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31)재미있는 설화 – 돌하르방 선녀탕②
[장영주 칼럼](31)재미있는 설화 – 돌하르방 선녀탕②
  • 뉴스N제주
  • 승인 2021.08.0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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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
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장영주 설화 작가의 탐사 현장 모습
장영주 설화 작가의 탐사 현장 모습

□ 프롤로그

1977년 여름 추억 길 찾아, 모슬포 극장(시외버스 주차장) 앞 상점 아들, 대정여@ 서무과 직원, 모슬@교회성당 신자, 그리고 필자 4명은 야밤에 자전거 타고 무작정 서귀포를 향했다.

당시 일주도로엔 차들도 없고 사람도 없고 가로등도 없고 어둠만이 있을 뿐….

어디서 멈추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진짜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고 돌멩이가 하는 말이었다.

필자만 들은 게 아니고 일행 모두 4명의 귀에 생생하게….

좀 으스스한 기분에 자전거를 멈추고 소리 나는 곳으로 살금살금 기어가 보니 거기엔 돌하르방이 떡하게 버티고 있었다.

정든 내 고향 인성리라고 쓴 표지석 자리가 대정현성 남문 돌하르방이 서 있었던 자리이다.

장성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을 향해 호령하던 돌하르방은 무슨 연유에서 그렇게 했을까?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앞으로 닥쳐올 위험을 미리 방지하려는 보호 차원의 외침이 아니었을까?

돌하르방은 수호 기능, 역병 방지 기능, 주술적 기능, 위험 미연 방지 기능이 있다.

일행은 그 길로 자전거 기수를 돌려 모슬포 빵집에 모였다.

이런저런 이야기꽃 속에 모슬포 보건소에 전화(교환원이 전화를 받아 돌려주던 시절, 몇 번이고 교환을 부르며) 했던 그 추억거리를 찾아 나섰다.

돌하르방 선녀탕이라 필자가 명명한 대정현성 남문 앞(돌하르방 48기 중 유일하게 물웅덩이가 있는 곳에 세워진 돌하르방이 이곳 대정현성 남문 앞이 유일하기에 돌하르방 선녀탕으로 제목을 붙이는 데 참고하였다. 이후 하늘나라 칠선녀 중 시집을 안 간 첫째와 둘째, 막내의 인생살이를 어떻게 꾸밀지 고민 중이다.

오라교 물 족감석, 하가 연못 가는 길 공깃돌, 애월 하물과 곽지 가린돌정족뢰, 용연, 쇠소깍, 물장오리 등이 설문대할망과 물웅덩이와 연계 선상에 떠오르긴 한다만, 이 외로 물웅덩이와 관련된 여러 지역/서림, 한밝, 옹포, 어승생, 삼양, 신촌, 삼다수, 조천, 사라봉, 추자도, 우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등의 물도 분야별로 묶어 새롭게 조명해 볼 참이다) 물은 썩고 퀴퀴한 냄새가 났지만, 설문대 공주선녀는 그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울렁거리는 혼미한 상태였다.

지금은 아담하며 깊이 있고 선녀가 목욕할 만큼 깨끗해서 선남이 있었음 혼탕 했으리라.

하늘나라 칠선녀 공주 중 셋째 설문대 공주선녀가 가출한 남편 설문대하르방을 찾아 나서길 오랫동안, 소문에 의하면 설문대하르방은 아들 5백을 내동개 치고 바다 건너 가출한 것을 후회하며 미륵이 되어 심신을 다스리다 돌하르방이 되어 대정현성 남문 앞 물 앞에 우두커니 서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린다는 것이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바람이 부나/그리웠던 삼십 년 세월/의지할 곳 없는/이 몸 서러워하며/그 얼마나 울었던가요/우리 부부 이제라도/다시 만나서/못다 한 정 나누는데/설문대 공주선녀/그 어디에 계십니까/목 메이게 불러봅니다/내일일까 모레일까/기다린 것이/눈물 맺힌 삼십 년 세월/아내 잃은/이 신세를 서러워하며/그 얼마나 울었던 가요/우리 부부 이제라도/다시 만나서/못다 한 정 나누는데/설문대 공주선녀/그 어디에 계십니까/목 메이게 불러 봅니다/목 메이게 불러 봅니다.

설문대하르방은 처량하게 노래 불렀구요.

이 책은 코로나 정국을 맞아 거리 두기 4단계라는 제일 독한 방역 대책을 세우며 코로나와 전쟁을 하는 마당에 설문대할망은 탐라를 만들(창조)고 오곡 씨앗과 우마와 온갖 동식물과 바닷고기며 바람과 돌담을 쌓으며 탐라 사람들을 위해 일을 했건만 이젠 탐라 사람들조차 자신을 우러러보지 않고 ‘공평’이라는 화두를 무기 삼아 조천에 놓아 주려는 ‘엉장메코지’와 똑같은 ‘모슬포코지’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하네요.

설문대할망이 하늘나라에서 지상나라로 내려올 때 입고 오지 못한 소중기라도 만들어 주겠다며 엉장메돌다리를 놓아서 달래는 것과 먹고 싶은 자리돔회도 안 주면서 모슬포돌다리를 놓아달라는 백성들에게 공평(받은 만큼 주는)하게 육지 가는 돌다리를 놓아 달라는 게 맞는 건가요?

