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23) 재미있는 설화 – 원앙폭포 설문대할망 선녀탕④
[장영주 칼럼](23) 재미있는 설화 – 원앙폭포 설문대할망 선녀탕④
  • 뉴스N제주
  • 승인 2021.06.2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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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
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장영주 아동문학가
장영주 아동문학가

"에구, 어찌하리."

옥황상제 큰일 났네요.

첫째마저 지상나라로 시집 보내면 하늘나라엔 둘째와 막내(일곱째) 밖에 안 남는데……

가만?

시시티비에 하늘나라 선녀의 몸매가 비추나요?

아닐 거예요.

옥황상제가 애지중지하는 ‘만리경’에도 흐릿하게 나타나는 정도이니 지상나라 CCTV에 선녀(신)의 모습이 보일 까닭이 없겠죠?

그러니 설문대 공주선녀는 맘대로 이곳을 드나들었던 게지요.

첫째 공주선녀는 어른 옷을 밉고 원앙폭포 물웅덩이에서 빠져나오며 좀 아쉬운 생각을 했어요.

"참 아바마마도, 이젠 나도 시집갈 나이가 됐단 말이에요."

이렇게 소리치고 있을는지 모르죠.

"셋째는 과속하여 시집가 아들 5백을 낳았고 넷째 다섯째 여섯째도 고양부(양고부) 삼신을 만나 시집갔잖아요?"

첫째 공주선녀는 혹여나 ‘선녀와 나무꾼’처럼 누군가 몰래 자신의 옷을 훔쳐 가길 은근히 바랐는지 누가 아나요?

"어? 동굴."

그래요.

선녀가 가는 길에는 물웅덩이와 동굴이 있는 건 필수고요, 숲이 우거져 뭍 인간들의 눈을 피해 아늑한 곳에서 편히 쉬며 놀다 가거든요.

아마, 설문대 공주선녀는이 원앙폭포에서 어깨, 무릎에 물줄기를 맞아 병을 고치고는 이 동굴에서 피곤한 몸을 쉬고는 한라산 영실로 들어가곤 했겠죠?

(선녀는 물웅덩이와 굴을 꼭 끼고 다닌다)

첫째 공주선녀가 원앙폭포에서 물웅덩이에서 굴속에서 설문대 공주선녀의 흔적과 향취를 알아보고는 좀 더 일찍 찾아 왔으면 찾을 수 있었지 않나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는데,

코로나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걸려 있네요.

어쩌나, 한글을 모르는 첫째 공주선녀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잖아요.

마스크도 안 썼고 물웅덩이에 들어가지 말라는 것도 지치지 못했고 다이빙을 금한다는 규정도 몰랐고 그냥 코로나 수칙을 어겼으니 영락없이 벌금 내고 자가격리 대상이잖아요.

‘그랬구나. 셋째가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으면 혼자 이 머나먼 길을 걸어 아픔 몸을 다스리고 남편을 기다리고 오백 아들들이 취직되라 빌었고 탐라 백성들이 무사 안녕도 기원했겠지?’

첫째 공주선녀가 지나온 굴 입구에는 설문대 공주선녀가 소원 다섯 가지를 빌던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그 밑에는 천 원짜리 지폐가 깔려 있었고요.

주) 설문대할망이 설문대하르방을 찾아 달라 기도하고 탐라 사람들의 무궁한 행복도 기원했던 모습이다. 필자는 이런 곳 할망당 등에는 꼭 천원 지폐 한 장 놓고 오는 습관이 있다. 마라도 할망당, 신흥 앞바다 할망당, 과오름 할망당, 이호해수욕장 가는 길 할망당, 성산포 가는 길 할망당 등에 이렇게 했다.

첫째 공주선녀는 설문대 공주선녀가 한라산 영실을 오가는 길목인 돈내코 탐방로에 혹여 흔적이라고 건질 양으로 그곳에 가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 길을 통해 설문대할망은 영실과 원앙폭포를 드나들었다)

원앙폭포,
한 쌍의 부부가 금실 좋게 사이좋게 행복하게 잘 살라는 의미를 담은 두 가락 물줄기가 사시사철 내리는 제주도 몇 안 되는 한천(대부분 제주도 한천은 건천이지만 돈내코 한천은 물이 흐른다)이며

서귀포에 숨겨진 비경,

"사람들은 여기서 물맞이하면 특효랍니다."

