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인터뷰](14)제주의 딸, 강혜명..."오페라로 제주 문화예술 랜드마크 구축"
[명사 인터뷰](14)제주의 딸, 강혜명..."오페라로 제주 문화예술 랜드마크 구축"
  • 현달환 기자, 강정림 기자
  • 승인 2020.05.30 03: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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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N제주’ 창간2주년 기념 명사 릴레이 인터뷰-14
"2년 후 유럽에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지 20주년"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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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와 4.3 평화재단이 내놓는 창작 오페라 '순이삼촌'...제주의 딸 성악가 강혜명 선생이 부르는 진혼곡은 어떤 울림을 던져줄 것인가?

제주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4·3'의 아픔을 간직한 섬이다. 안타깝게도 무려 3만 명의 무고한 제주도민이 희생된 1948년의 비극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1948년 10월 19일 전라남도 여수와 순천에서 발생한 여순사건도 4·3과 같다. 2년 전에 강혜명이  여순사건의 오페라 '1948년 침묵'을 만든다고 했을 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각색자로 제작에 참여했고 또 주인공 '연숙' 역까지 맡았다.

제주4.3도 그렇지만 '1948년 침묵'은 현재까지 제대로 된 명칭조차 갖지 못한 채 ‘사건(incident)’으로 남아 있는 여순사건을 재조명하고 그 속에서 희생된 무고한 시민의 아픔을 표현한 작품.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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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선보이는 오페라 '순이삼춘'은 여순사건의 아픔을 오페라로 표현했던 작품 ‘1948 침묵’을 통해 성악가 뿐만 아니라 대본가로서 제작과정에 참여한다.

성공적인 공연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산카를로 극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비올레타역으로 발탁되는 국 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제주의 딸 소프라노 강혜명이 주역가수이자, 연출, 그리고 예술감독으로서 제작 전반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도 내외 오페라 애호가들의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오페라 잡지 오페른 그라스에서 베이스 연광철 등 유럽무대에서 주목받는 한국 성악가 20인에 선정되기도 한 소프라노 강혜명은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로서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라는 평을 들으며 이미 ‘강혜명‘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순이삼춘‘이라는 오페라 작품이 성공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오페라 '순이삼춘'은 오는 6월 13일 제주아트센터 갈라콘서트를 시작으로 9월25일부터 26일까지 제주아트센터 공연, 10월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제주도민은 물론 전국민에게 선보이는 현기영의 제주4.3을 다룬 소설 '순이삼춘'을 재조명하는 무대가 마련된다.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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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오페라의 여신이 된 제주의 딸, 강혜명 선생과 어렵게 인터뷰 약속을 했다.

제주시 한적한 카페에서 약속시간 10분전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메시지가 오기를 순이삼춘 작품 회의가 늦게 끝나 30분 더 늦는다는 것이었다.

막상 약속을 하고 카페에서 기다리는 데 마당의 잔디가 파랗게 정리됐고 장미꽃들이 기둥을 타고 지붕까지 올라온 꽃들을 보면서 “저 꽃도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기도하며 피었을까?”하는 생각에 꽃을 바라보는 마음이 경건해졌다. 드디어 강 선생이 카페에 들어섰다.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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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를 시키고 준비하던 중 주인장께서 쿠키를 갖다 주었다. 여기 주인장은 강 선생 부친과 친구분이라서 잘 아시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서로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강 선생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답하면서 시간을 보니 1시간이 금방 지났다. 서로 저녁 약속들이 잡혀서 헤어졌고 1시간의 만남을 통해 소회를 밝힌 강혜명의 생각을 정리했다. 많은 응원바랍니다.[편집자 주]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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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는 어떤 계기로 하셨나요?

-.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머니께서 노래교실 강사를 하셨을 정도로 워낙 노래를 잘하셨던 분이라 어린 시절부터 노래하는 환경이 무척 익숙하기도 했다.

또, 어린이 합창단 활동이나 도내 어린이 노래 콩쿠르에서도 일찍부터 상을 받았었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 익숙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분야여서 전공을 할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사실 제 꿈은 작가나 기자 등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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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 진학을 꿈꾸며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문예부 활동을 하던 중 TV에서 우연히 조수미 씨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그때부터 성악가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됐고 오페라 공연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제주의 여고생이 막연히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꿈을 꾸니 이뤄지더라.(웃음)

#.오페라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어떤 것부터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우선 첫 번째로 프랑스 칸느에서 제 우상이었던 조수미 선생님과 함께 연주에 초청되었던 일이 생각이 난다. 또 정명훈 선생님과 함께했던 일본 공연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에서 특별게스트로 초대되어 함께 공연했던 일도 잊지 못할 순간이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페라 극장이라는 나폴리 산 카를로 오페라 극장에서 동양인 최초의 비올레타가 되어 공연했던 일 등.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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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4년 전에 이탈리아에서 공연했던 오페라 나비부인은 유럽의 약 200여 개의 주요도시 영화 극장으로 생중계 되면서 그 다음해에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초청이 되기도 했었죠. 한국 여배우인 김민희 씨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해였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이 난다.