이제껏 설문대 공주선녀는 자신이 하는 말은 곧 ‘철칙’이라는 걸 백성들이 믿으려 하지 않으매 화가 나 있는 때, 지상나라엔 ‘코로나’라는 역병이 돌아 설문대 공주선녀를 괴롭히더라니까요.

설문대 공주선녀는 제가 하는 일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자가당착증’과 설문대하르방이든 5백 아들이든 그냥 자신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고질병’에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다른 이들이 하는 건 죄다 자신보다 못해 보이고 자신은 뭔가 일을 하려면 ‘잘될까?’를 먼저 떠올려 자신 없이 마음이 울렁거리는 ‘우울증’ 까지 겹치니(출처 장영주, 설문대할망, 글사랑, 2009. 150쪽 152쪽에 보면 이미 설문대할망은 기력도 약해지고 자신을 알아보는 백성(탐라 사람들)도 떠나고 남편도 가출하고 5백 아들도 취직할 생각은 안 하고 놀고먹기만 하고 삼성혈에서 태어난 3신인들은 하늘나라 넷째 다섯째 여섯째 동생 공주를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며 새 나라를 건국(창조)하고 있는 데 반해 초라해진 자신을 보며 마음의 병을 얻는다) 대정현성 남문 앞 썩은 물도 그냥 좋다고 헤엄치고 그러다 지치면 먼 하늘을 보며 설문대하르방을 혼내 주려는 꿈만 꾸다가 생리현상(똥)을 참지 못해 고근산 앞마당에서 ‘응아’하고 엉덩이를 고근산 봉우리에 대고 문질러 닦았기에 고근산 정상에는 설문대할망의 엉덩이 자국과 특정 신체 부위 모습이 선명히 나타나 있는 걸 다이나믹하고 드라마틱하게 음악성을 곁들여 극적 요소를 덧붙여 글 다듬고 고치기(개작)한다면 한편의 모노드라마가 되게 꾸몄다.

사진은 2012년 04월 29일 콘텐츠를 작성한 자료를 서넉 장 썼고 2018년 09월 26일 찍은 사진을 추가하였으며 2021년 07월 14일 찍은 영상도 캐처 하여 하루아침에 벼락 치듯 만든 책이 아닌 세심히 여러 해 동안의 기획 작품이란 걸 은연중 알리려 했다.

전설 자료는 장영주, 설문대할망, 글사랑, 2009에서 가져 왔으며 ‘설문대 신화에 나타난 교육이념 연구’라는 박사 학위 논문(장영주)도 조금은 참고하여 첨언 하고 설문대하르방이 미륵을 거쳐 돌하르방이 되는 아이러니한 과정을 인택트하게 정리했으며, 설문대공원(고근산 앞 제주혁신도시) 바람모루길은 따로 처리할 계획이다.

표지는 설문대 공주선녀가 목욕했던 대정현성 남문 앞 물을 중심으로 그 연못 옆에는 소치의 영정(?)이 있어서 제주추사관 까지 아우르는 설문대하르방이 돌하르방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디자인하였다.

□ 복신미륵

복신미륵(동자복·서자복)은 제주를 상징하는 현무암 조형물로 제주성 동·서에 위치해 마치 수문장 역할을 하는 제주도 민속자료 제1호로서 제주인들의 미륵신으로 특별히 모셔졌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돌하르방과 너무 닮았다. 손 모양이며(대정성 돌하르방과 흡사) 모자며 얼굴 형태가….

제주성을 지키는 돌하르방의 역할도 했고 바닷일을 무사히 하라는 안녕의 의미도 곁들여 있다(혹여 설문대하르방이 미륵이 되었다면 아들 5백이 무사 안녕과 어려운 시기에 취직이라도 해서 가문의 영광을 돼 찾으라 맘속으로 소원을 빌었겠지).

동자복은 김만덕 객주 집 위편에 있고, 서자복은 제주시 용담3동 속칭 동한두기의 사찰 경내에 있다.

동서에 마주 보며 서 있는 두 복신미륵은 차양이 빙 둘러진 모자를 썼고, 커다란 귀, 우뚝한 코, 지그시 다문 입, 인자한 눈매 등 자비로운 모습이다. 몸에는 예복을 걸쳤고, 두 손은 가슴에 정중히 모였는데, 그 소맷자락이 유난히 선명하다. 서자복은 하반신 일부가 생략된 채 기석으로 받쳐졌다.

(상 서자복 하 동자복)
(상 서자복 하 동자복)

온화한 얼굴에 벙거지형 모자를 썼고 코를 크게 새긴 점(예부터 코가 크면 남성미가 넘친다 했다)이 특이하며 두 손을 가슴 부분에 가볍게 얹어서 돌하르방과 같은 형태, 눈썹과 인자하게 내려다보는 눈, 우뚝한 코, 지그시 다문 입, 커다란 귀 등 자비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복신미륵은 제주도 민속자료 제1호이다. 돌하르방은 제주도 민속자료 제2호이다.

둘 다 아들(딸) 낳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여성의 신앙대상으로 변하기도 했다(제주시 서문시장 앞 돌하르방 한 쌍의 귀를 만지면 딸을 낳는다고 적혀 있다).

(동자복 서자복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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