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21)재미있는 설화 – 원앙폭포 설문대할망 선녀탕②
[장영주 칼럼](21)재미있는 설화 – 원앙폭포 설문대할망 선녀탕②
  • 뉴스N제주
  • 승인 2021.06.0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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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
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장영주 작가
장영주 작가

옥황상제는 과학대신에게 만리경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을 주문했는데…….

과학대신 난감한 처지에 놓였어요.

사실 지상나라에서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건 옛말이고 최신식 기계는 자동 업그레이드가 되거든요.

그걸 잘못 말한 과학대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몸 둘 바를 모르네요.

“에잉, 관두거라. 네가 무얼 알고?”

옥황상제 과학대신 표정을 보며 벌써 눈치챘지요.

과학대신 능력으론, 지식으론 어림없는 일이란 걸…….

“할 수 없는 일이로다. 내가 직접 내려가 봄이 좋을 것 같구나.”

옥황상제 큰마음 먹고 있네요.

아니지요.

자식 사랑 내리사랑이라고 아무리 설문대 공주선녀가 덩치가 커 하늘나라 천궁에서 쫓겨나다시피 지상나라로 내려갔지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나요?

“아바마마, 제가 더 찾아보겠나이다.”

첫째 공주선녀 하늘나라 사정을 듣고 몸들 바를 모르며 설문대하르방을 찾아 나섰지요.

길가에는 차들로 꽉 들어차 있었어요.

사람들은 모두 돈내코에 가는 중이랍니다.

원앙폭포의 명성을 알고 있는 게지요.

(돈내코 원앙폭포 입구에 세워진 차량)

“돈내코라는 곳에 폭포가 있는 데 그곳에 어떤 할망이 나타나 물줄기를 등과 무릎에 맞곤 한답니다.”

첫째 공주선녀는 이런 소문을 들었어요.

“들리는 말에 의하면 하늘나라에 살던 선녀라는군요.”

확실했어요.

설문대 공주선녀 이야기임이 분명해요.

(돈내코 가는 입구 이정표)

이상하게 생긴 철책 아래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로 가라나요?

첫째 공주선녀는 부지런히 소문 따라 길을 걸었어요.

제법 쌀쌀한 날씨였어요.

멀리 보이는 한라산에는 눈이 조금 쌓여 있었고요.

(서귀포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면 설문대할망이 드러누워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설문대할망이 모습을 감추려 구름을 불렀다)

(서귀포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면 설문대할망이 드러누워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설문대할망이 모습을 감추려 구름을 불렀다)

‘어? 셋째다.’

첫째 공주선녀는 소리쳤어요.

멀리 설문대 공주선녀가 드러누워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산이 있었어요.

’얼른 가보자.‘

첫째 공주선녀가 길을 재촉했어요.

돈내코 입구에 다다랐어요.

“여기가 어디고?”

첫째 공주선녀는 ‘돈내코’라는 곳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어요.

한글을 읽지는 못하지만 그림을 보니 대충 알 수 있었어요.

‘돗내코’는 예로부터 멧돼지들이 많이 출몰하여 ‘돗드르’ 라 하며 돗은 돼지, 드르는 들판을 가리키는 제주어이고, 돗드르에서 멧돼지들이 물을 먹었던 내의 입구가 있었는데 이를 일러 ‘돗내코’라 불렀다. 내는 하천을 코는 입구를 가리키는 제줏말이다.

마을 형성 초반에는 ‘돗내코’로 불리다 현재는 ‘돈내코’로 부르게 된 것이다.

화산섬인 제주도는 현무암 돌들이 많다.

비가 오면 쉽게 땅속으로 스며들어 바다로 흘러간다.

물이 귀한 멧돼지들이 물을 먹던 내 천의 입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도 하천은 대부분 마른 천(건천)이다.

(비가 와야 물이 흐른다)

평상시에는 물이 흐르지 않다가 비가 많이 오면 급류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허어 이상도 하구나. 생전 처음 듣는 아름다운 소리네.”

