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칼럼](1)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 칼럼](1)토요 詩 창작 강좌
  • 뉴스N제주
  • 승인 2018.09.10 13:26
  • 댓글 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어산 시인/평론가

뉴스N제주는 ‘이어산 칼럼’ 「신문으로 읽는 詩창작 강좌」를 게재합니다.
시인이면서 평론가이신 이어산 교수님은 ‘시를사랑하는사람들전국모임’ 대표, 계간 '시와편견' 발행인, 격월간 '시사사' 회장으로 활동중이시며 '지리산시인학교' 교장을 역임했습니다.
시집 '동네북' 등 다섯 권과 다양한 저서를 집필해 많은 노하우를 가진 분으로 앞으로 ‘뉴스N제주’를 통해 많은 지식을 얻게 될 것입니다.

시를 배우려는 사람들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시에 대해 설명하는 이어산 교수님의 토요강좌를 독자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필독이 있기를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토요 시 창작 강좌(1)

이어산 시인.평론가
이어산 시인.평론가

□詩(시)가 되는 문턱 넘기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게하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사람과 관계없는 사물의 묘사만으로는 산문이지 시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시를 쓴 사람과 관계없는 것은 시가 아니라는 말도 된다.

즉, 시인은 '자기가 체험 했거나 일어날 법한 상상의 공간에서 생산한 영혼의 양식을 잘 요리하여 독자가 먹을 수 있도록 밥상을 차려서 내주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사물이나 시적 대상을 묘사하는 단계를 지나 사람에게 접목시킬 수 있느냐가 비시(非詩)의 문턱을 넘는 기준점으로 생각한다.

즉 사물의 묘사는 잘 했지만 그것을 사람살이와 연결시킬 진술(시인의 마음)이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詩(시)다운 시

'시 답다'라는 것은 그 시로 인해서 마음의 위로나 공감, 감동이 있는 생명의 시정신이 들어갔느냐에 따라서 시다운 것과 시 같잖은 시로 필자는 구분한다. 자신만의 자의식이 넘쳐서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을 시라고 내어놓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자기만족에 취해서 자기도 이해가 잘 안되는 난해한 것, 사유의 깊은 맛이 없는 평면적이고 설명적인 글, 행과 연 사이에 긴박감이 결여된 글, 상식적인 언어의 글, 다 아는 체 폼을 잡는 글, 훈계조의 글은 시작(詩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요주의 대상이다.

시를 잘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담담하고 겸손하게 현상 뒤에 있는 진실을 묘사하고 그것을 우리의 삶과 이미지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시다운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시를 쓴 사람이 감동하고 결론을 내는 것은 독자의 몫을 빼앗는 것이다. 그래서 감탄사나 느낌표, 물음표 등의 문장부호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말고 시를 맺을 때 "~~이다"라는 확정된 말로 끝내지 않기를 바란다. 시의 여운이 남아서 뭔가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 그래서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두는 작법으로 마치기를 나는 권장한다.

□좋은 詩(시)를 얻는 방법

시 쓰기의 과정이 옳았을 때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시를 쓴다는 것은 공을 다루는 기술을 제대로 익히지도 않고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려는 것 같이 무모한 일이다. 간혹, 전혀 시를 배우지 않았던 사람이 감동적인 시를 쓰기도 한다.

처음으로 공을 찼는데 골을 넣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나 그 처음의 이변이 일반화 되지는 않는다.

시는 시를 인식하는 일이다. 시의 언어는 사건이나 사물과 독자 사이의 전달 수단인데 시의 언어를 잘 알지 못하면 시가 안된다. 그렇다면 시의 언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응축된 말의 덩어리'다. 즉 낱말의 새로운 언어조합을 통해서만 시적 언어인 말의 덩어리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가슴이 따뜻한 나무가
언덕에 서 있다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그의
손을 잡으며
나도 나무가 되어 설 날이 있을까

해가 져
쓸쓸한 바람이 불어도
나무는 그냥 웃고 있다

나는 아직도 바람이 지날 때마다
온몸을 떨며 소리 지르는
풀이다.

이젠 누구의 눈길도 바라지 않고
이름이 필요하지도 않은
그냥 아무 곳에나 자라는 풀일 뿐

그래도 살아
꽃 피울 수 있고
겨울 어느 바람에
노래 부르며 홀씨들을 날리기도 하는
나무 아래서
         - 서정윤, <나무 아래서> 전문

시는 강력한 낱말을 재료로 한 언어의 덩어리다. 즉 단어마다 적확(的確)한 언어를 골라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위 시를 보라. 어떠한 의미나 관념의 해석을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절제된 언어를 덩어리화 시키고 있다. 이처럼 사물의 생각을 읽고 마음에 심으면 그것이 시의 덩어리로 승화되는 것이다. 시는 습관적이어야 한다.

좋은 시적 언어가 떠오르면 즉각 문자로 남겨야만 시적 분위기, 시 쓰는 사람의 시심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인식, 즉 생명 없는 것에 생명을 넣고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여 자신의 인격을 반영한 존재가치를 나타내는 작업은 시가 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 이어산, <생명 시 운동>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