20대에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기회에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었는데 불현듯 찾아온 행운의 씨앗을 잘 가꿔서 이제 2년 후면 유럽에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지 20주년이 된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듯, 오랜세월 유럽에서 프리마돈나로서 사는 삶이 매번 행복한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수많은 좌절의 시간들과 그 시련을 극복하며 이뤄내었던 기쁨의 순간들이 차곡 차곡 쌓여 지금의 나의 모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순이삼촌 등 작품에 대해 간략 설명을 해주신다면?

-. 창작 오페라 순이삼촌은 많은 분들께서 짐작하시듯 현기영 선생님의 순이삼촌을 오페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제주4.3을 소재로 제작되는 첫 번째 오페라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의미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최정훈 선생님께서 작곡에 참여해주셨고 대본은 김수열 선생님께서 함께 참여해주셨다.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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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도립 오케스트라와 도립제주합창단이 각각 참여해주셨고 그 외에 극단 가람과 밀물현대무용단, 그리고 한국과 제주를 대표하는 최고의 성악가 선생님들이 출연하실 예정이다.

소망이 있다면 창작 오페라 순이삼촌이 4.3을 위한 진혼곡이 되어, 4.3으로 희생당하신 영령님들을 위로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강혜명이 생각하는 오페라(성악)는 무엇인가?

-. 오페라는 제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가족이며 지금까지의 제 삶을 증거하는 그 모든 것이다. 그리고 그 오페라가 존재하는 무대는 내가 나로서 오롯이 설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는 즉석에서 이번에 순이삼춘에 나오는 장면을 노래했다. 소름이 돋았다)

#. 평상시 취미 활동은 어떤 것이 있는 지 궁금해요.

-. 제 취미는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 파리에 살면서 도시 분위기상 자연스럽게 생긴 취미이다. 고흐와 클림트 그리고 프리다 칼로를 좋아한다.직업의 특성상 여행을 많이 하게되는데 새로운 도시에 갈 때면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가는 곳이 미술관과 박물관이다.

비엔나에 가면 모차르트보다 클림트가 더욱 익숙하게 다가오고, 몇 해 전 멕시코 시립 오케스트라 초청 리싸이틀 일정으로 멕시코시티를 방문했을 때에는 호텔에 짐을 놓자마자 택시를 타고 프리다칼로 박물관에 갔었다.

여전히 나의 모든 유럽일정의 제일 첫번째 도시가 되는 파리는 매번 갈 때마다 오르세이 미술관에 가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지 않고서는 일정을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리고 몇년 전부터는 시간이 날때마다 공연이 아닌 오직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국 내외 좋은 곳을 찾아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매번 기대되고 즐거운 일인것 같다.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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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는?

-. 지금까지 정말 많은 분들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세상에서 제가 가장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 주시고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신 초등학교 때 은사님이신 김진선 선생님이 먼저 생각난다.

또, 문학소녀로서 꿈을 키워주시고 오늘날 저는 성악가이지만 각본작업에도 참여하며 글로써 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을 발견해주시고 이끌어주신 장승련 선생님이고요.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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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제주출신 예술가로서 고향을 위해 미력하나마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역과 소통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신 김순이 시인님(전 제주문인협회 회장이신 김순이 선생님은 강혜명을 제주의 여신이란 별명을 만들게 된 일화가 있다고 술회했다.)을 비롯해 나눔을 통해 고향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주신 이유근 원장님과 그 외에 일일이 거론을 드리지 못하는 게 송구할 정도로 정말 많은 분들이 계시다.

그리고 저의 어머니께서 저를 낳으셨다면 성악가 강혜명을 길러내신, 또 한분의 어머니,대학교 은사님이신 김금희 교수님 또한 마음 속 깊이 존경하는 분중 한분이시다.

#. 강혜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 말씀.(60초 영상)

-. 그동안 베풀어주신 사랑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그 사랑에 보답해 나아갈 수 있도록 더욱더 고향 제주를 사랑하며 정진하겠다. 코로나 19 비상시국으로 인해 모두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힘들수록 함께 노력하며 하루빨리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

도민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며 창작오페라 순이 삼촌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소프라노 강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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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변]강혜명은 앞으로 제주의 오페라 무대로 홍랑과 설문대할망에 대해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관광산업이 볼거리만이 아닌 느낄 수 있는 예술로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강혜명.

어릴 적부터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고 고등학교 때 더이상 가정형편으로 악기배우는 것을 접아야 한다면 크나큰 손실이라며, 초등학교에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그중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이가 생겼다면 국가가 책임지고 고등학교 때도 계속 악기 연주하고 더 공부해서 예술인으로 성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는 강혜명. 

문화라는 것을 어떻게 하고 잘 해야하는 지, 제대로 알고 있는 강혜명은 성악가보다는 앞으로 기획자로서 능력이 더 돋보일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주문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무엇으로 선보일지 강혜명의 다음 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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