음력 7월 보름은 백중날이라 하는데요.

원래는 소정방 폭포에서 물맞이했는데 사람들이 언제부터니까 이곳 원앙폭포에서도 물맞이했다 하거든요.

필자도 여러 번 왔다 가며 원앙폭포 물웅덩이에 들어갈 수 없어 아쉽지만, 손에 물을 묻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답니다.

(돈내코 야영장 야외 운동장)

○ 설문대 여신상

참 초록색이 눈에 휘황찬란해 비추는 곳
어린이 놀이터며

석주명 나비 공원이 날갯짓하는 희망의 터

산새 소리 물새 소리

옹기종기 모여 한라산 자락을 휘감은 돈내코
설문대 공주선녀 하늘나라가 무얼 그리워
차디찬 물에

어깨, 무릎 물 맞으러 여기까지 왔나?

설른 이야길랑 멀리하고
그 부귀영화마다 않고
설문대하르방 만나
5백 아들 낳아
탐라국을 건설하는 데 이바지했지만
세상인심은
그를 그냥 탐라 창조여신으로만 치부하니
이 노릇 어찌 할고?

세상 사람들아

아무리 등잔 밑이 어둡다 한들

저 그리스로마신화보다 웅장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어여 어여 설문대여신의 신화마을을 짓고

훗날 남편이 될 돌하르방 48기를 한데 모아

태평성대 이뤄 보게나.

설문대여신이 한라산을 베개 삼아

관탈섬에 다리를 걸치는데

그 길이가 49㎞니

이를 10분의 1로 축소하면 49m가 아니더냐?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이 46m라지만

그보다 더 큰 49m 설문대할망 키 높이로 세워

멀리서
세계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
반듯한 탐라여신상 하나
세움이

후손의 도리요 의무요 책임감이 아니겠뇨?

(필자의 설문대할망 저서)
(필자의 설문대할망 저서)
(필자가 노랫말을 쓴 설문대할망 노래)
(필자가 노랫말을 쓴 설문대할망 노래)

○ 설문대할망의 첫사랑

거인 하르방이 두리번거렸어요.

“오늘도 이걸 먹어야 하나?”

매일 먹는 짐승 고기와 나무 열매에 질린 게지요.

“바닷물고기나 잡아 볼까?”

하르방은 물고기를 잡으러 바닷가로 갔다가

할망을 만났어요.

거인 할망을 본 하르방은 뒤로 벌렁 넘어졌지요.

“에구, 덩칫값 좀 해요.”

할망은 넘어진 하르방을 보며 만면에 웃음을 지었지요.

좀 쑥스럽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지요.

왜냐구요?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본 남자였으니까요.

“사람 놀라게 하기는…. 당신은 어디서 왔소?”

설문대할망은 모기만 한 소리로 물었어요.

“허허, 땅속 나라에서 왔소만, 그대는?”

“저저, 하늘나라에서 왔소이다.”

설문대하르방과 설문대할망은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서로의

처지가 비슷함을 알고 금세 친해졌지요.

“같이 물고기를 잡으면 좋을 것 같소.”

설문대하르방은 물고기를 잡는데

설문대할망과 힘을 합치기로 했지요.

“자, 저곳에 앉아 있기만 하시구려.”

설문대할망이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에 있는

‘섭지코지’에 다리를 벌려서 앉으면

설문대하르방은 큰 손으로 물고기 떼를 쫓고….

그 물고기는 설문대할망 음부에 들어가고

설문대할망은 물고기를 잡자마자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목장으로 달려가서

풀어놓으니 그 양이 열 섬 열 말이나 되었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섭지코지에서 매일 만나며

설문대할망은 첫사랑을 키웠다나요?

어느 날

설문대하르방이 물고기를 잡다가

설문대할망에게 말했어요.

“내 평생토록 물고기를 잡아 주고 싶소.”

청혼한 게지요.

청혼을 허락한 설문대할망은

신풍목장 근방에 있는 동굴에서

혼인을 올려 자식을 오백 명이나 두게 되었고요.

그것도 모두가 아들들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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