첫째 공주선녀가 도착한 곳은 두 개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리고 차디찬 물웅덩이에는 하늘나라에선 상상도 못 할 기운이 흘러나오는 곳이었어요.

“어? 이건 뭐야?”

첫째 공주선녀가 ‘폭포입구’이란 표시판을 보았어요.

참, 첫째 공주선녀는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관계로 글은 읽지 못하고 다만 이상한 형상의 글자로 보였겠죠?

“에구, 이럴 줄 알았으면 한글 공부를 해 둘걸.”

첫째 공주선녀는 좀 아쉽게 생각하며 안덕계곡 국제학교에 유학 왔었다면 이런 낭패는 없었을 걸 하고 후회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공부도 때가 있는 법이라니까요.

벌써 안덕계곡 서당에 유학 가서 비록 하룻밤 공부지만(사실 하늘나라 하루는 지상나라 일 년과 갔답니다) 한글 공부를 한 동생들이 있었거든요.

첫째 공주선녀 눈에는 ‘폭포입구’란 안내판 ‘@#$%’이라 보였겠지요?

(원앙폭포 입구 표시판)

첫째 공주선녀는 화살표 따라 무작정 걸었어요.

나무로 만든 길이었는데 푹신 거리는 느낌과 울렁거리는 느낌이 한데 어우러져 꽤 기분이 좋았거든요.

‘아, 우리 셋째도 이 길을 걸었겠구나.’

(설문대 공주선녀가 은신했던 동굴)

첫째 공주선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무작정 걷다가 이상한 작대기 화살표 그림을 보았지요.

작대기 모양(화살표)은 그쪽으로 가라는 표시였어요.

물소리가 들렸어요.

시원했어요.

(설문대 공주선녀가 은신했던 동굴)

“어떤 땐 굴속에서 잠을 자곤 하지요.”

철조망으로 가려진 굴속에 셋째가 있는 걸 보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어디가 아픈지 원앙폭포에 어깨를 대고 무릎을 대고 물줄기를 맞곤 했지요.”

틀림없는 셋째 이야기였어요.

천궁에 있을 때 그렇게 튼튼하고 건강하고 푸짐 넉넉하고 아픔을 모르는 건강 체질이었는데 이젠 기운이 없고 어깨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얼굴도 찌그러지고 그렇다나요?

아하! 그렇고 보니 설문대 공주선녀는 ‘오십견’인가 보죠? ‘무릎 관절염’인가 보죠? ‘합병증’인가 봐요.

여기서 잠깐, 오십견이란?

어깨의 통증과 어깨관절의 운동 범위 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특히 5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함으로 오십견이라 명명되었으며, 어깨관절이 얼어붙었다는 뜻으로 동결견(frozen shoulder)이라고도 한다.

어깨관절의 운동성이 소실되기 때문에 옷 입기, 머리 감기, 물건 들기 등의 일상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유발되며 통증으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한다.

오십견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오십견과 외상이나 골관절염, 류머티즘성 관절염, 당뇨병, 뇌졸중 등 다른 질환에 병발 되어 발생하는 이차성 오십견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오십견으로 40~50대 이상의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그랬구나.’

첫째 공주선녀는 대충 짐작이 가나 봐요.

백성들을 사랑하는 셋째가 탐라 사람들이 육지로 나갈 때 배가 부서지고 태풍을 만나 바다에서 죽는 사고가 종종 난다기에 육지를 오가는 데 편하고 안전하게 돌다리를 육지와 연결하게 놓아 주려 무거운 돌을 옮기다가 생긴 어깨 아픔 병과 돌바닥에 발자국이 생길 만큼 무릎에 무리가 생긴 병이 아닐까요?

지금도 신촌 앞바다에는 설문대할망이 ‘엉장메 코지’를 만드는 데 돌을 운반하다 생긴 발자국이 남아 있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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