 171m, 둘레 4,324m.

고공산으로도 불리는데 평지 한가운데가 우뚝 솟은 오름이라고 해 부르게 되었다는 설과 근처에 산이 없어 외롭다는 데서 유래했으나 정상에서 바라보면 한라산과 범섬이 보여 설문대할망과도 연관되는 전설오름으로 알려져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남사록』에 보면 ‘고근산(孤根山)’이라 기재했다. 『탐라지』에도 ‘고근산(孤根山)’이라 표기했는데, 이 산의 서북쪽 기슭에 있는 ‘강생이굴’에 얽힌 일화가 수록되어 있다. 『해동지도』에는 ‘고근산(古近山)’이라 표시돼 있다. 『제주삼읍전도』에는 ‘고공산(古公山)’, 『제주군읍지』에 ‘고공산(古空山)’, 『조선지지자료』에 ‘고공산(高拱山)’, 『조선지형도』에 ‘고근산(孤根山)’으로 표기했다(출처 네이버).

고근산을 오르던 설문대 공주선녀는 후덥지한 날씨에 등에 땀이 비 오듯 주르륵 등에 흘러 내렸지.

사실 고근산 가는 길이 워낙 경사가 급해 자동차 액셀을 한꺼번에 힘껏 밟아야 올라갈 수 있거든.

잠시 발을 떼는 순간 자동차가 뒤로 밀려날 수 있어 조심해야돼.

“에구 더워.”

설문대 공주선녀는 돌모자가 생각 난게야.

“이놈이 건만증, 이놈의 코로나.”

설문대 공주선녀는 지난번 오라교에서 깜빡 잊고 온 돌모자(족감석)가 그리워진 게야.

현재 오라교 다리 아래 태풍에 휩쓸려 원래 위치가 아닌 약간 아래로 서 있다는 족감석이 이런 날씨에 생각 난게지.

‘휴, 다 왔다.’

설문대 공주선녀는 이마의 땀을 훔쳐내며 먼 바닷바람을 맞는데,

‘어? 설문대하르방이네.’

설문대 공주선녀 눈앞에 설문대하르방이 나타났어.

범섬에 쭈그리고 앉아 고근산을 멀쩡히 바라보고 있는 거야.

“이놈이 하르방이?”

설문대 공주선녀는 범섬에 쭈그리고 앉은 설문대하르방을 향해 발길질했지.

그만큼 벼르고 벼르던 일이라 힘껏 발길질했겠지?

“야 앗.”

설문대 공주선녀는 범섬에 앉은 남편을 발길 잘한다는 게 그만 범섬 옆구리를 차고 말았어.

“에쿠 아파.”

설문대 공주선녀가 설문대하르방을 향해 발길질 한다는 게 그만 범섬 한 귀퉁이에 발가락 두 개가 꽂히고 말았거든.

단단한 절벽에 발길질했으니 발이 성할 리 있나?

그 자국이 지금도 범섬 오른쪽 구석에 두 개 남아 있거든.

그 후 설문대 공주선녀는 언제 어떻게 설문대하르방이 나타날지 몰라 기다리며 한라산을 베개 삼아 고근산 정상에 궁둥이를 붙이고 범섬에 다리를 걸쳐 낮잠 자는 습관이 생긴 거래.

● 전설

고근산 남동사면 중턱의 ‘머흔저리’라고 하는 곳은 예전에 국상을 당했을 때 곡배하던 곡배단이 있고, 남서사면 숲 비탈에는 꿩사냥 하던 강생이(강아지)가 떨어져 죽었다고 전해지는 강생이궤(수직동굴)이 있다.

필자가 1970년대 말에 소풍 갔을 때 고근산 정상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꼭 사람 엉덩이 모습으로 한가운데 절벽 동굴이 수풀을 이루고 있어 특정 부위를 연상케 하였는데,

위험한 곳이어서 소풍 갔을 때 무척 조심했던 기억이 나.

「고근산 정상에 땅속으로 뚫려 있는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수직 동굴이 있거든. 예전에 서귀포에 문질(文秩)이라는 사람이 재물을 잃어버려 어떤 사람을 의심하여 다그쳤어. 그 사람이 말하기를 “북쪽에 있는 구멍에 놓아두었다”라고 했어. 문질이 그 사람과 함께 구멍이 있는 곳에 이르렀어. 밧줄로 그 사람을 묶어서 아래로 보내다가 그만 그 사람과 함께 그 깊은 구멍 속으로 추락하고 말았지. 문질의 아들이 두 사람이 구멍에 빠진 것을 구하려고 동아줄 백여 길(장)을 구하여 구멍으로 내려보냈지. “후유 죽을 뻔했네.” 마침 두 사람은 구멍의 바닥에 나뭇잎이 두껍게 쌓여 있어 다치지 않았다고 했어.」

옛날 정의현·대정현 두 현이 경계를 이 고근산으로 삼았다고 전해 오기도 한단다.

출처 고근산 마사지 작성자 문필(장영주)

‘세상인심 무정토다.’

설문대 공주선녀는 세상 탓을 하기 시작했어.

마음의 병에 걸린 게지.

「설문대할망은 탐라를 만들었으나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땅속에서 아기가 태어나고 아기들이 자라 또 아기를 낳고, 또 낳고 탐라국을 만든 걸 보며 속이 무척이나 상했답니다. “이런, 이런.” 사람들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힘을 합치기도 하며 차츰 영토를 넓혀가는 것이었어요. “이러다간 내 자리까지 뺏길라.” 설문대할망은 이제까지 자기보다 힘센 사람은 없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설문대할망이 만들어 놓은 산도 넘보고, 오름도 맘대로 다니고, 집도 만들고, 길도 만드는 것을 보니 자기보다 모든 걸 잘하는 것 같았어요. “아이고, 속 타.” 설문대할망은 차츰 속으로 병이 들었지요. “내가 죽지. 내가 죽으면 되는 거야.” 설문대할망은 독한 마음을 먹었지요. 이제까지는 모든 일이 맘 먹은 대로 됐는데…. 아들도 오백 명이나 낳았는데…. 그러나 탐라국은 땅속에서 나온 아기들이 자라 어느새 그들의 차지가 되고 말았지요. 이미 설문대할망의 화병은 마음속 깊이까지 도져 있었답니다.」

출처 설문대할망, 장영주, 글사랑, 2009. pp 150.151.

이렇듯 설문대 공주선녀는 오래전부터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던 게야.

그러다 코로나 정국을 맞아 그 병이 화병 되고 우울증이 생기며 자기만의 생각이 옳다는 자가당착증에 고집불통 아집 병까지 종합 병에 걸린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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